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와 프로덕트 사이에서 고민하고 연구하는 크리에이터로 승부수”

최근 국내 패션계는 코로나 이후로 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패션 시장의 강세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은 급격히 쇠퇴하는 동시에, 무신사와 29CM, 지그재그 등 대형 패션플랫폼의 수직 성장과 더불어 스몰 브랜드의 자생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MZ세대의 특징인 ‘언택트 시대의 나만의 감성 쇼핑’을 제안하는 스몰 브랜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그 중에서도 영 디자이너들의 감각적인 개인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신생 패션사들에게 있어 어느 때보다 시장진입 장벽이 낮아진 동시에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호재 분위기다.

이러한 가운데,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GFCS)의 5기 디자이너로 입주해 2020년 한 해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신예 디자이너 김현섭의 행보가 주목을 끈다.

남성복 브랜드 웨이비니스(Waviness)를 전개중인 김현섭 디자이너는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코로나의 어려운 시기에도 브랜드의 런칭을 향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신인답지 않은 저력을 보유한 영 디자이너의 행보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올해 신축년을 맞아, 2021 신진디자이너이자 올해 첫 출발이 기대되는 김현섭  디자이너와 솔직 담백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현섭 디자이너...
김현섭 디자이너...

 

김현섭 디자이너

지난해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 5기로 입주하면서 국내 첫 신예 루키로 등장한 남성복 웨이비니스(Waviness). 국내 패션시장에 남성라인으로 첫 도전장을 내민 김현섭 디자이너는 MZ 세대를 겨냥한 감각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명인 웨이비니스는 ‘파형’, ‘물결을 일으키는 파장’을 뜻하며, 국내 영 패션시장에서 감각적인 디자인의 맨즈웨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다트선에 감각적인 디테일을 덧댄 포멀 수트부터 어깨라인에 엣지를 준 셔츠와 캐주얼한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는 등 젠더리스 룩과 해체주의적인 작은 디테일로 차별화된 룩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평소 작은 생각과 고민까지도 놓치지 않고 정리하고 고뇌하여 정리된 생각들을 고스란히 옷에 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없어서는 안될 곳에 위치한 작은 디테일을 다양한 위치에 섞어내고, 필요하던 것들을 불필요하게, 불필요하던 것들을 필요하게 만드는 해체주의적인 작업을 통해 클래식하면서도 미니멀한 스타일로 재해석한 젠더리스룩이 바로 웨이비니스죠.”

 

이처럼 옷을 만드는데 있어 늘 고뇌하고 연구하는 걸 즐기는 김현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바로 “아트와 프로덕트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포스트 미니멀리즘’이라는 컨셉을 자신만의 아트적인 디테일 무기로 브랜드 정체성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디자이너 김현섭..  

그 결과 런칭후 불과 첫 시즌을 지난 지금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패션에 앞선 남성들이 웨이비니스가 가진 차별화된 감성 패션에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각종 패션 커뮤니티에서 ‘감각적인 디자인’ ‘유니크한 남성복’으로 평가받는 모습도 자주 드러나고 있다..

무신사와 29cm, 청담 편집샵 2.3.0과 자사몰에서 서서히 마니아층을 쌓아가고 있는 그는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웨이비니스의 완성도는 물론 소비자의 감성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기대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한다.

 

 

 

 김현섭 디자이너에게 GFCS란?

신진디자이너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시설이 있을까요. 준비만 되어 있다면 언제든지 나를 도약 시켜줄 수 있는 곳입니다.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디자이너들을 열정적으로 밀어주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브랜드를 전개하며 서로 힘이 되어주는 GFCS 디자이너들, 항상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임동환 팀장님과 물심양면 도와주는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 무한한 감사를 느낍니다. 한 지붕 아래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먹을 식(食)에 입구(口)자를 써서 식구라고 하듯 GFCS는 제게 제2의 식구입니다. 웨이비니스와 지금의 김현섭을 만들어주신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게 이 인터뷰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GFCS의 지원 사업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업이 있다면?

