약 3년에 걸친 교섭과 협의의 결과로 지난 해 11월 21일 북경에서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패션협회가 주축이 되어 아시아 패션 연합회의 설립에 합의하였다. 이의 효율적인 가동을 위하여 각국의 실무자로 구성되는 실무위원회가 구성되어 매년 적어도 2회 이상의 실무회의를 통하여 향후 실질적인 사업계획이 확립되고 2003년 7월에는 일본 동경에서 발족회를, 그리고 가을에는 한국에서 첫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시아 패션연합회의 설립 목적은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의 패션관련 산업의 신뢰관계를 쌓아나가고 상호간에 협력체제를 갖춤으로서 3개국의 생활문화의 향상은 물론 패션비즈니스의 진흥책을 찾는다. 즉, 한·중·일 각 국의 생활문화나 패션, 시장 특성의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3개국의 패션관련기업의 상호시장 개입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책을 찾으며 나아가 아시아 문화에 뿌리를 둔 아시아 패션의 발굴, 그리고 그에 걸 맞는 인재의 육성 등을 추진한다. 아시아 패션연합회의 구체적인 사업은 당분간 3개국의 패션업계의 현항을 상호 이해하기 위한 심포지움을 위시하여 패션 페어나 전시회 등을 개최하거나 각국의 이와 같은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 예정이며 앞으로는 아시아의 패션을 선진 외국으로 발신하고 본격적으로 세계 패션시장에 참여하는 행사까지도 긴 안목으로 잡고 있다. 아시아의 직물은 BC 300년경에 중국의 아름다운 견직물이 유럽으로 수출되어 유럽 여성들을 매혹시켰고 급기야는 지구의 동서를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구축하였던 역사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일이다. 동양의 크레이프로 일컬어지던 소위 크레이프 드 신(crepe de chine)이란 이름의 직물은 지금도 고급견직물로 취급되고 있는데 이 이름은 진(秦)나라의 크레이프 직물을 프랑스에서 모작(模作)한 것이라는 이름이고 샨퉁(shantung)아란 직물은 산동성에서 제직하여 수출하던 야잠 직물로서 산동이란 이름의 중국 발음이 그대로 직물이름이 된 본 보기다.그 후에도 일본의 하부다에(habutae=羽二重)나 요류(楊柳), 한국의 한금(韓錦)크레이프 같은 것 등이 아시아의 상징적인 직물로서 세계 패션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재에서만 앞섰던 것이 아니라 가령 관운장의 목에 매여져있던 네커치프(neckerchief)가 서부 개척시절의 서부의 사나이들의 목도리로 발전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남성들의 넥타이로 발전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보면 패션 제품에서도 아시아의 영향은 컸던 것이다. 21세기는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경제 중심권이 된다는 예측이며 패션이라는 위치에서도 세계 총 섬유제품 교역량의 절반 가량을 동북아시아가 담당하게 된다는 예측이고 보면 당연히 동양의 풍부하고도 정교한 무수한 문화가 배경이 되는 아시아 패션의 탄생은 충분한 여건을 갖춘 셈이다. 그동안 서양 옷을 토대로 쌓여온 100 여 년의 경험과 성숙도가 새로운 아시아의 패션을 탄생시킬 위치에 있는 것이다. 런던을 시점으로 밀라노와 파리로 연결되는 클래식한 패션이 세계를 지배하던 유형에서 이제 실용적이라는 자각으로 미국의 패션이 유럽으로부터 독립하기 시작하고 있다. 결국 세계 패션의 판도는 유럽대륙의 패션, 미국 및 미국대륙의 패션 그리고 유구한 전통적인 문화 바탕 위의 아시아의 패션이라는 세계 삼대축(三大軸)으로 편성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동양의 전통적인 직물에 대한 과거의 실적을 되돌아보고 독특한 동양의 무궁한 문화유산을 발판으로 하여 이를 폭넓게 활용, 아시아 패션에 접목시켜서 21세기의 패션 중심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이제부터 아시아의 패션인 들이 짊어지고 갈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서울을 중심 축으로 하고 아세아 지도 위에 1000km 반경의 원을 그려서 우리의 지정학적인 위치를 관찰해 보자. 1000km 반경의 원내에 들어오는 지역이 일본의 나고야, 오사카,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지이고, 중국은 북경, 샹하이, 남경, 청도, 천진, 대련 등이며 러시아의 블라디보스독 까지도 들어간다. 결국 도쿄나 홍콩을 제외하고 동북아의 거의 모든 패션도시가 서울을 기점으로 1000km 이내에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여건 속에서 우리가 담당하여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생각하여야 하는 현실이다. 특히 21세기는 여성화시대가 된다고 했다. 여성화 사회 속에서의 패션업계는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 중소기업형 중심의 업태, 프라이베이트 브렌드(Private brand)가 중심이 되는 그리고 마케트 인(Market-in) 개념의 운영체계가 기간을 이루는 패션 사회가 된다는 전제가 있다.동쪽으로 인구 1억 2천의 일본, 서쪽으로 인구 13억의 중국을 껴안고 있는 한국이다. 여성화 시대의 특징에 걸 맞는 패션의 전개가 서울을 기점으로 발휘되어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의 수도의 머리글자 두 개씩을 따다가 만든 "BESETO"라는 글자 다웁게 동과 서와 협력을 하면서 조화롭게 아시아의 패션을 탄생시키고 리드할만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밝은 시민사회, 모랄(moral) 중심의 사회 건설에 노력하여야 하고 대학은 기초가 튼튼하고 국제적인 센스가 넘치는 인재육성을, 패션업체는 소비자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센스의 제품을 만들어내어 그 어느 지역보다도 앞서야 한다. 조직만 만들어졌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소재업체나 어패럴 업체 할 것 없이 이러한 기구의 운영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발(啓發)함으로서 아시아 패션 리더로 발전하고 이것이 곧 새로운 세계 패션의 리더로 이어진다는 확고한 자각하에 슬기롭게 매진하는 것이 우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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