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 탓 그만 하자

열돔에 갇힌 한반도가 연일 인두로 이마 지지는 폭염에 파김치 상태다. 지친 일상에 설상가상 코로나19와 델타 바이러스 역병이 창궐해 모두가 ‘에비’하며 움츠리고 있다.

세상만사가 멈추고 지친 이 와중에 8개월 남은 대선 주자들만 용을 쓰지만 국민들은 무관심이다. 4류 정치가 변할 때도 지났으나 입에 도끼를 물고 경쟁자를 패대기치는 구태는 변함이 없다.

정치에서 오염된 타락되고 전복된 행태는 사회 구석까지 만연돼있다. 어느덧 무소불이 위세를 자랑하는 완장 부대의 악다구니는 국민 눈밖에 난지 오래다. 구원의 손길을 펼쳐야할 극렬 종교 집단까지 어깃장을 내며 국민 혈압을 올리고 있다.

때마침 휴가철을 맞아 웬만하면 짐을 쌀 법도 하지만 코로나 비상사태로 4단계가 연장돼 반기는 사람도 맞이할 사람도 없다. 매가리 없는 이 염천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무관증, 무관심 도쿄 올림픽이나 보며 시간을 때울 수밖에 없다.

공멸의 시계를 멈추는 비책은 자동화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섬유를 비롯한 중소기업 대다수가 기업 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생사기로의 거친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7종허들로 모자라 온갖 해저드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줄초상 비명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중언부언 하지만 인력난과 고임금, 고비용, 저효율 구조는 한계 상황을 넘어 기업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람은 없는데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인 백면서생 (白面書生)들의 객기가 몰고 온 파고는 넓고 길게 퍼져가고 있다.

내년 최저 임금을 5.1% 인상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기본급 5.1% 인상은 주휴 수당과 상여금, 퇴직금, 차상급 인상분 등을 포함하면 기업에게 갑절이 늘어난다. 5.1%가 아닌 10%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7대3 비율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섬유산업 구조속에 선적까지 막히고 있다. 해상운임이 작년보다 5~6배나 폭등했지만 배를 잡을 수 없다. 어렵사리 이삭 오더를 모아 컨테이너에 채웠지만 부산 신항에서부터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바이어는 납기 맞추라고 성화인데 컨테이너선이 없어 죽기 살기로 비행기로 실어내고 있다. 웬만한 중소섬유업체는 에어차지가 수억 원에 달한다. 원 바이어뿐 아니라 원단이 제때 공급 안 돼 생산이 중단된 봉제 소싱 공장의 라인브랭크 차지까지 변상해야 될 판이다.

기업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가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도 근본 문제에서 탈이 생겼다. 기업의 기본 요소인 자본과 설비․노동 중 결정적으로 사람이 없어 더 이상 영위하기 어렵다. 실업자가 아무리 많아도 제조업 현장에는 발을 끊었고 외국인 근로자는 코로나19로 공급이 안 돼 백방으로 노력해도 타개책이 없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주식회사 한국섬유산업은 속절없이 소멸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물론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에서 구태의연한 천수답 경영으로 기업을 유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2만 달러 시대에 안주했던 기업 경영체제를 3만 달러 시대에 유지하겠다는 것은 과욕이 아닌 무모함이다.

냉엄한 각자도생 시대에서 늦었지만 우리 섬유산업이 발상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마지막 남은 한 모금 물을 모래밭에 쏟는 절망적인 상황을 피할 길이 없다. 그 대전제는 투자다.

지금까지 한국의 섬유산업은 1년 365일 가동해야 정상 경영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믿어왔다. 적어도 일요일은 쉬어도 주 6일은 24시간 가동해야 돈이 남는 구조였다.

이 같은 사고 양태가 얼마나 후진적이고 천수답 경영인지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 52시간제가 언제부터 예고돼 왔는데도 준비를 안했다. 설마 그렇게 쉽게 시행되겠는가 하는 안일함에 길들여 있었다.

그러나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정부를 원망하고 공격해도 정부 정책을 변경할 수도, 비켜 갈 수도 없다. 악법도 법이다. 정부가 한번 결정한 정책을 포기하거나 물러설 리 없다. 욕하고 흉봐도 싫건 좋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다 죽는다”고 그토록 각혈하며 대들었지만 헛수고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노동정책을 항의해도 들은 척도 안한 것이 정부정책이다. 그만큼 업계의 소리는 모기 소리에 불과했고 준비와 대응이 부족했다. 정부를 설득할 능력도 없었고, 대응태세도 갖추지 못한 채 막다른 길에 몰렸다.

폐일언하고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도록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그 시작은 자동화 투자다. 중국의 5배, 베트남의 10배의 인건비와 돈보다 더 귀한 산업현장의 인력난을 극복하는 길은 자동화 투자 밖에 없다.

고성능 성력화 자동화 투자로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동화 설비 없는 기술개발은 구호이자 구두선일 뿐이다.

주 52시간제에 최저임금 인상, 결정적인 인력난 속에 끄떡 없이 성장하는 회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부산소재 (주)동진은 초일류 신발용 섬유원단 전문 메이커이다. 연간 매출 2000억 원에 순이익이 500억 원에 달한 이 회사가 요술을 부려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작년의 코로나 사태 때도 순이익이 380억 원에 달한 것은 동업계에서 가장 먼저 첨단 설비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동진과 성주 대영이 해답이다.

성주에 있는 가연 업체 대영화학도 자동화 초고속 가연기와 비행기 터보엔진의 컴푸레셔로 생산성을 높이고 전기료를 30% 이상 절감하고 있다. 패킹시스템에 로봇을 이용해 인력을 30% 이상 절감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로 알았던 중국과 당당히 경쟁해서 비교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차별화가 아닌 레귤러 제품으로 가격 경쟁까지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코로나 대공황 속에 지금도 생산이 달려 수출오더를 다 수행하지 못한 니트 직물 기업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를 내세워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은 비겁한 행태다. 중국, 베트남보다 현대화된 설비만 있으면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 삽질하지 않고 물이 고이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갈수록 빨라지는 섬유산업 공멸의 시계를 멈추는 것은 자동화 투자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공멸을 막는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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