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 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인생 막장을 맞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더구나 정치인의 설화(舌禍)는 당사자는 물론 그가 속한 정당까지 엄청난 곤경에 빠뜨리게 한다. 4.10 총선을 앞두고 금배지를 노린 무수한 후보들이 입방정으로 공천에서 탈락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 더구나 말에도 지문이 남는다. 10년 20년 전에 무심코 뱉은 궤변과 요설, 독설이 부메랑이 되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이 다반사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17대 총선에서 정동영의 노인 발언과 19대 총선에서 8년 전 막말로 김용민이 혼쭐이 났다. 21대 총선에선 김대오와 차명진이 설화 사건으로 금배지를 놓쳤다. 최근에는 뜬금없이 대통령실 수석이 회칼 테러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사퇴했다. 정봉 
주, 도태우, 장예찬, 양문석 등이 ‘ 다 먹은 밥’ 에 코 빠졌다. 여야 모두 도긴개긴 도토리 키재기다.

핵심과 디테일의 차이 대구시 · 경북도

본질 문제로 돌아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질게 황폐화 되고 있는 대구 산지에서 지난 13일 어김없이 ‘PID 2024’ (대구국제섬유박람회)가 열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거물 정치인인 홍준표 대구 시장 취임 이후 줄이고 깎인 예산 5억 원대의 옹색한 살림살이에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함께 우쿠라, 중동 양대 전쟁 와중에 열린 섬유박람회라 썰렁할수 밖에 없었으나 주최측이 각고의 노력과 획기적인 기획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올해부터 가성비 떨어진 보여주기식 해외 바이어 유치보다 53조 금맥이 걸린 내 
수 패션 시장을 겨냥한 방향 전환이 그런대로 적중한 것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제조업의 흥망성쇠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육성 정책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대구시 수장인 홍준표 시장의 환영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개막식 환영사에서 섬유 사양론에 대한 고정 관념이 투철한 홍 시장이 섬유인의 가슴에 대못질을 할 폭탄성 발언이 재연될까봐 참석자들이 가슴을 조아렸다. 
홍 시장은 “대한민국 섬유산업을 이끈 중심 도시로써 대구는 이제 산업 구조 대개편을 통해 거대 신산업 구조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지금까지 있게 해준 대구의 중심 산업인 섬유산업을 등한시 할수 없기에 새로운 시대에 걸맞 는 새로운 섬유산업의 길을 모색하고자 오늘 이 전시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쪼록 새로운 트렌드로 새로운 섬유산업 의 재구조화를 통해서 섬유산업이 다시 한번 이 나라의 중심 산업으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달랑 세 마디 환영사를 마치고 전시장을 둘러보고 돌아간 홍 시장은 이날 지난해처럼 “섬유산업은 과거 산업”이고 “지금 대구는 5대 첨단산업기지로 탈바꿈했다”는 논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평소 섬유 사양화 시각이 강한 데다 지난해 9월 밀라노 
출장이 불발된 이후 섬유업계 인사와는 접촉을 끊은 홍 시장의 섬유산업 시각이 바꼈는지 아니면 마지못해 겉치레 인사인지 알쏭달쏭했다.
반면 이철우 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김학홍 경북도 부지사는 “경북도는 우리 섬유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및 산업용 섬유로 거듭나며 열심히 뛰고 있고 이에 발맞춰 경북도는 미래 전략 수준에서 탄소 및 친환경 소재 육성을 위해 ‘탄소 부품 설계센터’ ‘ 탄소 소재 부품 팩토리’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경북도가 대구 섬유산업 재도약의 밑거름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전제, “섬유산업이 제2의 전성기, 사라지는 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살릴 첨단산업으로 다시 발 
전하길 바라며 모든 역량을 발휘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권역의 지자체 수장으로서 ‘처삼촌 묘 벌초하는 식’ 의 홍 시장 발언과 진정성을 갖고 섬유산업 재도약을 강조한 경북지사의 인식과 사고는 천양지차였다. 물론 사람이 한꺼번에 바뀌기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발전의 일등 공신이자 대구의 
뿌리산업인 섬유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홍 시장의 위험한 섬유 사양론이 하루빨리 바뀌기를 기대한다.
중언부언하지만 어떠한 첨단산업도 대체제에 기민한 대응을 못할 경우 사양화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가 6배나 커 2026년 세계 섬유 패션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에 달한다는 유럽의 전문 기관 보고서를 참조해야 한다.
세계의 100대 부호 중 섬유 패션 기업인이 가장 많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난공불락 세계 1위 부호인 프랑스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비롯 자라, 망고,H&M, 유니클로 회장들의 면면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비록 장강의 뒷물에 앞물이 밀려나듯 대구 산지의 1인 이상 섬유 관련 기업 4,500개사가 찢기고 할퀴고 있지만 아직도 전후방 산업이 가장 잘 발달된 곳이 대구 산지다. 프랑스 이태리 하청 기지였던 스페인이 자라, 망고를 배출하듯 이 같은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유망지역이 대구다. 홍 시장 같은 정치 거물들이 섬유패션산업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한국판 유니클로를 만들려는 의지와 철학이 있다면 우리 섬유패션산업 판도가 바뀔 수 있다. 
과거 70년대 평생을 군복을 입고 나온 상공부 장관의 섣부른 섬유 사양론이 섬유산업 발목을 잡은 전철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홍 시장의 섬유 사양론이란 위험한 사고가 남아 있다면 하루 빨리 바로 잡기 바란다.

신한산업 · 한신텍스서 배우자

문제는 기업의 생과 사는 기업 스스로의 책임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무엇을 해주기보다 기업 스스로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 전제는 투자다. 첨단자동화 설비, R&D, 차별화 마케팅에 올인하면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
하나의 예증으로 국내 최대 아웃도어 염색가공 및 코팅 전문업체 신한산업 화이트브로우는 지금도 5월 말까지 오더가 꽉 차 24 시간 풀 가동하고 있다. ‘고어텍스’ , ‘ 퍼텍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맞짱을 뜨고 있다. 독보적 차별화 원단에 ‘ 화이트브로우’ 란 브랜드를 입힌 후 폭풍 성장하고 있다.
대구의 중동용 폴리로브 직물업체인 한신텍스 한신특수가공은 중동전 악재에도 오는 9월 말까지 오더가 꽉 차 있다. 1년 365일 오더 걱정을 안 한 곳이다. 이 밖에도 많은 업체들이 코로나 사태에도 엔조이하고 있다. 요인은 차별화와 투자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요술은 없다. ‘PID 2024’ 에 출품한 업체수가 늘어나고 친환경, 고기능성 소재로 승부하려는 의지가 드러 났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된다. 미국의 의류 오더도 긴 겨울에서 깨어나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사즉생(死卽生) 각오면 안 될 것이 없다는 신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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