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昇柱 국제염직 회장유명을 달리하신 憲岩 白煜基 회장님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면서 청천벽력같은 충격을 안고 삼가 영전에 추도사를 올립니다. 憲岩이시어-회자정리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우리 인생의 섭리라지만 그토록 다정다감하고 당당하셨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다니 비감한 마음 그지없습니다.그동안 우리는 헌암의 身命을 걱정하기는 했으나 타고난 건강과 강인한 의지로 회복의 날이 올 것으로 은연중 기대해 왔는데 임종이라는 비보를 접하게되니 너무나 황망스럽고 억장이 무너저 무어라고 슬픔과 허망한 마음을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돌이켜보면 헌암께서는 그 일생이 우리나라 섬유산업 성장사와 궤도를 같이하고 있습니다.명실공히 대구·경북지역 직물업계의 代父셨으며, 국내섬유업계의 산증인이시기도한 헌암께서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일제시대인 16세때 포목상으로 섬유와 인연을 맺으셨습니다. 작은 체구와 달리 당찬 기품으로 한국의 등소평이란 별칭을 받으신 헌암께서는 섬유업계의 진정한 지도자였으며 불세출의 경영인이 셨습니다. 또한 헌암께서는 어떤 역경도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와 과감성 그리고 남보다 항상 먼저 앞을 내다보는 경영감각과 추진력으로 업계의 존경을 받아 오셨습니다.6.25전란으로 조국산하가 황폐해진 1950년, 동국직물을 설립하셨고 1965년엔 수출에도 눈을 돌려 동국무역을 설립하는 등 세계 최대규모의 종합 섬유메이커인 동국무역그룹을 일구어 56년간 섬유立國의 주역으로써, 그리고 업계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조정자로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 해오셨습니다. 헌암께서는 불황이 닥쳐 재고가 산더미같이 쌓여도 시장에 미칠 충격을 막기위해 결코 그것을 헐값에 처분하지 않으셨고 종업원들을 자식처럼 아끼시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보람과 종업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로 공장을 짓고 생산해 온 일생에 긍지를 느낀다"고 말씀해오셨습니다.헌암께서는 또한 "섬유는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섬유산업은 영원하다는 신념으로 섬유만 고집스럽게 집착해 오셨습니다.그래서 30대 그룹이라는 막강한 재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재벌들처럼 첨단산업분야 진출이나 부동산투자 등 재테크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직 섬유에만 전념해 온 진정한 섬유인이셨습니다.수출은 바로 국가이익이며 애국이라는 철저한 경영이념으로 1990년에는 5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려 불황에 허덕이던 업계에 광명을 비추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팔순를 넘겨 유명을 달리하시기 얼마전까지도 헌암께서는 아침 9시에 출근, 저녁 7시에 퇴근하는 정력을 보이시며 수출시장을 손수 점검해 오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헌암께서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꿈이 많지 않습니까. IMF란 전대미문의 국난을 맞아 수천개 협력 업체에 피해를 주지않기위해 가장 편한 방법을 버리고 자신의 재산과 명예를 포기한채 워크아웃을 감수하셨고, 노심초사 진력 한 끝에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 워크아웃졸업을 눈 앞에 두고 있지 않습니까. 통한의 세월 속에 맺힌 한을 풀 수 있는 마지막 단계에서 노환에 시달리시게되자 이번에는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며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링겔주사까지 거부하셨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저희 후진들은 위로 인사마저 자주 올리지 못한 죄책감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저 이승주는 우리 섬유업계의 위대한 지도자이신 헌암의 그 다정다감하고 인자한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뵙지 않고는 평생의 한이 될 것 같아 지난 1월 7일 무례를 무릅쓰고 병실을 찾았을 때 눈을 지긋히 감으시면서 '고맙구만' 한마디만 하셨습니다.그토록 대범하시고 기풍당당하신 모습은 어디로가고 쇠락한 표정으로 제손을 잡았을 때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오열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제가 뵈온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지금 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시련기에 접어든 우리 섬유업계의 위기타개를 위해 헌암 백욱기 회장님의 깊은 경륜과 一念通天의 혜안이 그 어느때보다도 절실한데 그렇게 눈을 감으시면 어찌하라는 말씀입니까.한학자이시던 선친의 영향을 받아 '어질고 순하게 살라'는 가훈아래 8남매의 다복한 가정을 꾸려오신 憲岩 白煜基 회장께서는 21세기 초일류국가를 향한 필연적 과제인 지역간·계층간 갈등을 허무는데 가장 먼저 앞장서시는 등 시대의 변화를 일찍 감지한 혜안의 주인공이십니다. 국민훈장 석류장과 동백장 그리고 금탑산업훈장, 5억불 수출탑 등 수많은 훈·포장이 웅변해주듯 헌암께서는 동국무역구룹의 총수로서, 그리고 섬유업계의 代父로서 이땅의 빈곤을 퇴치시키고 오늘의 국가번영을 주도한 큰 별이셨습니다.그러나 이미 유명을 달리하여 영원한 안식처로 떠나시는 憲岩 白煜基 회장님을 목놓아 불러보고 탄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주체할 수 없는 서러운 눈물만이 앞을 가립니다.이제 우리 후진들은 섬유업계의 큰별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딛고 그 높은 뜻을 계승하여 21세기 초일류 섬유입국의 꿈을 기필코 달성하겠습니다. 끝으로 헌암에게는 자질이 출중하고 훌륭한 자제들이 많아 유업을 더욱 번창하게 할 것이오니 후사를 걱정마시고 이제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평안히 잠드소서. 오늘 李昇柱는 두손 모아 憲岩 白煜基 회장님의 명복과 영생을 하늘 우러러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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