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화섬산업이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가운데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화섬협회 회장 선출을 놓고 심한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업계 사장이 맡아온 회장자리가 공석이 된지 1년이 되도록 후임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가운데 업계 대표가 한사코 회장취임을 고사하고 있는데다 급류를 탔던 상근회장제 회귀방안에 대해 정관개정 승인권을 갖고 있는 산자부가 반대의사를 밝혀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과정에서 최근 본인의 완강한 고사에도 불구, 박영대 성안합섬 부회장의 회장 추대설이 본격 대두돼 그의 수락 여부가 주목되고 있으며, 끝내 고사할 경우 원점에서 다시 상근회장제 도입문제가 재론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화섬협회는 구랍 21일 정기총회를 열고 전임 한형수 회장 퇴임이후 장기간 공석중인 후임회장을 선출할 방침이었으나 뜻하지 않은 산자부의 상근임원 추천설로 새해 예산안마저 통과시키지 못하고 1월중에 다시 총회를 소집키로 했다. 이날 회장선출과 예산안 통과가 안된 배경은 업계에서 아무도 회장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고사하고 있는 상항에서 불가피하게 상근회장제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에 산자부가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화섬업계 사장단은 그동안 내부조율을 통해 향후 1∼2년이 세계화섬시장이 요동을 치는 중대고비이며, 교역 당사국의 무차별 앤티덤핑제소로 업계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대시점에서 유능한 회장 선출이 절실한 당면 문제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따라서 업계후임회장 1순위로 여겼던 코오롱의 조정호 사장과 휴비스의 조민호 사장,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효성의 조정래 사장 등이 워낙 많은 업무를 관장해 여력이 없다고 고사하는 바람에 차선의 대안으로 9년전처럼 상근회장제로 회귀해 통상외교의 권위자이자 세계 각국 화섬협회와 깊은 친교를 유지하고 있는 현 이만용 부회장을 추대할 방침이었다. 때마침 이만용 부회장의 임기가 1월말로 만료돼 상근회장으로 추대해 업계의 당면애로를 해결하는데 총력을 다하도록 체제를 개편하자는데 상당수의 사장들이 공감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업계의 움직임을 간파한 산자부가 제동을 걸어 일단 1월 총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산자부의 이같은 제동은 부내에 보직을 못 받고 있는 고참과장급을 화섬협회 상근부회장으로 보내기 위한 포석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업계 사장단의 반응이 상당히 시큰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 사장단은 총회에 앞서 산자부 고위당국자의 요청에 의해 시내 모처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양측의 입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업계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산자부 고위당국자는 드러내 놓고 얘기는 하지 않았으나 업계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선에서 머물렀으나 업계측은 기본적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거부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화섬협회가 업계의 권익단체로서 가장 중대한 시기에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인사가 상근책임자로 취임해야 하는데도 업계의 검증 없이 사람을 보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산자부가 불가피하게 상근책임자를 천거한다면 수용은 하되 당사자에 대한 검증은 거쳐야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 것도 이 때문이다. 화섬업계는 또 드러내 놓고 얘기는 않고 있지만 협회가 지금까지의 위상을 감안하더라도 상근부회장급은 산자부 과장급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산자부가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강행할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만용 현 부회장(회장대행)은 "자신은 아무런 욕심이 없다"고 전제, 이미 이날 총회에서 고별인사 비슷한 발언까지 할 정도로 마음을 비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시기적으로 가장 어려운 때에 업계의 요구가 있으면 기꺼히 봉사하겠지만 자리에 연연해 후진들에게 추한 꼴을 보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후임회장에 박영대 성안합섬부회장이 부각되고 있다. 박부회장은 공진청 차장을 역임한 상공부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정부와 폭넓은 인맥은 물론 친화력과 지도력을 겸비하고 있어 최상의 적임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향력 있는 효성측이 선뜻 찬성하지 않고있는데다 박부회장자신이 고사하고 있어 수락여부가 불분명한 상태. 따라서 상근회장문제를 놓고 다시 원점에서 재론될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연말을 넘기고 있다. 과거에는 단체장을 하나의 감투로 여겨 자천이 무성했으나 지금은 자천은 없고 타천만 무성해 세태의 변함을 실감케 하고 있다. <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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