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였다. 부도가 나기 직전에 다행히 외국인 투자자가 5억 달러를 들고 와 우리에게 10분의 1을 투자했다. 그런데 그 외국인 투자자가 1년 동안 나머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있기에 '지금 헐값에 기업들을 살 수 있는데 왜 가만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나도 사고 싶다. 하지만 막상 사려고 하면 장부가 두 개다. 이랜드는 장부가 하나여서 투자했다'고 대답했다. 그때 얻은 결론은 하나다. 정직하면 언제나 손해 본다. 그러나 결정적인 때는 정직해서 살아난다."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박성수 이랜드 그룹 회장이 최근 '나는 정직한 자의 형통을 믿는다'란 책에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털어놓았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22일 한국에서 열린 해외유학생 선교 운동인 '코스타(KOSTA) 코리아' 집회에 강사로 참석한 5명의 강연내용을 모은 것.박 회장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자는 의미로 사내에서 '기밀비'라는 항목을 아예 없앴으며, 여성차별이나 학력차별도 하지 않기로 하고 사내 여러 부문의 리더에 고졸사원을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제부터는 돈을 모으거나 쌓아두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니라 잘 쓰기 위해 벌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렇게 공개경영 원칙을 지키다보니 요즘처럼 재벌 총수들이 마구 불려가는 와중에도 두 발을 뻗고 잠들 수 있다"고 말했다.박 회장은 "봉급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샐러리맨이고 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은 비즈니스맨"이라며 "그보다는 하늘의 소명 때문에 일하는 콜링맨(calling man)이나 자신이 받는 봉급이상으로 많은 가치를 세상에 돌려주는 벨류맨(value man)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박 회장은 지난 80년 2평 남짓한 옷가게로 이랜드를 시작, 작년에는 8개 법인기업체, 50여개 브랜드와 25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키웠다. 지식경영을 모토로 내걸고 지난달엔 전경련이 수여하는 '2004 존경받는 기업인'대상을 받기도 했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