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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눌린 멍에 '섬유단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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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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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유난히 춥고 고단한 겨울이 가고 벌써 완연한 봄이다. 대동강물이 녹고 개구리가 튀어나오는 경칩(驚蟄)이 내일모레이고, 춘분(春分)이 20일이니 성큼 봄 속에 파고들었다.그러나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상살(相殺)의 정치권은 4.15총선을 앞두고 7·8월 독사처럼 독기를 휘두르고, 경제는 아직도 바닥을 헤매면서 '주식회사 한국경제'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듣기만 해도 오싹한 실업자 82만5000명 여기에 370만명에 달한 신용불량자들의 누렇게 부황든 모습이 우리 모두를 살 떨리게 한다. 이같이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한국호의 대위국(大危局)속에 파렴치한 정치권은 지금도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들에게 4월 16일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로 착각하는 것같다. 오직 4월 15일밖에 없다.올해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중언부언같지만 옛 부터 '소금 먹은 놈이 물켠다'고 했다. '차떼기당'은 말할 것도 없고, '리무진과 티코' 논리를 내세운 궁색한 10분의 1 변명도 오십보 백보로 보여진다.이꼴 저꼴 안보겠다며 벌써부터 오는 총선에 기권하겠다는 자포자기설 체념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으로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럽다.다시 우리얘기도 돌아가 섬유단체의 2월 정기총회시즌이 마감되면서 중폭의 단체장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임기만료된 중앙단체는 물론 지방단체도 새인물로 많이 교체됐다.다행스럽게 모두가 사양하고 고사하는 이 각박한 세태에 헌신적인 지도자가 유임되거나 연부역강한 새로운 지도자가 많이 탄생해 갈채를 받고 있다.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표류하는 한국섬유산업을 정상 항해하기 위해 무거운 키를 잡고 있는 것이다.신임 단체장의 면면을 보면 18년동안 연합회를 이끌면서 먼지하나 풍기지 않은 김경오 니트연합회장이 지난 연말 화려하게 복귀했다. 재정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디자이너 그룹간 갈등과 대립을 빚던 패션협회는 공석붕 회장이 물러나고 패션 CEO의 간판스타인 원대연 前제일모직 사장이 취임했다. 섬유업종 중 가장 보수적인 단체인 방직협회도 주도권을 행사하던 서민석 동일방회장과 김영호 일신방 회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오너경영인으로 볼 수 있는 김정수 일신방사장이 전면에 부상했다. 여기에 방직협회가 출자해 설립한 KOTITI(섬유기술연구소) 역시 경방 김각중 회장의 매제인 이중홍 경방사장이 이사장을 맡았다.방협회장과 KOTITI 이사장의 교체는 나이로 보아 세대교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임회장이나 이사장 못지 않은 실세 또는 유능한 경영인이란 점에서 엄청난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염색조합연합회는 전임 곽태환 회장의 잔여임기 2년만을 채운 오병제 회장이 유임을 고사하면서 12년동안 대구 염색조합을 이끌어온 노련한 김해수 이사장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방모조합 김영식 이사장과 제면조합의 김홍식 이사장은 10년 이상 재임해오면서 헌신적인 노력을 경주해와 본인들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연임이 결정됐다.중앙섬유단체뿐 아니라 굵직한 지방조합들도 많은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이들의 역동적인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서울중부염색조합 조창섭 이사장과 부산경남염색조합의 백성기 이사장은 대안부재로 유임됐다. 여기에 김해수씨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은 대구경북염색조합의 방병문 이사장은 대어(大魚)로 꼽힐 만큼 업계의 신망이 두텁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18년 아성의 김상현 대구메리야스조합이사장 후임으로 선출된 장주형 이사장 역시 봉사정신과 지도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함께 대구직물조합의 정훈 이사장 후임으로 선출된 김태선씨도 대구견직물조합과 통합을 마무리해야할 어려운 책무를 자임했다. 이밖에도 각지방 단체장으로 교체된 인물들 모두 신망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섬유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든 이 어려운 난세에 하나같이 꽁무니를 빼는 척박한 토양에서 단체장을 맡은 이들 지도자들에게 진심으로 찬사와 갈채를 보낸다. 기왕 중책을 맡은 이상 꺼져가는 섬유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분골쇄신 전력투구해줄 것을 기대한다.차제에 우리업계나 정부가 분명히 되새기며 정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단체장은 몸과 시간과 돈까지 부담해야하는 어려운 자리이나 명예라기보다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 것이다.몸과 돈 시간 모두 앗긴다섬산연 회장을 비롯한 중앙단체회장이나 이사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1년에 몇억원 규모의 사재를 터는 경우가 허다하다.자기 기업 영위하기도 바쁘고 고달픈데 시도때도 없이 정부회의나 업계간담회에 참가해야하고 소속단체 업무를 챙겨야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나가는 돈이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피폐한 단체는 말할것도 없고 재정이 넉넉한 단체도 특정단체장은 아예 개인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방단체장도 마찬가지이다. 한달이면 보름이상을 공식·비공식회의에 불려나가야하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리뛰고 저리뛰느라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사재를 터는것도 중앙단체장보다 더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의 예증만으로 민병오 대구섬유산업협회장과 함정웅 염색기술 연구소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단체장하면서 아낌없이 탕진하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아예 자신의 기업은 부인에게 맡겨놓고 아침부터 밤까지 단체에 상근하는 덕목이다.한마디로 소명의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자리가 단체장이다. 단체장을 하려면 1등단체장처럼 확실하게 하고 능력이 안되면 아예 뒷전으로 물러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따라서 업계는 물론 정부도 이들에게 합당한 예우를 할 줄 알아야한다. 그들에겐 아무런 특혜도 특권도 없다. 오직 몸과 시간과 돈 뺏기는 머슴의 고통이 있을 뿐이다.희생과 봉사로 일관한 이들 숭상 받는 덕목들에게 딴지 거는 구태를 벗어나 우리모두 존경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本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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