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대구 산지는 희망이 있다

교도소 담장은 5미터에 이른다. 보통 사람 키의 거의 3배에 달해 탈출이 불가능하다. 요즘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유력 대선 주자 1,2위 두 명이 높은 교도소 담장위에서 위태롭게 서성거리는 모양새다. 고발 사주 사건과 대장동 특혜 사건과 연루돼 구린내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 과정에서 이 같은 추문성 동향이 적나라하게 까발린 적이 없다. 부인과 장모 문제에 이어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 무속· 주술 공방에다 뜬금없는 항문침 전문가까지 등장해 조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여배우의 신체부위 검은점 논란과 형수 쌍욕으로 구설수에 오른 1위 후보는 진영 내에서 감옥 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왕위에 오르겠지만 다른 한 사람은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왕권을 노린 당사자는 물론 충성을 맹세한 주변 사람들까지 줄줄이 굴비처럼 엮인 역사의 궤적이 벌써부터 스멀거린다.

천정 뚫린 원면· 면사 값 인상 초긴장

본질 문제로 돌아가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글로벌 공급능력 붕괴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천정이 뚫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 90달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석유화학 원료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설상가상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 대란으로 섬유 원자재 값이 치솟고 있다.

전력 소비가 많은 PTA와 MEG 공장가동이 제한받고 이 여파로 가격이 치고 올라가고 있다. 이 중 석탄 의존률이 높은 MEG는 한 주일 만에 톤당 100달러가 뛰었다. 소흥 일대 중국 섬유 공장들로 가동 일수가 주 3일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 여파로 국경절 연휴 이후 화섬사 가격도 덩달아 뛰는 추세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원면 가격 폭등으로 면사 값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국제 원면 값이 파운드당 1.20달러를 돌파해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투기 세력의 농간이 작용하고 있지만 미국면 주산지 텍사스에 비가 많이 와 작황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다. 인도에 홍수가 나고 병충해가 심해 작황도 나쁘고 수확기가 한 달 지연되고 있다.

콩 값이 오르기 무섭게 두부 값이 득달같이 치솟고 있다. 국내 면방사들은 지난주 긴급 사장단 회의와 업무분과위를 소집해 면사 값을 또 올리기로 했다. 코마사 가격이 고리당 720달러에서 770달러로 오른 지 며칠 만에 다시 820달러로 대폭 인상될 채비다. 원면 값이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면사 값을 과도하게 올린 면방업계가 “너무 심하다”고 원망하자 면방 쪽은 다른 소리다. 원면 값이 뛰면서 이에 따를 베이시스가 급등해 파운드당 15센트에 달한다는 것이다.

치솟은 원면 값과 베이시스를 포함해 코마사 30수 기준 고리당 순수 원면 값만 650달러에 달한다고 엄살이다. 여기에 방적비와 부자재, 모든 일반 경상비를 포함하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표정 관리하고 있다. 걱정스런 것은 면사 값이 폭등하면서 니트 원단을 생산 공급하는 원단 밀들이 생사기로에 서 있다. 구조상 6개월, 심지어 1년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니트 원단 밀들은 중간에 가격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유통바이어들이 끊임없이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중간에 면사 값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거래선인 의류벤더 역시 해외 바이어 핑계를 대며 가격반영을 거부한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면사와 염료, 조제 심지어 포장지, 운송비까지 치솟고 있어 무슨 축지법이 아니고는 눈덩이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 국내는 물론 베트남에 나가 있는 원단 밀들도 사색이 돼 고통스럽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상황이 가파른 것은 의류벤더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의류벤더 대부분이 베트남에 진출해 대규모 투자를 했으나 원수 같은 코로나 사태로 그동안 벌었던 이익을 통째로 토해내게 됐다. 코로나로 인한 베트남 정부의 셧다운이 생산, 선적 성수기에 자그마치 3개월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산을 못 해 이미 천문학적인 손해를 입었다. 10월 들어 지역에 따라 부분적으로 생산을 재개했지만 정상가동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유통업체들의 연중 가장 큰 대목인 11월 추수감사절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연말 홀리데이 시즌용 제품은 이미 선적이 늦었다. 궁여지책으로 10월까지 못다 한 생산을 마무리해 불가피하게 비행기로 실을 수밖에 없다. 벤더에 따라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에어차지’를 감당해야 한다. 타겟을 비롯한 일부 공신력 있는 바이어는 실상을 이해하고 에어 차지를 부분적으로 부담하지만 월마트는 한 푼도 어림없다. 국내이건 해외이건 섬유생산수출업계 모두가 피 말리는 고통에 휩싸이고 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불가측 사태의 코로나로 인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데 극복하기 어려운 가시밭길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면방, 화섬 메이커들이 역지사지를 생각해 원사 값 인상을 최소화하는 동반성장의식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고임금, 인력난이란 근본문제에 갇힌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겹겹이 장해물이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피땀 흘려 돈 벌어서 직원 월급 줘 본 일 없는 정치권이나 정부 관계자의 백면서생(白面書生)들이 저질러 놓은 경도된 정책이 기업의 줄초상을 강요하고 있다. 가파른 최저임금, 주 52시간, 외국인 근로자 부족, 기업하기보다 노조 하기 좋은 정책 등이 몰고 온 파고는 넓고 깊기만 하다. 오더도 가물지만 오는 오더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는 6000개 가까운 섬유의류기업의 해외 탈출을 강요했고 남아있는 국내 생산기업의 절반 이상이 2~3년 내 집단 소멸이란 사형선고를 받아놓고 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섬유 중소기업인은 기적에 가까우며 위대한 능력으로 찬사와 갈채를 보내야 한다. 이 엄혹한 상황에 섬유패션산업이 앉아서 죽기만을 체념하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일종의 범죄 행위다. 표현이 심할지 몰라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섬유패션산업의 기사회생을 위한 중흥전략을 분초를 다투어 서둘러야 한다.

주목 끈 대구 산지 통 큰 구조고도화 발상

때마침 대구경북 섬유 산지에서 독자적이고 선제적으로 통 크게 섬유산업 구조고도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을 떨칠 수 없다. 풍전등화 위기에 몰린 섬유패션산업이 자력으로는 각자도생이 불가능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조(兆) 단위 구조고도화 프로젝트를 마련해 차기 정부에서 성취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과거에도 고용비중이 가장 높고 서민의 일자리 대표업종인 섬유산업을 위해 정부가 통 큰 지원을 했던 전례도 있다.

대구경북 섬유업계가 이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도출하기 위해 간담회건 토론회 등 끝장 토론을 추진하는데 전폭 지지한다. 그래도 대구는 희망이 있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서울의 섬유산업연합회와 타 지역에도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