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가 있어도 절망· 없어도 절망 속수무책
면· 혼방 화섬 니트, 사람 없어 오더 수행 불가능
F/W용 오더 5월말 선적코앞, 인력 없어 기계 못 돌려
대구산지 PET 감량기공 성수기 실종 위기감 절정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로 대거 이탈, 납기 못 맞춰

경기도 포천에서 경편 니트 직물을 생산 수출하고 있는 某 유명 기모직물 업체는 요즘 오더 기근으로 자포자기 상태인 주변 환편 직물 업체와는 달리 오더가 많아 이를 제때 생산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 바이어가 F/W시즌용 오더를 예상보다 많이 주문해 오더 기근으로 고통 받는 주변 환편 니트 업체에 비해 자신 만만 했지만 막상 선적일이 다가오면서 오금이 저리고 있다.

F/W용 의류 생산을 위해 바이어가 지정한 의류 벤더 해외공장에 5월말까지 원단을 공급해야 되고 이를 받아 해당 벤더가 봉제를 거쳐 7~8월까지 완제품을 선적하는 일정에 맞춰야 하는데 생산 현장에 사람이 부족해 죽었다 깨어나도 딜리버리 일정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 대표는 하청협력 업체인 트리코트 업체 사람들을 모아놓고 경평기 몇 대씩만 더 돌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사람을 못 구해 경편 트리코트 기계를 더 돌릴 수 없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짙게 깔린 부산지역에 소재한 경편 업체들도 트리코트 편직기 10대중 4대는 세워두고 있으며 역시 “생산 현장에 사람을 못 구해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고 깊은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수출 의존율이 70%인 국내 섬유산업이 오더가 없어 공장을 세우는 고통도 서럽지만 부분적으로 오더가 있는 업체도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어 가동을 못하는 대책 없는 황당한 현상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청년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도 한사코 생산현장은 철저히 기피하고 코로나 불황에 내보낸 외국인 근로자는 타 업종으로 떠나 자리를 잡고 있어 국내 섬유 공장에는 현장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다.

국내 섬유업계는 코로나19 대공황으로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 가장 먼저 외국인 근로자부터 내보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하는 수 없이 자동차 부품 등 타 업종으로 옮겨갔으며 지금은 섬유 생산 공장보다 오히려 좋은 조건에서 정착해 아무리 돌아오라고 애원해도 올 생각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해 들어 선진국이 백신 접종이 늘어나는 속도에 따라 경제회복과 맞물려 돌아가 미국으로부터 올해 F/W용 오더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다.

국내에서 생산 수출되는 직물 원단업계도 대구의 감량가공 폴리에스테르 직물이 아직 엄동설한인 것과는 달리 면․혼방 니트 직물이나 화섬 니트 직물 오더는 예상보다 많이 공장 설비를 풀가동하는 곳이 많다.

그러나 한번 떠난 외국인 근로자는 돌아오지 않고 내국인 근로자는 생산현장에 돈보다 더한 금을 줘도 고개를 젓고 있어 오더 기근 업체는 물론 오더가 넘친 기업 모두 기로에 서 있다.

외국인 근로자 도입쿼터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5만6000명에 달했고 이중 제조업에 4만700명이 배정됐으나 코로나19로 한국으로의 입국이 대거 중단된 데다 타 산업으로 전직자가 대거 늘어나 인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은 불과3650명에 지나지 않아 2019년 3만 7213명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올해는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쿼터를 작년보다 4000명이나 줄어든 5만2000명으로 축소하고 제조업에 3만7700명으로 제조업 부문에서 작년보다 3000명을 줄여 공고했으나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국내 도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이 생산현장에 국내 인력은 물론 외국인 근로자가 절대 부족하자 주 52시간제 적용 기업들이 사실상 포기하고 주야간 2교대 근무를 강행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

실제 주 52시간을 실시하면 임금이 줄어들어 회사를 떠나겠다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숙련공이나 외국인 인력 이탈현상의 심각성은 성수기인데도 극심한 오더 가뭄에 신음하는 대구 산지도 앞으로 경기가 조금만 돌아오면 코로나19로 회사를 떠난 인력을 구할 수 없어 오더를 받을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돼 인력 수급에 대한 근본 대책이 발등의 불로 지적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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