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방 고정 관념 털고 차별화 신소재 메이커 우뚝

시대적 변화, 2012년부터 베트남 진출, 성공 신화
호찌민 인근 바우만 공단에 면방적, 사염 5개동 가동
면방만 16만여 추 풀가동 등 리사이클·울·혼방 신소재 양산

품질·가격 경쟁력 갖춰 다품종 소롯트·소품종 대량 생산 동시 구축
역사가 자랑이 아니다…변신하는 기업이 장수 만세 부른다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이 피탈(被奪)된 36년의 치욕의 역사 중반인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 자본에 의해 대형 면방 공장이 영등포에 세워졌다.

민족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교육자인 김성수 선생이 면방적 공장을 세워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근대사가 시작됐다. 동아일보와 고려대학교를 설립한 인촌 김성수 선생이 경성방직(경방)을 설립하면서 국내에 면방 산업이 싹을 텄다.

이후 일본에 있던 면방직 공장들이 하나 둘 한국에 둥지를 내렸다. 해방 직전 연합군의 폭격으로 일본에 있는 면방 업체들이 한국으로 이전해 면방 산업이 크게 번성했다.

지난 10월 5일로 창업 101년을 맞은 경방(회장 김준)은 영등포 공장 자리에 2009년 초현대식 백화점인 타임스퀘어를 세워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974년에 세운 용인공장도 2만 5900추로 시작해 8만 1000추 규모로 증설했다.

88년에 설립한 광주 공장은 5만 8000추 규모로 운영해왔다. 국내 설비가 링정방 부문에서 10만추를 훨씬 상회하며 면방 산업의 맏형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왔다. 김준 회장이 대를 이어 방직협회장을 맡고 있지만 선친인 김각중 회장은 섬산련 회장, 전경련 회장으로서 업계의 훌륭한 지도자로 활약했다.

면방산업을 민족 자본으로 세워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공로와 역할에 김 준 회장의 조부(祖父) 김용완 회장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헌신한 거목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국내 경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방도 베트남에 새 둥지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2012년부터 호찌민 공항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바오방 공단이 있다.

1·2·3 공장용 부지 16만 5000 SM 규모의 방직 공장 부지를 1차 확정하고 대규모 공장을 완공했다. 1·2·3 공장에는 스위스 리이터에 최신형 정정방기 10만추 공장을 설립해 1·2 공장은 코마사 전용 공장으로 가동하고 있다.

3공장은 CVC 전용 공장과 차별화 소재 라인으로 가동하고 있다.

1·2·3 공장이 본격 풀가동하면서 용인공장 설비와 광주공장 설비, 현지에서 구입한 설비를 함께 수용하는 기존 공장과 다소 떨어진 공단 입구에 매머드 공장을 또 하나 설립했다.

5만 추 규모인 4공장은 10월에 2만 6400추를 가동하고 나머지 2만 3600추는 11월부터 본격 가동하게 된다.

편의상 1·2·3 공장을 1-A, 1-B, 1-C 공장으로 명칭을 바꿔 통합 1공장으로 명칭하고 새로 가동에 들어간 4공장을 2공장으로 부르고 있다. 이와 함께 1공장 3개 동 건너편에 대형 사염공장까지 세워 풀가동중이다.

약 1200여명의 베트남 현지 직원과 한국 기술자 20여명이 근무하며 글로벌 생산기지로 탄생했다.

국내 대방 중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해 16만 5000추 규모의 면방적 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성공 사례를 면방사에 알려 국내 면방의 베트남 엑소더스를 견인했다. 지난 8년간 베트남 진출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고통을 교훈 삼아 탄탄대로에 들어선 경방은 이제부터 단순한 면사 생산에서 차별화 신소재 개발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의류 벤더와 패션 기업들의 차별화, 고급화를 지원하고 고부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별화 소재의 다품종 소롯트 생산은 물론 소량 다품종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 양의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고 숏 딜리버리 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한 것이다

“베트남 진출 기업 중 텐셀 모달 울 리사이클 등 혼방사로 다품종 소량생산과 대량 생산 체제를 동시에 구축한 기업은 경방이 최초일 겁니다.”

경방의 베트남 공장 설립 배경은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지난 2000년대 돌입하면서 세아와 한세 등 국내 벤더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을 확대하고 있을 당시만해도 경방은 과테말라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3곳 중 최적지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시장조사단을 구성해 꼼꼼하고 세밀하게 공장부지를 조사해왔다.

“사실 110년 한국 섬유산업의 근간이 되어온 경방의 역사를 가늠하면 해외 공장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결심이 아닐 수 없었어요. 기존 용인공장의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면서 신규 공장 설립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던 참에 중국 내수가 커질 경우 가장 최적지인 베트남에 제1,2 공장을 건립해 완공해 경방타워를 구축하게 됐지요. 이달 1공장 가동에 이어 내달(11월) 2공장 가동까지 시작하면 최대 규모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다양한 혼방사를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며 경방 김경백 전무는 전한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빈중의 바오방 공단에 위치한 경방 베트남 공장은 봉제, 방직 생산 모든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

“과테말라는 지리적 이점과 카프타(CAFTA), 미국 수출시 노 텍스(no-tax)인 점등 이점이 많은 반면 인력관리가 어렵고 임금 상승률 증가와 방직공장이 위치한 곳들이 화산지대에 인접해 있어 잦은 지진이 일어나 전기 생산이 불가하다는 큰 어려움이 있지요. 인도네시아 역시 베트남에 비해 많이 어려운 시장입니다.”는 경방 김준수 영업 본부장의 설명이다.

