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은 예고된 참사다. 열명이 지켜도 한명의 도둑을 잡기 어려운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으니 사단이 날 수밖에 없다.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서민들이 부글부글 분기충천한 상황에서 국민 혈압 올리는 짓거리가 또 불거져 부아가 치민다. 상식도 진실도 져버린 공직자의 땅 투기는 당연히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다만 극소수 공직자의 일탈을 전체 공직자의 짓으로 몰아가는 도매금 매도는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지금 이 순간도 국민의 공복으로 헌신과 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서울, 부산 시장 선거를 앞두고 LH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계산된 행위 또한 경계해야 한다. 시장 후보 당사자의 인품과 능력, 시정운영 철학을 보고 냉철히 선택하면 그만이다. 선거 때마다 각혈하며 싸우는 진영 논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상대의 정책은 모두 배척하고 자기 주장만 옳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정치 원리주의자는 배제해야 한다.

 

글로벌경기· 내부환경 쌍끌이 호재

본질 문제로 돌아가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아온 섬유패션 산업에도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19라는 모진 중병에 걸려 대공황의 깊은 터널에 갇혀 옴짝 달싹 못하던 섬유패션 산업이 어렴풋이나마 회복의 전조등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1년 이상 긴 세월동안 수요와 공급망이 봉쇄된후 줄초상의 곡소리가 요란한 상황에서 죽지못해 살아온 기업들에게 3월부터 인콰이어리가 몰리고 있다. 샘플 오더도 많이 증가 하고 있다.

본 오더와 연결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경쟁국인 중국과 대만 ,베트남에 대형 오더가 몰려 선점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이제야 이삭 오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하늘이 두 조각나도 작년 같은 대공항은 서서히 해소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은 백신 접종이 급진전되면서 사실상 상반기 중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정부가 1조9000억 원달러(210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부양책이 하원을 통과해 곧 집행되면 올해 미국 성장률이 7.3%로 높아지고 소매 경기가 급속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반기 S/S수요는 아직 소강상태이지만 연중 가장 큰 대목인 F/W시즌에는 미국 경기가 크게 활성화 되면서 의류패션 판매가 불티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회복뿐 아니라 중동지역도 3월 들어 경기 회복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포멀블랙은 3월 들어 본격 오더가 시작됐고, 일반 화섬· 교직물 오더가 눈에 띠게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추위타는 기업, 얼어죽는 기업이 속출한 대구 산지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세워졌던 공장들이 다시 가동되고 있다. 경기북부 환편은 대구보다 회복이 더 빨랐다.

글로벌 시장의 회복 전조등이 켜진데 이어 우리 내부 상황도 밝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 동인 필자가 충혈된 눈으로 직필정론 강조해 온 ‘국방섬유 국산화’가 업계와 단체의 중구삭금(衆口鑠金)에 힘입어 급기야 성취됐다. 업계 중진과 단체는 물론 필자의 당위성 논리를 ‘기찻길 옆 개 짖는 소리’로 듣던 방위사업청· 국방부가 전격 수용해 국내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세계의 스포츠 패션 소재가 수년 전부터 폴리에스테르 패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로 바뀌었지만 국내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이 외면당한 불명예가 해소되기 시작할 것 같다. 대만의 원동(파 이스턴)과 신광, 미국의 유니파이 등 3대 메이저들은 월 1만5000톤에서 2만5000톤의 리사이클 원사를 생산하는데 반해 한국은 고작 월 20톤에서 200톤의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환경부에 정치인 출신 한정애 장관이 취임한 후 지구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 섬유패션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 문제에 팔소매를 걷고 있어 급진전 될 분위기다. 급기야 15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환경부장관과 국방부장관, 경찰청장, 한국섬유산업연합회장과 관련 업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재활용 의류 구매 및 사용 확대를 위한 서약식’을 갖고 공공기관부터 재활용제품 구매 의무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로써 낙후된 PET 리사이클 소재 국산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는 없다”고 외면한 망신을 서서히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하고 국방섬유 국산화로 국내 산업의 가동률이 높아지며 낙후된 PET 리사이클 소재 국산화의 새 전기가 마련되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업계가 칠흙같은 어둠의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한 전조등이 켜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한편으로는 예기치 않은 복병이 섬유패션산업을 압박하고 있어 업계의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면사를 시발로 화섬사․염료․조제를 포함해 원자재 가격의 천정이 뚫렸다. 면사 값은 작년 10월에 비해 국제 원면 값 급등에 영향 받아 거의 50%나 폭등했다. 중국의 내수경기 활성화 덕에 화섬 원료값 부터 천정부지로 뛰었다. 이로 인해 폴리에스테르사와 나일론사 등 원사 값이 연쇄적으로 치솟았다.

더구나 스판덱스는 원료 값이 2월에 비해 3월에 80% 이상 폭등하고 품귀현상까지 극에 달하고 있다. 톤당 3500달러 하던 PTMEG가 6200달러로 폭등했고 물량 확보도 용이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스판덱스 가격이 kg당 작년 말 6000원(40D)하던 것이 2월에 8000원으로 올랐고 다시 3월에 1만원(20D는 1만1000원)으로 뛰었다.

 

천정 뚫린 원자재 값 역지사지 감안해야

문제는 스판덱스 가격 폭등뿐 아니라 물량 기근이 심해 배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화섬직물․ 니트직물 가리지 않고 스판덱스 파동으로 다운스트림이 공장 가동을 못하고 있는 기막힌 현상이 지금 업계가 서 있는 현주소다.

원인은 블랙홀인 중국이 자국 내수 수요가 급증하자 수출을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중국으로의 수출 가격이 국내 내수 가격보다 좋기 때문이다. 항간에 나도는 소문은 스판덱스 메이저가 해외에서 생산해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중국 판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섬유 원자재 가격이 모두 천정이 뚫렸지만 스판덱스가 가장 심해 수요 업계가 아우성 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섬유패션업계는 스트림간 상생 협력이 실종돼 나만 살겠다는 비열한 풍토가 만연되고 있다. 화섬․면방․직물․의류벤더 모두 역지사지를 외면하고 국산 사용을 통한 윈윈전략을 망각하고 있다. 텃밭인 국내 산업이 무너지면 언젠가 함께 망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혼자가면 빠르지만 함께 멀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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