이 곳 모든 사업은 입주 디자이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옷을 만들다 보니, 경기도 원단들은 대부분 티셔츠나 니트류 원단이 주력인 업체가 많아 지원사업으로 옷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하지만 경기도와 양주시의 원단으로 다양한 시도 끝에 만족도 높은 제품을 완성한 후 ‘내가 한 번 더 성장 할 수 있었구나’라는 마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었죠. 특별하게 하나의 지원사업 만을 꼽자면 양주시의 원단업체와 봉제업체와 같이 사업을 진행했던 ‘더블세일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150만원의 지원을 받아, 양주시의 원단으로 의류를 제작해 2배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였어요. 물론 아직 2배의 수익을 창출해낸 건 아니지만 꾸준히 제품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브랜드를 올바른 방향으로 잘 알려 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간 활동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GFCS 활동 중 가장 좋았던 순간은 아무래도 국내 정상의 디자이너인 이상봉 선생님과 장광효 선생님의 패션쇼를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특히 카루소의 캣워크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 봤던 패션쇼였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 주신 분이었죠. 쇼 직후 두분 선생님들과 짧은 대화와 함께 사진도 찍었죠. 나중에 제가 정말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 선생님들과 다시 한번 마주보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기를 정말 고대하고 있답니다.

GFCS 소속 후배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전하신다면?

3년이라는 시간을 매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나고 나면 이토록 기분 좋았던 3년이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GFCS  5기 디자이너로 1년을 보낸 후  GFCS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미 받은 것들이 너무 많아, 바라는 점은 크게 없으나 같이 팬데믹 시대를 타개할 방법을 찾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이제 2021브랜딩 전략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우선 웨이브니스(Waviness) 브랜드 히스토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Waviness는 영어로 직역하면 '표면파형'이라는 뜻이며, 모든 면의 일반적 가공 거칠기보다 주기가 크고 진폭이 큰 기복이 있는 부분의 상태를 뜻합니다. 이는 브랜드 'Waviness'가 추구하는 기본에 충실한 웨어에서 기본과 다른 방식을 더해 옷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더하는 브랜드 이념과도 동일합니다.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가 ‘Wave’, 흐름이라고 생각했어요. 흐름을 잘 읽고 판단해 좋은 옷을 보여주는, 시대의 흐름과 니즈에 따라 브랜드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이미 기본 아이템들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해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 남성들을 위한 포스트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사실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모든 것에 참여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같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웨이비니스의 옷을 받아볼때, 마치 선물을 받았다 착각하게끔 패키징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라면 이제 옷을 잘 만들어 내는 것은 기본이고,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브랜드의 팬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거든요.

 

 

김현섭 디자이너의 메시지는 무엇이며, 그 간의 시행착오와 이를 극복한  비결,  그리고  앞으로 계획은?

아무래도 가장 고전하는 부분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에요. 이제 첫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는 만큼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많지만, 사전에 최대한 막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법을 여러가지를 고안했어요. 샘플이 제잘후 내가 맡긴 옷이 맞나 싶었던 옷들도 있어 당황했었죠. 브랜드 런칭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예정보다 한달정도 늦어져서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우선 이번 S/S시즌에는 넥스트제너레이션 패션위크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7살 무렵부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할 때 브랜드로 쇼를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웨이비니스라는 브랜드를 통해 대한민국 남성복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오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자 목표입니다.

 2021 S/S 상품전략은  

웨이비니스의 시즌 컨셉은 항상 저의 그 당시의 기분과 생각, 사회적 이슈 등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21S/S는 매트함에 집중한 열등감을 주제로 전개됩니다. FW 시즌보다 조금 더 다양한 품목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예정입니다. 남성복도 다양한 종류의 의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언제나 웨이비니스가 만나고 싶어하는 타겟은 오늘 이 자리에서 내가 제일 특별했으면 하는 그루밍족들이거든요. 아우터들은 모두 정통 테일러링 기반입니다.  특히 웨이비니스는 제품의 퀄리티와는 타협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감성은 브랜드에게 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압도적인 퀄리티는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자들에 비해 옷을 비교적 오래 입는 남자들의 특성상 오래 입을수록 드러나는 게 옷의 퀄리티라 동일가격대에서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소비자 패션 지식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그들 역시 퀄리티 기준점이 생겨나, 이 시점에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제가 가야 할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Waviness 만의 차별화는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정교한 테일러링’이죠.