특히 타 방직회사와 달리 노후설비가 아닌 새 설비로 모든 혼방사 라인을 베트남에서 구축했다는 점에서 눈부신 출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방은 올해 신소재를 지속가능한 소재에 초점을 맞춰 다품종 소량 생산과 대량 생산을 모두 만족시킬 참이다.

그 중 경방이 그동안 시장을 리드해오면서도 업체의 니즈를 파악해 용인 생산기지를 통해 원가를 절감시켜 가격경쟁력을 크게 높이면서 단납기가 가능해졌다.

올해 가장 주안하고 있는 분야는 리사이클 섬유로 CVC를 통한 경방의 리사이클 폴리에스테르가 국내외 바이어를 상대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에 앞서 경방은 코마사, CVC 등의 생산성과 품질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상당 부문 확보한데 이어 울(WOOL)의 대중화를 선포해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에 열린 ‘프리뷰인 서울(PIS)’에서 선보여 국내외 바이어로부터 절찬리에 호평을 받은 ‘울트라(WOOLTRA)’가 올해도 해외 바이어는 물론 국내 패션 업체들로부터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방이 F/W 시즌용으로 개발한 ‘울트라’는 울 혼방 제품으로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쾌적성과 보온성이 뛰어난 장점을 자랑하고 있다.

울은 고가 의류 소재란 점에서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에 다소 부담을 느끼지만 경방은 이 같은 거부감을 완전 불식 시켜 대중화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최상급 메리노울인 슈퍼워시드 울을 사용하고도 기존 울 원사(실) 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생산 공급할 수 있다. 물론 품질의 우수성을 갖추고 있어 국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베트남의 I-C 공장에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해 양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최단 시일에 공급하고 있다. 경방의 ‘울트라’가 최상급의 양모와 울 벌키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원료를 조합해 울 제품 가격 부담을 해소하면서 가성비를 높여 울 제품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경방은 또 사계절용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흡한 속건, 항균, 안티필링성이 우수한 4계절용 울 혼방 제품을 내놓고 있다. 겨울용으로 발열 기능을 갖춘 울트라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경방의 특화된 차별화 울 소재는 명품 수준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가격 부담 없는 울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전세계적으로 스포츠 기능성 웨어를 비롯해 약 4년전부터 울 함유량을 줄이고 일반 의류로 전환하려는 트랜드가 크게 늘면서, 경방은 항균 기능성을 탑재한 우수한 기능성과 가격경쟁력을 탑재한 울트라(WOOLTRA) 생산량을 크게 높이고 있어요”라고 강조했다.

‘울트라’ 시리즈뿐 아니다. 또 하나의 특화 소재인 청바지용 소재는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기능성이 뛰어난 친환경 발수 데님 청바지를 개발해 청바지 소재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데님은 눈이나 비를 맞으면 청바지가 젖어 축축해지고 물 빠짐이 생겨 속옷마저 오염되는 폐단을 피할 수 없다.

경방의 ‘V-CLASSIC’ 소재는 인디고&피크먼트 룩킹 제품이며 친환경 공법과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진 에코 데님이다. 20~40수 면과 폴리 텐셀 등 다양한 혼방을 적용해 눈·비를 맞아도 물을 튕겨내는 방수 데님을 개발했다.

여기에 물을 적게 사용하는 친환경 에코 데님으로 우븐과 니트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경방이 개발에 보급하고 있는 ‘PP(Pilling Prevent-Quick’를 천연 섬유 소재로 면, 모달, 텐셀 비율을 90%까지 사용해도 탁월한 필링성과 반영구적 흡한 속건성을 갖는 더불 기능사다. 스포츠·캐주얼 니트용으로 최적의 소재다.

여기에 ‘DPY-EST’ 기술과 ‘PP-QUICK’ 2가지 기술을 활용한 땀 방지 양면 원단을 개발해 겉감은 발수 기능으로 물을 튕겨내고 안쪽은 흡한속건 기능을 부여한 반영구적 기능성 원단을 개발해 절찬리에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폴리에스테르를 방사할 때 오메가를 첨가해 UV 차단 기능을 향상시킨 ‘OMEGACELL’, 일라이트(운모석)를 첨가한 항균&MRAS, 아토피 억제와 소취 기능이 뛰어난 CURECELL(나이키 신발 깔창에 사용 중)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세계 최초의 MVS 타임의 슬럽사로 번 아웃과 자카드 느낌을 주는 ‘MVS SLUB’, MVS로 방적해 면의 편안함과 린넨의 청량감을 동시에 갖는 ‘LINCOT’, 부드러운 터지와 필링성을 갖춘 'PPYARN', 등 면방 회사라기보다 차별화 신소재 메이커로서 위상을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 회사 김경백 전무는 “경방은 이제 단순한 101년 전통의 면방 종가가 아닌 일본과 이탈리아의 소재 메이커와 당당히 겨루는 글로벌 신소재 개발의 산실”이라고 전제, “국내 섬유 산업에 장기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핵심 소재 메이커로 거듭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방은 “코로나19가 극복되면 미국 시장은 V자로 쾌속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섬유 산업이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베트남 공장의 유용함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경방의 혼방사 생산 경쟁력은 양의 제한없이 중소 업체 등 양을 적게 쓰는 업체들의 고민까지 해결해주는 고객 맨투맨 마크를 통해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기업”이라고 어필했다.

한편, 경방은 국제 친환경 인증수여에도 활발한 모습이다.

현재까지 SOP MQP CAP LDSA 등 국제 스탠다드 인증을 비롯해 GRS와 ZDHC, GRS는 물론 지속가능한 의류연합 Higg Index까지 지속가능 분야에서 권위있는 국제 인증을 수여받아 안정적인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조정희 기자

 

베트남 2공장 전경
베트남 2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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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1공장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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