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섬유 국산화 금맥 보인다.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데 24시간 하루가 걸린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적도 길이가 4만Km에 달한 것을 기준으로 항공기 보다 빠른 시속 1700Km 속도로 돌고 있다. 자전 과정에서 태양을 향한 쪽은 낮이고 반대편은 밤이다.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서 배운 기억 이지만 세상사 매사가 한 달 크고 한 달은 작은 원리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항상 태양이 비치는 낮 이길 바라지만 짧거나 긴 차이일 뿐 순환의 법칙을 피할 수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 (化無十日紅)인 것이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하산해야 하는 것처럼 권력에 오르면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한다. 과거나 현재를 불문하고 통치자들이 내려갈 날을 대비하지 않고 항상 태양이 자신에게만 비칠 것으로 착각하다 땅거미에 갇혀 살아있는 영구차를 타기 일쑤였다. 현재의 문재인 정권도 내세운 치적은 가물가물하고 국민의 부화를 치밀게 한 하지하책(下之下策)의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걱정스럽다. 마차를 이어 붙인다고 기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남은 임기동안 이런 저런 실정을 선정으로 만회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수출· 내수 코로나 암흑 벗어 난다

본질문제로 돌아가 지구의 자전처럼 칠흙처럼 캄캄하던 코로나 공황이 호전되는 분위기다. 백신접종의 속도와 정비례해 경기 회복이 가시화 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망이 붕괴됐던 지난해에 비해 소비 동향에 기운이 깃들고 있다.

실제 얼어붙었던 내수 패션 경기가 3월부터 봄기운이 완연하다. 백화점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패션의류 판매가 쑥쑥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불황을 모르던 아웃도어와 골프웨어뿐 아니라 폭망했던 신사· 여성 정장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아직 성급한 예단이지만 패션 브랜드마다 이미 2019년 수준의 90%는 만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좋아질 일만 기다리고 있다.

국내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 수출도 스트림별 차이는 있지만 깊은 터널 속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의류 수출 시장인 미국의 백신 접종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경기 회복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연중 매출비중이 가장 많은 폴· 윈터 오더가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확보됐다. 올S/S 상품은 아랫목만 미지근할 줄 알았으나 리 오더가 늘어난걸 보면 확실히 호전되고 있다.

국내 섬유산업 구조로 봐 봉제 산업은 이비 흐지부지 공동화(空洞化) 된지 오래인 상황에서 허리부분인 직물산업이 버티고 있으나 이 역시 모질게 고통스러운 코로나 공황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아직 기대만큼 다가오지 못했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입질해온 것을 보면 불황 터널 끝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코로나 공황에서 추위타는 기업, 얼어 죽는 기업이 예상보다 많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은 다시한번 기회가 기대된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 추세 속에 규모 경쟁으로 우리 섬유산업을 초토화 시켜온 공룡 중국이 우리나라와 부딪치는 상황도 많이 해소됐다. 중국 내수가 활황이고 인도 등지에 수출이 급증하면서 한국산과 치열한 경쟁이 무뎌진 것도 당장은 다행이다.

캄캄한 어둠속에 갇혔던 섬유 산업의 앞날을 밝히는 전조등도 희망적으로 다가오는 징후가 역력하다. 올해부터 전격 시행되는 군 전투복 소재의 국산화는 국내 섬유 산업의 기사회생에 큰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업계가 악을 써도 메아리가 없던 국방섬유 국산화가 전투복 소재부터 시범사업에서 확대될 길이 열리고 있다. 중국 등지에서 만든 원사를 이용한 생지를 들여와 국내에서 염색, 봉제 공정만 거치면 가능하던 부끄러운 자화상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 하지만 이를 위해 강하게 채찍을 들고 채근해준 정세균 총리에 다시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이에 호응한 국방부와 국산소재 확인서를 의무화한 산업부 등 정부 관계부처와 애써온 섬산련과 업계 지도자들의 노고를 깊이 새겨야한다.

국방섬유 국산화의 첫 삽을 뜬 520억 규모의 전투복은 그 자체뿐 아니라 앞으로 6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내의와 피복류, 장구류의 소재 역시 국산 의무화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것이 발전되면 경찰, 소방복에 이어 공기업 단체복 소재의 국산화로 연결시켜 조(兆) 단위 시장을 구축 할 수 있다. 여기에 80년대에 중동 지역에서 수천만 달러씩 수주하던 군복 수출도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단 품질과 기능성을 바탕으로 국산 소재를 해외 공장에서 봉제하여 공급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국산 무기 수출과 병행해 비무기 체계의 군복류 수출 병행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국내 공급업체들도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품질과 기능성 납기, 사후관리 전 분야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

국내 업계끼리 과당 경쟁을 벌여 품질 조악이나 납기 불이행등 자칫 삐끗하면 꿩도 매도 다 놓칠 수밖에 없다. 도와준 정부 부처와 단체에 얼굴을 들 수 없는 어리석은 실수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이 같은 대전제에서 전체예산 520억 원의 전투복에 들어간 소재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금맥을 캘 수 있는 이 분야에 업계가 공동 대응하며 실수 없이 대처해야 한다. 폭리를 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감 확보를 위해 마스크처럼 들쥐 떼 행태로 덤핑 투매로 질서를 훼손하고 함께 망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내친김에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것은 우리 섬유 기업인 들은 함께 멀리 갈려는 동반성장 의식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역지사지 정신에 입각해 때로는 양보하며 멀리 갈려는 생각보다 혼자 빨리 갈려는 비양심적인 처사가 전 스트림에 만연돼 있다.

-들쥐 떼 근성 마스크에서 교훈 찾자

대형화된 의류 벤더들은 고리 당 5달러만 싸도 중국이나 베트남 산 면사를 사고 국산을 외면하는 갑질에 이골이 나있다. 반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면방 업계도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사고 양태로 무자비하게 가격을 올리고 수급을 조정한다.

중국 벤더들은 고리 당 10~20 달러가 비싸도 자국 기업 원사를 사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010년 원사 파동이 났을 때 면사 값이 천정부지로 뛸 때가 있었다. 당시 일신방 김영호 회장이 영업담당 임원을 불러 역지사지를 강조 하며 “폭리를 취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채찍한 일이 있다. 그 같은 양심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원인 제공은 ‘주식회사 한국섬유패션산업’의 개념 없이 싼 것만 찾는 의류 벤더가 저지른 자업자득이다. 면방뿐 아니다. 화섬과 직물도 매한가지다.

고임금 인력난에 경쟁력을 잃고 뿌리 채 흔들리는 섬유 산업의 붕괴가 이쯤해서 멈춰야 한다. 각자 도생을 위해 치열하게 기술 개발하고 마케팅 개척 못지않게 국내 스트림끼리 협력해야 한다. 국내 섬유 산업이 더 이상 무너지면 섬유 원사· 면방 직물뿐 아니라 벤더· 패션 브랜드 다함께 땅을 치고 후회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단체장과 업계 지도자들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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