웨이비니스는 정통 테일러링 기반이지만 동시대적 감성을 녹여 풀어낼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패턴사는 패턴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있어, 기본에 충실하지만, 기본의 미에는 반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디자이너의 역할이며, 그런 디자이너의 생각을 현실로 옮겨줄 수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기술자 선생님들이잖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의류는 세상으로 나오기 전까지 디자이너의 옷장에 걸려, 입고 다니면서 문제점들을 찾아보거든요. 문제점이 발견되면 보완하든,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정해요. 그렇기에 웨이비니스의 옷은 디자이너가 직접 입어보고 문제점을 최대한 보완한 제품이라는 경쟁력이 생기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웨이비니스의 옷을 입고 가면, 과하지 않으면서 독특하고, 눈길이 가는 스타일의 옷을 만드는게 현재 남성복 시장에서 웨이비니스가 하고 있는 가장 차별화된 강점입니다.

 

지금부터는 디자이너 김현섭에 대해 궁금한 점을 여쭙겠습니다.

우선 패션 디자이너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일 친한 친구가 있었고, 누나가 많았던 그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센스가 남달라 저에게 옷을 이상하게 입는다고 놀려댔던 기억이 가장 강렬합니다. 자연스레 옷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옷이 좋아졌죠. 그 생각이 발전해 내가 입는 옷을 직접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졌어요. 패션 디자이너가 된 저를 상상했을 때 가장 멋있었다고 느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제가 상상이 가지 않기도 했고, 두려움도 컸었던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멋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요.

김현섭 디자이너에게 있어 인생의 멘토 혹은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멘토라고 하긴 뭐하지만, 제일 존경한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는 GD. 이름만으로도 그 사람이 주는 느낌과 영향력이 설명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들마저 영감을 받아가는 아티스트 들의 아티스트,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해 항상 동경했습니다.

작품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영상미가 좋은 옛날 영화들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옛날 복식들이나, 가구, 건물들의 모양들을 보고 있으면 제 식대로 해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이건 어디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을까부터 시작해, 이러이러한 것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을 것 같다고 상상하고, 그것을 최근 저의 기분과 상황, 환경등을 토대로 제 마음 가는 데로 풀어내 스케치를 해 틀을 잡습니다. 그렇게 잡힌 틀을 쭉 보고 있으면, 이번 시즌에 하고 싶은게 뭔지 머리에서 정리 안되던 것들이 스케치 한 것들 위에서는 정리되어 있어요. 그럼 그렇게 정리된 것들로 컬렉션을 구성합니다.

최근 읽고 있는 책 그리고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최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제가 평소 생각하는 인생의 방향성과는 반대의 방향성을 띈 책이라 저도 처음 읽으면서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님을 알기에, 누군가에겐 소로의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제가 아직 어리고, 다양한 생각이 들어와도 편견 가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생각이 굳어지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저와 반대의 가치를 추구하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더라구요. 결과적으로는 재밌게 잘 읽었고, 매력적인 부분이 확실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이 나는 구절로는 ‘요컨대 상상력이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방심을 하면 자연 그 자체보다 깊이 가라앉거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에요.  평소 상상하고, 구상하는 방법도 노력해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갈고 닦아야 더 잘나온다고 생각하던 터라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평소 루즈해지고 일하기 싫은날이 저도 분명 있거든요. 덜 열심히 살고 싶어지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 같은 것들이요. 그럴때마다 다시 되짚어 읽어보는 굉장히 좋아하는 말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당신이 편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이 죽었다는 뜻이에요.” -데이비드 보위

감사합니다.

조정희 기자. silk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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