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변화와 혁신 멀었다

지난달 한· 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자평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속이 확실히 달라졌다. 되바라진 소리지만 과거 경제를 ‘겡제’로 부르던 전직 대통령의 허당과 달리 경제와 기업을 챙기는 행보가 변했다. 무엇보다 경제계의 최대 이슈라 할 수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에 대한 인식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 연설 때도 진일보한 면이 있었지만 2일 4대그룹 대표와의 첫 오찬 때는 사실상 노골적으로 심중을 털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재용 사면복권 건의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성급한 예단이지만 문 대통령 권한으로 풀어줄 날이 임박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방귀가 잦으면 변이 나오게 돼 있다. 기왕 석방시킬 바엔 오랫동안 뜸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지금 세계는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 이다. 전문 경영인이 권한을 대행한다 해도 총수가 아닌 일명 ‘야도이’는 진두지휘에 한계가 있다. 권력이 줘도 조지고 안줘도 조지는 속성의 피해자에게 말 3필 공여 죄목으로 장기간 가둬두어선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여론이다. 국민의 70%가 바라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은 때가 이제 됐다고 본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 와중에 우리나라 수출이 물 만난 고기처럼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수출이 작년 동월보다 45.6%나 급증한 507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를 타고 32년 만에 가장 큰 회복세다. 물론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수출이 효자노릇을 했다. 이 로써 올 들어 5월말 현재 우리나라 전채 수출은 2484억 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연말까지 연간 수출 규모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진다.

5월 중 섬유 수출도 덩달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사태로 폭망 했던 작년 5월에 비해 기저 효과도 있지만 주요 수출국이 모두 증가했다. 실제 5월 섬유 수출이 작년 동월보다 58%나 급증했다. 코로나로 멍이 든 작년 4월 이후 금년 2월까지 이어진 수출 절벽이 3월부터 신장세로 돌아서 4월에 이어 5월에 급증현상을 보였다.

섬유 원료· 사· 직물· 제품 모두 신장세다. 주요 수출국 20개 국가 중 대부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 중 터키는 171%, 미국 100%, 방글라데시 150%, 멕시코, 말레이시아까지 세 자리 숫자가 증가했다. 국내에서 생산 수출된 금액뿐 아니라 해외 소싱 기지를 통해 수출되는 규모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언부언하지만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 듯’ 수출이 증가하는 양지가 있는 반면 오더 고갈로 생사기로를 헤매는 음지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의류 벤더와 면방, 화섬은 실적 호전으로 즐겁지만 국내 산업의 주종이자 허리부분인 대구 화섬 직물과 경기북부 화섬 니트는 공황의 대재앙 상태다. 백신 접종이 급증하면서 미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이상하리만치 대구 화섬 직물과 경기 화섬 니트 직물은 수출 시황이 흉년 중에 흉년이다. 더욱 망연자실 분통이 터진 것은 중국과 대만은 호황인데 한국 미들 스트림만 젬병이다.

단순히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설사 코로나가 종식된다 해도 앞날은 시계 제로다. 대구․경기북부는 코로나 와중에 벌써부터 마의 여름 비수기에 돌입하고 시기도 6월부터 앞당겨 시작되는 중이다. 봄철 성수기를 허송하고 불황에 비수기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구 화섬 직물과 경기북부 니트 직물은 사실상 국내 섬유산업의 최후 보루다. 그동안 20여간 시난고난 앓다가 자칫 치유 불능의 중증 상태로 번졌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다. 오더가 고갈되자 가동률이 축소되고 가장 먼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생산현장의 버팀목이었던 외국인 근로자부터 내보냈다.

뒤늦게 가동률을 높이려고 사람을 찾아 백방으로 헤매도 내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외국인도 씨가 말랐다. 내보낸 외국인은 타 업종으로 갔거나 본국으로 귀국했다. 코로나 때문에 송출 국가들이 인력을 안 보낸다.

작년에 국내 중소 제조업체가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비전문 취업 E9비자) 인원은 2만1666명이었지만 11%인 2437명만 입국했다. 대구, 경북, 부산지역 섬유· 염색관련 업체들이 불황 속에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더가 와도 일할 사람이 없어 오더를 받을 수도 안 받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설상가상 7월 1일부터 주 52시간제가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생산현장에 3교대 할 인력도 없지만 근로시간이 줄어 임금이 줄어들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불문가지다. 결국 붙들자면 임금을 더 줄 수밖에 없으나 이미 지불능력이 없는 기업들은 감당할 능력이 없다. 우리나라 섬유산업 버팀목인 대구 염색 산업공단도 비상이 걸렸다. 30년 업력의 중앙나염이 지난달 말 공장을 매각하고 폐업한 것도 앞날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복통 터진 것은 이뿐만 아니다. 어렵사리 이삭오더를 모아 수출을 하려고 해도 컨테이너를 잡을 수가 없다. 운임이 작년에 비해 3배나 뛰었지만 돈을 주고도 배를 못 잡아 선적이 제때 안 된 고통이 이만 저만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우습게보고 세계 7위, 한국 1위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알량한 박근혜 정부가 저지른 업보를 톡톡히 겪고 있다. 여기에 소득도 성장도 없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몰고 온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을 골병들게 만들었다. 다음 달에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확정된다고 하지만 더 올리면 중소 제조업은 간판내리고 문 닫을 수밖에 없다.

-화섬사· 직물 주 시장 터키가 심상찮다

당장은 섬유수출이 늘어나서 반갑지만 대구 화섬과 경기북부 니트 직물의 비중 큰 주시장의 하나인 터키 시장도 변수가 우려된다. 터키 세관이 한국 세관에 공식적으로 한국산 폴리에스테르사 터키 수출회사의 원산지 규정 이행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DTY나 FDY 생산회사들이 우리나라 세관 조사를 받고 있다. 한․터키 FTA 발효 이후 무역 적자가 늘어나자 무슨 꼬투리를 잡아 수입을 규제하려는 심산이다.

원산지 문제에 조금이라도 시빗거리가 있으면 반덤핑 관세나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같은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폴리에스테 직물류까지 파편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이 도처에 해저드와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는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업과 단체․연구소․정부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변화와 혁신의 비책을 마련해야한다. 이대로 가면 공멸을 피할 수 없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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