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소 직물 수출기업인의 ‘양심’

코로나 공항 속 하청 임가공료 지급 위해 회사채 발행
콜스 등 대형 바이어 ‘甲질’
· 부도덕한 벤더와 대조적
포스트 코로나 “정도경영, 양심기업만 살아남는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위치한 중견 직물 트레이딩 업체인 모다끄레아(대표 이정민)는 연간 3000만 달러 남짓의 고급 프린트 직물을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회사다.

이 회사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미국과 유럽 바이어에게 공급한 원단값을 수개월째 못 받고 극심한 자금난을 겼었다.

이 회사 이정민 대표는 과거 ㈜대우에서 섬유 수출 간부를 거친 베테랑 무역인이지만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 앞에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무역 업체 특성상 하청 임가공 업체로부터 완성한 직물 원단을 선적 후 네고 금액으로 임가공료를 지불하는 것이 불문율로 돼 있어 바이어로부터 수금 즉시 협력업체 임가공료를 지불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편직, 제직, 날염, 염색 각 거래선에 지불해야 할 날짜가 임박하자 “이 고통을 나 혼자 감당할 뿐 거래선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비상수단을 꺼내 들었다.

회사 규모로 봐 자력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규모가 못 된 점을 감안해 평소 신용 관계를 인정해준 신용보증 기금을 찾아가 15억짜리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어려운 제·편직·염색·날염 업체에 지급할 임가공료를 전액 지불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가을 이후 해외에 깔아놓은 외상 대전을 수금해서 회사채 발행으로 차입한 금액을 상환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은행 금리와 신용보증서 수수료를 포함 연리 6% 가까운 비용을 감수하는 것을 각오한 것이다.

영세한 중소 거래 임가공 업체들은 이 같은 이 대표의 양심에 감명을 받아 “힘닿는 데까지 외상 거래를 자청하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인류 역사상 최악의 대재앙인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양심적인 기업과 이를 핑계 삼아 정상적으로 계약한 오더를 무차별 취소하고 이미 입고된 제품까지 결제를 거부한 바이어, 이를 핑계 삼아 거래 협력 업체에 지급한 원부자재, 임가공료를 주지 않고 꽁무니를 뺀 부도덕한 의류 벤더 기업이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직원을 가차 없이 해고하고 임금을 무자비하게 삭감하며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기업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먼저 이제는 어느 정도 수습 과정에 있지만 미국의 대형 백화점 체인 기업인 콜스는 신종 코로나로 미국 내 자체 매장을 폐쇄하면서 정당하게 계약한 의류 오더를 무차별 캔슬하고 이미 선적을 마쳐 미국에 도착한 의류 제품까지 “결제를 못 한다”고 갑질을 했다.

콜스로부터 피해를 입는 의류벤더는 중소·중견기업뿐 아니라 세아·한솔·한세 등 ‘빅3’까지 자그마치 1억 2,000만 달러 규모를 캔슬 당했다. 콜스 측이 “코로나 사태가 천재지변과 같은 사황이라 아무런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배짱을 부렸다.

상대가 대형 벤더인데도 ‘배 째라’식으로 나오다 이 같은 갑질 행태가 본지에 대서특필됐고, 한국 벤더의 거센 저항을 받아 자칫 소송 직전까지 이르렀다. 결국 한국 벤더가 없으면 포스트 코로나에 자신들이 장사를 할 수 없는 심각성을 파악하고 후퇴했다. 엎치락뒤치락 협상을 주고받은 후 1차 생산 제품, 선적 제품의 50% 내외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콜스와 협상이 접근돼 일단 50% 내외의 대금을 지급받은 벤더들은 최근 원부자재 업체와 임가공 업체에 미루어온 대금 지금을 실행해 냉가슴을 앓던 거래 협력 업체들이 목 타는 자금난에서 조금씩 해갈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콜스뿐 아니라 메이시스를 포함한 많은 바이어들이 이 같은 얌체 갑질을 서슴지 않아 한국 벤더들이 고통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한국 벤더들도 그동안 양 위주 전략에서 탈피해 질 위주 오더 수주로 방향을 전환한 계기가 됐다.

악덕 바이어만 나무랄 게 아니다.

국내 의류 벤더 중에는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직원들의 급료를 삭감하고 무급휴가도 부족해 대량 해고를 서슴지 않는 곳이 많아 청와대 국민 청원에 수천 명이 동참하기까지 했다.

양심 없는 일부 벤더는 거래 원단 업체로부터 외상으로 공급받고 결제 약속일이 되면 고의로 느닷없는 품질 클레임을 상습적으로 치는 기업도 있다.

클레임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원단 대금 30% 내외를 후려치는 수법을 다반사로 행사하고 있다.

일부 벤더 회사 직원들은 상습적으로 거래 원단 협력 업체에게서 적잖은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것이 상습화 되고 있고 이런 회사 직원은 회사를 옮겨서도 이 같은 고약한 뒷돈 챙기기를 고치지 못해 말썽이 되고 있다.

바이어, 벤더, 원단 업체를 포함 곳곳에 부도덕한 행태와 비양심적인 행위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표출되고 있어 도덕 경영, 정도 경영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 대공황으로 자신의 기업도 자금난에 고통받으면서 거래 임가공 업체에 지불할 대금은 무리수를 써가며 회사채를 발행해 전액 지급하는 한 중소기업의 모범 사례가 의미 있게 회자되고 있다. 이 같은 양심 기업인은 섬유패션 각 스트림에 가끔 볼 수 있지만 보이지 않은 악덕 기업과 바이어들이 갈수록 줄지 않고 기승을 부려 걱정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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