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련 무성의 유감

대권 레이스에 경천동지할 특급 뇌관이 터지고 있다. 지지도 1위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가 징역 3년의 실행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다. 문재인 정권을 향해 ‘권력의 사유화’ ‘국민 약탈’ ‘부패 완판’ 등 도끼 발언을 퍼부었던 윤 전 총장에게 장모 구속은 ‘찻잔 속의 태풍’ 일지 ‘찻잔 밖의 태풍’ 일지 속단하기 어렵다. ‘장모가 10원짜리 하나 남에게 피해준적 없다’던 발언이 실언이 되면서 여권으로부터 융단 폭격이 예상된다.

국민 지지도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번 판결에 ‘사필규정’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억강부약’ (抑强扶弱)의 정치가 쉽게 먹힐지 속단하기 어렵다. 능력에 따라 빈부차가 극명하기 갈리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모두가 잘살게 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아직은 긴가 민가다. 빚내서 잔치하는 기본 소득 정책이 몰고 온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미지수다. 아무리 가정사라 해도 뒷골목 조폭들이 사용하는 육두문자 발언은 어떻게 수습할지 아리송하다.

대구 섬유업계 강한 응집력 확인했다.

출마 선언을 했거나 아직 하지 않은 잠룡들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인색하다. “누구도 한방이 없다”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인식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있다. 지지도 바람은 수시로 변한다. 불과 3개월 남은 대선 판도가 당사자들에게 훈훈한 동남풍이 불지 매서운 북풍 한설이 불지 예단하기 어렵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지난주 우리나라 염색업계 代父이자 중소기업계의 큰 별이었던 이승주 대구 국제텍(국제염직) 회장이 타계했다. 평소 고 이 회장으로부터 많은 사랑과 은혜를 입었던 필자는 빈소가 차려진 대구 성서 계명대 캠퍼스 동산병원 영안실로 달려가 수많은 조문객과 함께 하면서 많을 것을 느꼈다. 회자정리(會者定離)․생자필멸(生者必滅)을 피할 수 없지만 94세의 호상임에도 거목을 잃은 후진들의 충격과 아쉬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섬유업계를 대표한 노희찬 전 섬산련 회장(삼일방 회장)이 바친 추도사처럼 이 회장은 탁월한 기업인이자 숭상 받는 지도자였다. 염색연합회장을 맡아 세계 최대 염색단지인 대구 비산염색공단을 만든 혜안의 지도자였다. 염색연합회장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으로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용학 전 대농 회장, 이동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정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섬유염색산업 전성기를 주도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우뚝 선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소유 섬유센터 건립에도 당시 섬산련 회장단으로서 크게 기여한 중소기업계의 큰 별이었다.

그의 타계에 대구 섬유 단체장과 업계 중진들은 고 백욱기 회장과 박용관 회장, 민병오 회장처럼 섬유인 장을 추진했으나 고인의 유언에 따라 가족장으로 엄수했다. 다만 이 회장의 발자취를 기리는 정․ 관계․ 업계․ 단체 지도자의 조문이 그치지 않았고 각계각층에서 보낸 1000여 개의 조화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특히 대구경북 섬유 업계 중진과 단체장들은 발인 하루 전 저녁에 조정문 대경 섬산련 회장과 함께 단체 조문을 통해 고인의 타계를 애도했고 노희찬 회장의 추도사 낭독을 경청했다. 대경 섬산련이 회장단과 각 단체장, 중진들에게 연락해 단체 조문을 알렸고, 거의 대부분이 참석하는 성의와 예의를 표했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섬유염색업계의 큰 지도자이자 고목인 이승주 회장의 빈소에 서울의 섬유패션 단체장의 얼굴이 안 보였다. 섬유산업연합회 이상운 회장과 민은기 섬수협 회장이 보낸 조화가 수많은 조화 속에 섞여 있을 뿐 섬산련부터 회장을 고사하고 상근 책임자 얼굴도 안 보였다.

섬산련 섬유센터 건립 공신의 한 사람이자 중소기업계를 대표한 전임 섬산련 부회장의 타계 소식을 듣고도 최소한 지켜야 할 조문예의 마저 없었다. 한국 섬유산업연합회가 대경 섬산련처럼 산하 중앙 단체장에게 알려 조문하는 예의를 망각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섬유산업연합회는 업종별 단체의 큰 집이다. 아무리 각자 도생이라 해도 산하 협단체를 보듬고 가야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귀감삼아 하나의 예증을 소개한다. 대경 섬산련의 조정문 회장이 취임한 지 3개월이 채 못 됐다. 조 회장이 지난 4월 5일 취임 후 대경 섬산련의 현황을 파악해 본 결과 재정 사정이 열악하기 이를 데 없음을 확인하고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색이 대구경북 15개 섬유패션단체 종가인 대경 섬산련의 연간 예산 규모가 PID(대구국제섬유박람회) 개최 예산으로 대구시로부터 지원받은 33억 원이 전부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14명의 사무국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고 나면 아무 사업도 할 수 없는 빈 지갑이었다.

우선 재정 자립도를 위해 자신이 연 500만 원을 내고 부회장단도 200만 원씩 동참하도록 했다. 또 15개 협단체도 월 50만 원의 연 회비를 소폭 올리기로 했다. 서울의 화섬 메이커 최고 경영자들과 직접 만나 원사 시장의 텃밭에서 상호 소재개발과 정보교류, 협력 증진을 위해 대경 섬산련 특별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지역 산하 단체와의 유기적인 협력은 물론 어려움에 봉착한 지역 섬유산업의 활로 모색을 위한 다각적인 기획․조사․세미나 등에 필요한 특단의 소요 예산 확보를 위해 팔소매를 걷어 올리고 있다.

부자 섬산련과 가난한 대경 섬산련 사이

눈길을 끈 것은 조정문 회장이 자신의 기업 경영에 바쁜 와중에 취임 이후 산하 15개 협단체를 직접 찾아가 단체의 기능과 역할 실상을 파악하고 “대경 섬산련이 무엇을 어떻게 도와줬으면 하겠느냐”고 일일이 의견을 청취했다. 각 단체마다 어려운 재정 사정을 고려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고 화합과 단결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 대구 섬유패션단체의 한결같은 여론이다.

그렇다면 중앙과 지방 섬유패션 단체의 종가인 한국 섬유산업연합회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상운 회장이 작년 8월 19일 취임 이래 단 한번이라도 섬유패션단체를 방문해 현황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을 고민한 적이 있는가? 효성그룹 업무의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촌치의 시간이 달린 이 회장을 대신해 작년 12월에 취임한 김기준 상근 부회장이라도 이 같은 노력을 경주해야 하지만 아직 무소식이다.

연간 섬유센터 임대 수익이 150억 원 이상인 섬산련이 여유 있는 재정을 바탕으로 미우나 고우나 산하 협단체를 보듬고 가야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고 역할임을 명심해야 한다. 섬유센터 건립의 마중물 역할을 상당 수 협단체가 했음을 알아야 한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섬산련이 빈 지갑 대경 섬산련에 비해 싱크탱크 역할에 충실하면서 협단체를 보듬고 가는 아량과 배려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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