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안전 · 방역 대명사 이젠 ‘선택 아닌 필수’

[초대석] 창간 27주년 특별 인터뷰 - 대담 조영일 발행인
‘마스크산업 금맥 캔’ 이승환 ㈜에버그린 회장

KF94 보건용 · 산업용 마스크 선두주자 1일 100만장 규모
경기 의왕시에 초현대식 대규모 첨단 자동화 공장…최대 가동
24년 전 불모지 투신 · 성력화 · 성능 · 품질 경쟁 일류 기업 우뚝

국내외 투자 제휴 요청 많지만 외형보다 질 경영 탄탄한 강소기업 구현
‘마스크는 과학’ 신념 갖고 최고 성능 양산, 마스크 간판 기업 질주

 

HE IS ;
- 51년생 / ㈜코오롱서 20년 재직
- 에버그린 대표이사 (업력 25년) / 사단법인 안전보호구협회장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무서운 역병(疫病)이 창궐해 지구촌 전역이 공포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저주스러운 대재앙은 발원지가 불분명한데다 언제쯤 소멸될지 기약도 추측도 어렵다. 무섭고도 엄혹한 상황에서 경제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망이 붕괴돼 세계 경제가 멈춰 선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그러나 세상사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기 마련이다. 평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하던 마스크가 사람을 살리는 확실한 보호 장비가 됐고 이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호흡기 안전용품, 방역용품의 생명과학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서 마스크 산업이 신성장 산업 중심축의 하나로 급부상했다. 어느덧 누가 과학으로 완성된 편안하고 안전한 다기능의 마스크를 양산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한국의 마스크 간판 기업으로 우뚝 선 ‘크린탑’ 브랜드의 ㈜에버그린을 향해 경제계는 물론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20년 몸담아온 대기업 간부직을 박차고 24년 전 불모지인 마스크 산업에 뛰어들어 신화를 이룬 이 회사 이승환 회장(70)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탁월한 기업인이자 마스크의 과학화를 선도한 기술력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때마침 본지 창간 27년을 맞아 조영일 발행인이 첨단 마스크 생산 공장과 본사 사무실을 겸하고 있는 경기도 의왕시 에버그린 회장 집무실에서 마스크 산업의 새 지평을 연 입지전적 기업인 이승환 회장과 창간 27주년 기념 특별 대담을 가졌다.

생산 공장이 마치 반도체 공장처럼 웅장하고 깨끗하네요.…(웃음)
“금년 1월에 완공한 새 공장이니까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 건축했고 마스크 공장이 아닌 첨단 전자 공장처럼 맘먹고 지었어요. 생산라인 공정 모두 한국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자동화 시스템입니다. 대지 1,100평에 지하 1층 지상 7층 구조의 건평 4,000평 규모지요. 층고가 높아 아파트 15층 높이 정도 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한국은 물론 간판급 마스크 왕국을 축성하셨습니다. 마스크 사업을 시작한 동기는.
“섬유 대기업인 ㈜코오롱에서 폴리프로필렌 화이버 제조 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PP단섬유로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방진 마스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환경과 질병의 미래를 대비해 마스크 산업의 전도가 유망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시엔 마스크에 대한 개념도 불명확하고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지 않았어요? 또 벤치마킹할만한 국내외 공장도 없었을 테고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대로 된 마스크 공장은 미국에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자체적으로 신산고초를 거듭하며 거의 불모지를 개척한 것이죠. 주변에선 괜히 사서 고생길에 들었다고 수군거렸지요. 그러나 저는 확신 했습니다. 미래의 지구 환경의 오염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마스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신념으로 일관한 겁니다.”

이곳 대규모 첨단 자동화 공장을 코로나19 발병 직전인 금년 1월에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면서요. 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나요. 아니면 상상이라도…(웃음)
“그럴 리가요.…(웃음) 솔직히 제 자신도 환경(미세먼지), 보건(바이러스)용 마스크가 지금과 같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을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과거 사스바이러스를 처음 당하면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마스크가 생명을 구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마스크 제조는 생명과학이라는 철학과 신념을 갖고 투자와 연구를 확대해온 것이죠.”

