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전 제일모직 사장(현 사디학장)이 완강하게 고사하던 패션협회 회장직을 장고 끝에 수락했다. 근본적으로 협회의 재정이 바닥나 있고, 유기재 상근부회장의 퇴진에 따른,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빚어진 주무부처의 무리한 압력, 여기에 무엇보다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회원그룹간 갈등 문제까지 겹쳐 원회장은 한사코 손사래를 쳐왔다.그런 그가 어렵게 회장직을 수락한 것은 비록 난산과정을 거쳤지만 자신이 불참한 가운데 패션협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자신을 새 회장으로 선출한데다 삼고초려에 가까운 업계 중진들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고민 고민하다 수락은 했습니다만 어깨가 짓눌립니다. 기왕 결심한 이상 소명의식을 갖고 공평무사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야지요.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셔야겠습니다"지난 13년간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공석붕 회장의 뒤를 이어 새 회장으로 선출된 원회장은 자신의 의사와 달리 업계의 중의에 따라 중책을 맡았지만 패션협회에 걸맞은 위상과 모두를 아우르는 구심적 역할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각오를 밝힌다.고려대를 졸업,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73년 삼성물산으로 자리를 옮겨 섬유패션업무를 시작한 원회장은 의류부문장, 구주본부장 등을 거쳐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을 끝으로 지난달 퇴임하기까지 30년간 패션과 함께해온 간판 CEO. 브랜드 가치경영과 글로벌경영의 대가로서 이른바 빈폴 신화를 창조한 그의 탁월한 능력과 지도력이 부분적이나마 표류하고 있는 패션협회를 조기에 정상화시키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할지 주목되고 있다."이제부터 업무현황을 파악중이라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기는 성급합니다만 당장 해결해야할 현안들이 많아 시간 끌 여유가 없네요. 당장 발등의 불인 협회의 재정정상화 문제부터 효율적인 사업조정, 사무국 조직활성화는 물론이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회원사그룹간 갈등해소 문제가 시급합니다"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이 전력투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회장단을 비롯한 이사진의 전폭적인 협조가 선행돼야한다'고 전제한 원회장은 그러나 조급하지 않게 하나하나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다."저는 원칙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또 어느쪽에도 치우지지 않는 불편부당을 견지할 생각이고요. 이같은 대전제에서 볼 때 일부에서 걱정하는 회원그룹간 갈등은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패션협회 회원사그룹간 뿌리깊게 자리잡고있는 대립과 갈등해소 방안을 질문 받자 합리와 원칙의 중립성이 처방이라고 가볍게 응수한다."어느 단체이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화합을 통한 공동발전이 존재 이유입니다. 이런점에서 볼 때 패션협회는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함께 한국패션의 국제화를 선도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한국의 패션산업이 내수시장에만 안주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패션선진국과 자웅을 겨루는 국제화로의 도약을 위해 협회가 좀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다."아시다시피 이웃 일본만해도 패션협회는 생활산업과 관련된 전 분야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어요. 또 사무국 직원도 많고 협회의 위상이 웬만한 경제단체보다 높습니다. 한국패션협회도 이같은 위상과 역할을 다하도록 전력투구할 각오입니다"그는 또 "지난 13년간 헌신적으로 패션협회를 이끌어온 공석붕 명예회장과 10년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온 유기재 상근부회장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전제하고 말썽 많은 후임 상근부회장 선임문제는 "재정문제와 맞물려 있어 당분간 시간을 갖고 고려하겠다"고 의미 있게 말하기도."저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지난 6년간 소모방협회장을 맡아오고 있지만 단체장은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합니다. 하지만 무보수 단체장이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사사건건 일부에서 흔들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미련없이 사퇴할 각오가 돼있습니다"패션업계가 갖고 있던 병리적인 반목현상을 깨끗이 씻고 하나로 뭉쳐 화합과 공동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재삼 강조한다. 그리고 상근, 비상근 가리지 않고 인사문제부터 누구의 청탁이나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합리성과 객관성, 효율성, 투명성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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