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화섬(대표 민성기)이 결국 경영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 24일 일산 280톤 규모에 이르는 구미공장 PEF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금강화섬은 25일 10시 이를 공시했고 증권거래소는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금강화섬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금강화섬이 원료가 상승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자발적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금강화섬은 지난해 1313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는 02년 대비 12% 감소됐고 영업손실과 경상손실도 지속했다. 금강화섬 관계자는 이번 조업중단과 관련 "조업재개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연초부터 화섬업계를 중심으로 회자되어 온 후발 화섬업체들의 위기설이 사실로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PET화섬업체들의 적자규모가 3천억원을 넘는다는 게 관련업계의 이야기이고 보면 금강화섬의 자발적인 조업중단을 이를 그대로 웅변해 주는 셈이다. 게다가 빚이 없는 대한화섬도 적자를 견디다 못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역시 이의 연장선상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금강화섬의 조업중단은 지난해 1월 화의졸업에 따른 자금난에다 원료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는데도 이를 원사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채 고스란히 끌어안으면서 가중된 유동성 위기를 더 이상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의졸업과 관련 보유한 자금 대부분을 채무변제용으로 사용됐고 설상가상으로 원료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결국 조업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낳게 했다.금강화섬은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원료구매와 관련 통상 3개월에 달했던 여신기간이 2개월로 단축됐고 또 올해 들어서는 1개월로 줄어드는 등 심각한 경영악화 상태를 지속해 왔다. 그러나 1개월에 달했던 여신기간도 지난 2월부터는 일주일 간격으로 보름 결제, 10일 결제, 1주일 결제, 5일 결제로 단축되는 등 더 이상 원료구매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자금난을 겪는 홍역을 되풀이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볼 때 금강화섬의 조업재개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올 들어 화섬업체들마다 원사가격을 다소 인상시켰다 하더라도 수요업체들의 가격인상에 대한 반발이 거센데다 원료가격 인상률이 원사가격 인상률을 웃돌아 지금도 생산을 지속할수록 적자만 누적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금강화섬의 입장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물론 경쟁업체들이 원료구매와 관련 여신 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조업재개가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문제는 금강화섬 노조다. 금강화섬 노조는 이번 조업중단은 인력을 감축하기 위한 구조조정 수순으로 여기고 본격적으로 대규모 농성에 돌입했다. 이와 관련 금강화섬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인수하던 노조의 농성은 가동을 재개하는데 역작용만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금강화섬 총 인력은 330명에 이르고 있으나 일산 28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풀가동할 경우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경쟁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며 회사가 정상화 수순을 밟을 수 있도록 노조의 신중한 자세를 촉구했다.한편 금강화섬의 PEF 생산중단으로 최근 타이트한 수급상황을 보이고 있는 레귤러 품종의 원사구득난은 더욱 극심한 상태로 치닫게 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대한화섬이 PEF 생산을 재개했다 하더라도 레귤러 품종에 대한 원사수급은 이미 타이트한 상황으로 전환된 데다 이 제품을 생산하는 화섬업체 대부분이 적자품목이라는 인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금강화섬의 조업중단 여파는 레귤러 원사시장을 크게 뒤흔들어 놓을 전망이다.(전상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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