새 공장 가동하자마자 코로나19가 발생해서 매우 바쁘셨겠습니다..…(웃음) 솔직히 마스크 산업은 크게 부각되지 못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의식이 확 바뀌었습니다.
“24년간 마스크 제조업을 하면서 사스 때부터 2~3년 간격으로 총 여덟 번째 크고 작은 바이러스 사태가 있었어요. 그 중에서 이번 코로나19가 가장 센 것 같네요. 마스크는 과거 한국, 중국, 일본인이 미세먼지 방역용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그 효과가 입증되어 전 세계에 알려졌고, 타인에 대한 예의와 배려 차원에서 필수품이 된 겁니다.”

마스크가 잠깐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닌 건강을 지키는 생필품이 됐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만 그만큼 품질과 기능을 중시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마스크는 호흡기 안전용품, 방역용품이지만 소비자가 성능을 직접 체크할 수 없어 전문 테스트 기계가 측정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조자의 양심과 책임감을 갖고 만들어야죠. 기능뿐 아니라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항상 연구해야 하며 유해 물질은 100% 막고 숨 쉬는데도 편안한 느낌을 향해 계속 도전해야 하는 품목입니다.”

시중에는 이른바 KF80·KF94·KF99의 식약처 허가를 받은 MB 필터 마스크가 있고 일반 항균 소재의 화섬 원단 마스크(면 포함)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성능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가요.
“KF 식약처 허가 제품은 국가 성능 규격 기준이 있고 정부가 품질을 관리하는 제품입니다. 반면 원단(편물·직물) 마스크는 공산품으로 비말 정도는 막는 제품이죠. 원단 마스크에 MB 필터를 덧댄 상품도 있는데 성능이 현저히 떨어져 국가 기준에는 못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필터가 있는 것이 일반 면 마스크보다는 효과가 있는 편입니다.”

이곳 에버그린 생산 공장의 자동화 설비 규모와 1일 생산 능력은.
“마스크는 위생 제품이고 청결이 최우선입니다. 향후에는 GMP 수준의 생산 제조환경이 요구 될 것으로 보여 그에 맞는 설계와 시공을 완료했지요. 금년 1월에 완공된 이 신축 공장에는 단순히 숫자로 말하기 어려운 여러 용도의 라인이 많습니다. 1일 보건용 60만개, 산업용 40만개 등 100만개 정도의 생산능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현대화된 첨단 공장이군요.
“현재 보건용으로만 따지면 저희 생산능력이 1위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그러나 몇 개 라인을 곧 증설하게 되는데 그때는 산업용을 포함해 저희 생산능력이 크게 달라질겁니다.”

에버그린 마스크가 식약처 허가를 비롯 국내외 권위 있는 인증기관의 품질 인증을 가장 많이 받았던데요.
“저희는 2011년 식약처 인증을 30종 이상 국내 인증을 받았어요. 또 산업용의 N95(미국 NIOSH), CE(유럽), 일본, 호주, 중국 등지에서까지 인증을 받아 국내 마스크 업체 중 가장 많은 국내외 허가와 인증을 받았지요. 보건용은 한국 식약처 허가품목으로서 해외에서 인증 제도가 없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FDA 인증을 이미 신청 중에 있습니다.”

