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送舊迎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이 말이 지금처럼 절실할때가 있었을까.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모질게 엄혹한 2020년을 하루라도 빨리 지우고 싶은 심정이다. 코로나19가 몰고온 대재앙의 파고는 지구촌 전체를 옹기짐 지고가다 자갈밭에 넘어지는 참사를 빚었다.

102년전인 1918년 스페인에서 처음 발생한 독감이 창궐해 세계 인구 3분의1인 5억 명이 감염됐고 희생자만 5000 만명에 달한 대재앙을 연상케 한다. 첨단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 21세기 대명천지에 벌써 전세계 감염자가 8000만명에 이르고 사망자수가 수십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은 세계 1등 방역국의 찬사속에 4월 총선을 가장 모범적으로 치뤘다. 집권여당의 압승은 입법독주의 후폭풍을 몰고 왔고 분열과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준비된 기업만 생존--

동시에 보수의 가치를 모르는 얼치기 보수의 자살골이 맞불을 질렀다. 정치권은 국민이 코로나19로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서 아비규환인데 추미애.윤석열 활극을 내편 네편으로 몰고가 날밤을 새웠다. 피땀 흘려 돈 벌어 종업원 월급 줘본 일이 없는 대다수 정치인들은 지금 이순간도 교도소 담장위를 걷는 기업인의 절규를 모른다. 글로벌 경쟁에 손발을 묶는 반기업법을 무더기로 통과시킨 여당의 입법 폭주에 어안이 벙벙하다. 줄 것은 주고 받을것을 받는 협상의 진수는 어디가고 전부 아니면 전무로 일관하다 모든 것을 잃은 무능한 야당의 작태에 경제계가 집단 성토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어느덧 땅거미가 짙은 2020년은 유난히 고통스럽고 다사다난했다. 우리가 속한 섬유 패션산업 역시 화마가 난무하는 극한의 위험지대에서 앞뒤 막막한 고통을 겪었다. 전 세계 수요와 공급망이 봉쇄되면서 오더 고갈로 공장을 세우느것도, 돌리는 것도 아닌 기막힌 상황이 일상화됐다.

이같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분명히 재확인 된것은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생명력이 고래심줄처럼 강하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물론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라는 극한상황까지 오면서 추위타는 기업,얼어 죽는 기업이 없지 않으나 줄초상 집단 소멸만을 면한 것이다. 더구나 아직도 대공황이 진행형이지만 어느덧 가물가물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백신이 개발돼 접종이 시작된것을 시점으로 글로벌경제는 급속 회복될 가능성을 배제 할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와서 부질없는 얘기지만 지난 연초의 분위기는 사뭇 들떠있었다. 해외공장은 물론 국내공장까지 오더 폭탄에 가까운 대량 오더가 몰리기 시작했다. 질곡속에 보낸 2019년을 뒤로하고 2020년 시장은 모두가 낙관했다. 수출과 내수 모두 출발이 산뜻했다.

그리고 3월에 들어 고난의 세월이 시작되어 연말까지 지속됐고 어느덧 새해까지 이월된 상황이다. 이 고통이 어느 시점에 반전 될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3분기부터는 허리를 펼것으로 기대된다. 맥킨지를 비롯해 경제연구소마다 대동소이하게 분석하고 있다.

몸서리 치는 코로나 대공황의 빙하기가 서서히 걷히고 경기회복의 청신호가 가물가물 다가오고 있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1분기가 지나면서 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것으로 본다. 산천초목이 변해도 2021년이 2020년 경기보다 좋을것이라는 전망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 폭과 넓이가 문제다. 동트기전이 가장 어둡다. 줄잡아 향후 6개월을 잘 버티면 웃을날이 올것으로 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준비된 기업만이 생존을 보장받을수 있다. 대전제는 변화와 혁신이다. 기본은 투자다. 기존의 천수답 방식으로는 안된다.

중언부언 하지만 품질과 생산성의 대전제는 첨단 자동화 투자부터 시작된다. 스마트 팩토리투자가 답이다. 코로나 공황에 만신창이가 된 기업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 중국을 극복할수 없다. 중국 ,베트남 보다 훨씬 불리한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구닥다리 설비로 맞짱뜨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여기에 화섬메이커와 대구산지에서 열공중인 차별화된 소재혁명과 디자인 개발로 무장해야 한다.

품질 차이 없고 가격은 비싼 ‘메이드 인 코리아’제품을 사줄 얼간이 바이어는 없다. 번번히 ‘한국산은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다’며 대량오더를 중국에 뺏긴 봉건적 경영은 더 이상 안통한다. 최악의 불황인 지금이 호황을 대비한 투자의 적기다, 이미 골병이 들어 수명이 다 해가는 ‘주식회사 한국 섬유 패션 산업’이 코로나 와중에 경쟁국이 주춤하는 사이 준비해야한다. 자신의 발톱과 부리를 송두리째 뽑아 바위에갈고 다시 길러 생명을 배로 늘리는 솔개의 지혜를 배워야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새해 1분기가 지나면 세계섬유 패션 경기는 점차 기지개를 펼 가능성이 크다. 변화와 혁신없이 이 호기를 허송해서는 안된다. 우리 섬유 패션업계가 도전과 극복의 대전환을 기대한다. 혹독했던 지난해의 학습효과는 ‘이대로는 안된다’ 라는 대명제를 남겼다.

바이어와 의류벤더, 원단밀 등의 동향에서 올 2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것은 불문가지다. 각국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한것도 경기회복의 기대 때문이다. 다만 환율이 수출에 최대악재가 될것같다.

--자포자기 패배의식은 범죄다.--

미국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도 대중국 견제는 계속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상대적으로 중국의 섬유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 반사이익의 일부는 한국에 돌아올 공산이 크다. 이미 중국으로 갔던 원단오더가 한국에 오고 있다. 다만 가격과 품질의 확실한 차별화가 선결 조건이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내수패션 경기와 직결되는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수 패션 업계도 조심스럽지만 벌써 새해 영업 목표를 최소 2020년 부진을 딛고 일어설 채비다.

수출 내수 다같이 새해에는 경기회복 열차로 갈아탈 준비를 세울때다. 과욕은 금물이지만 가능성을 무시 할 순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그치지않는 비는 없다. 자포자기 패배의식은 범죄다. 새해 부터는 향후 5년간 총 1조 4000억원이 투자돼 3만 6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섬유 패션산업한국판 뉴딜실행전략’이 시작된다. 새롭게 진용을 갖춘 한국 섬유산업 연합회가 앞장서 섬유패션인의 통합감과 함께 꿈과 희망의 전도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새해에는 섬유패션 부활가(復活歌)를 소리높여 부를 수 있기를 학수고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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