에버그린 마스크가 가진 특징과 장점은.
“다양한 종류와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사용 환경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마스크 종류도 아주 다양하고요. 보건용과 산업용 마스크 종류와 기능이 다양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페인트 도장용이나 의료진이 사용하는 전동식 마스크, 관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송기식 마스크, 맨홀 작업 시 사용하는 특수 마스크, 소방관과 군 전용 방독 마스크 까지 라인업이 확대될 계획입니다. 마스크 생산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가 과학이라는 사실을 새삼 배웠습니다. 다만 아직도 일부 제품에서는 알러지 반응 등 고객 불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스크의 과학화가 그래서 더 중요한 겁니다. 과학적으로 안전하고 호흡하기 좋은 마스크에 기능성이 추가돼야 합니다. 저희 기술진에 의해 마스크 중간에 순면 소재를 덧대어 알러지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어요. 가장 과학적으로 지지대를 넣어 형태를 잡아주고 스판 본드를 2겹으로 쓰며 MB 필터를 넣는 과정 등 부드럽고 호흡하기 좋으며 중량이 가벼운 복합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질문 순서가 늦었습니다만 에버그린의 연 매출 규모는? 시중의 여론은 월 100억씩 이익을 낸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웃음)
“아닙니다. 과장이에요. 매출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마스크 단일 품목으로 국내 선두기업에 꼽을 수 있겠지요. 다만 외형적인 매출보다는 탄탄한 기반의 강소기업을 추구하려 합니다. 10년 동안 무차입 경영을 해왔고 욕심내지 않고 마스크 분야에서 초일류 강소기업을 구현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외형보다 내용이 가장 알찬 건실 기업으로 듣고 있습니다. 수출과 내수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 마스크는 국가 전략 물자로 인식되어 수출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저희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적마스크 공급과 국내 유통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수출 재개 여부 역시 정부 정책에 따라 시행할 예정입니다.”

국내 제2공장이나 해외 공장 진출 계획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합작 또는 단독 진출을 요구받고 있어요. 여러 가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판단할 계획입니다. 해당 국가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만 나름대로 애로 사항이 있을 텐데요.
“다른 건 별문제가 없는데 원료 조달이 원활치 못해요. 국내 MB 필터 공급량이 한계가 있어 일부 원료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 또한 딜리버리 때문에 조금 애로가 있습니다.

그런 한편 마스크 산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폭풍 성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진정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과잉 생산으로 고도성장에 한계가 오지 않을까요.
“그게 문제입니다. 현재는 수요가 있어 경험이 없어도 투자가 이익이 되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벌써 생산 능력이 2~3배나 늘어났고 기존 캐퍼가 많아 일부 도산 우려가 있었는데 중국, 일본 해외에도 상상을 초월한 캐퍼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결국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는 기업만 살아남겠지요.”

화제를 바꿔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 폐쇄 직전까지 개성공단에서 가동하셨지요. 재개되면 다시 입주할 의향은….
“개성공단에서 10년 정도 산업용 마스크 공장을 가동했었지요. 벌써 중단된 지 4년 정도가 지났는데 재개되면 다시 입주할 생각입니다. 풍부한 인력과 저렴한 인건비의 매력뿐 아니라 남북 경협을 통한 교류 협력은 남북 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사단법인 안전보호구협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이 단체의 기능과 역할은.
“창립된 지 30년쯤 됐고 제가 4년째 회장을 맡고 있어요. 방호복과 고급 마스크, 장갑에 이르기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안전 보호구에 관한 모든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각 분야 제조업체 90개사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정부에서 인증 허가와 관리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의견도 제시하기도 하고요. 작업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제품을 만드는 우리 업계의 협의단체이지요.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경영철학이 있다면.
기업 경영, 특히 제조업은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정직하게 양심적으로 품질 위주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조이지요. 그 바탕에서 세계 어느 기업보다 앞선 우량 강소기업을 만들자는 것이 저의 경영 철학입니다. 대기업은 그분들이 할 영역이 있고 중소기업의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강소기업이 많아야 경제가 튼실하고 구성원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구성원 얘기가 나온 김에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이 각별하다는 평가이던데요.
“코로나19 사태로 고생이 많은 우리 구성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신사옥을 지으면서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 구성원의 복지였습니다. 무료 식단도 주간으로 짜서 매일 메뉴를 바꾸고 있습니다. 휴게실, 체력단련장, 카페, 온돌방과 안마의자까지 설치해 직원들이 편히 쉬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요. 구성원의 행복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 믿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 조정희 편집국장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