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 선정 기관 신청 산업부가 잇따라 정면 배제 이상 기류
124억 예산 ICT 융합 전문 인력 양성 사업 · 섬수협과 경합 KO패

심사 위원 최종 평가 결과 섬수협 84점, 섬산련 70점 격차 커 망신
70억 예산 ‘마스크 제조공정 효율개선 지원사업’도 섬수협이 진행

우리나라 섬유 단체의 총본산이자 섬유패션 싱크탱크로 불리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정부의 산업정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간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돌고 있다.

섬산련이 신청한 사업 과제를 잇따라 산업부가 비토하면서 산하 단체에 주도권을 뺏기는 현상이 거듭돼 섬산련 사무국 업무수행 능력을 놓고 산업부의 불신을 사고 있지 않나 하는 강한 의구심이 나돌기 때문이다.

사실 섬산련은 법적 근거가 애매한데도 예산 사업 승인권을 산업부가 거머쥐고 있어 사실상 사업 예산의 대부분을 산업부 통제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사단법인 민간단체인 섬산련에는 직원 44명 중 사무국을 총괄하는 상근 부회장과 상근 임원 1명 등 2명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임원 4명 중 2명이 산업부 낙하산 인사다.

낙하산 인사로 내려온 임원들은 친정인 산업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업부 지시대로 산하 단체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 불거졌다.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2월 산업부가 시행한 ‘2020년 산업혁신인재성장사업’을 둘러싸고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산하 단체 격인 한국섬유수출입협회 간에 치열한 경합 끝에 섬산련 사무국이 KO패 당했다.

양 단체는 이 사업 주관 기관 선정을 위해 수면 위아래서 피 터지는 경쟁을 벌였으나 결과는 섬산련의 참패로 끝났다. 섬산련은 자신들이 주장한 것처럼 “섬유·패션 업계 전 스트림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고, 원사·직물·의류·패션 등 스트림별 단체는 각 기관의 설립 취지에 맞게 수행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섬산련이 이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또 섬산련이 2005년부터 산업부로부터 섬유산업 인적자원개발 대표기관으로 지정·운영되어 왔고, 2015년 4월부터 고용노동부 섬유패션 ISC(인적자원개발위원회) 지정 기관이란 점에서 자신들이 이 사업을 주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 사업을 처음 준비해온 섬유개발연구원이 처음 섬산련과 컨소시엄을 제안했으나, 섬산련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섬수협과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이 사업 추진 계획을 적극 수립해왔다.

이에 따라 섬개연과 컨소시엄을 형성한 섬수협이 국내 대학 중 ICT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7개 대학 등과 한 발 먼저 공조해 치밀하고 철저한 사업추진 방안을 준비했다.

섬산련 역시 한발 늦게 나름대로 또 다른 대학 7곳 등과 공조해 치밀하고 철저한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해 2월 하순 심사위원들 앞에서 평가회(프리젠테이션)를 가졌다.

참여 대학이나 일반인들의 객관적인 시각은 산업부의 직계 단체이고 상근 부회장과 사업 담당 이사까지 낙하산으로 나와 있는 여건에서 산업부가 팔이 안으로 굽어 섬산련이 유리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이 같은 섣부른 예단에 의해 섬산련 편에선 대학들도 심사 결과 산업부가 섬산련 측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전문가 7인 심사위원의 최종 평가는 섬수협 84점, 섬산력 70점 수준의 현격한 차로 섬수협이 KO 승을 했다.

산업부가 특정 단체에 편견을 두지 않고 엄격히 중립을 지키며 심사위원회의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섬수협 측이 용의주도하게 준비한 평가 자료가 섬산련안 보다 월등히 우수했다는 것은 섬수협 안에 비해 섬산련 안이 훨씬 엉성했거나 부실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이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는 것은 상전(?) 격인 “산업부가 판단을 잘못한 것”이라고 이유 아닌 변명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사업 예산은 매년 24억 6,300만 원씩 5년간 총 123억 원이 지원되는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다. 7개 대학 ICT 전공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에게 매년 1인당 100만 원씩 지원하는 이 사업은 이 부문 전문 인력 양성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기대되는 정부 사업이다.

이같이 정부와 업계 · 단체 · 대학에 이르기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업을 맏형인 섬산련이 아우뻘인 산하 단체와 피 터지는 경쟁 끝에 패배한 데 따른 뒷말이 무성할 수 밖에 없다.

이뿐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가 마스크 증산을 위해 중소기업 생산설비 지원에 7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마스크 핵심 소재인 멜트블로운(MB) 필터 부족 해결을 위한 생산 지원 사업이다.

산업부 주무과인 섬유탄소나노과가 예비비를 발 빠르게 대응해 ‘마스크 제조공정 효율개선 지원사업’을 통해 1일 400만 장 이상의 마스크 증산 효과를 기대하는 사업이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관례로 봐 이 같은 사업은 섬산련이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이 ‘마스크 제조공정 효율개선 지원사업’ 마저 섬산련이 아닌 섬유수출입협회가 주관 기관으로 선정됐다.

물론 이 사업이 단체운영 관리비로 지원되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다윗에 불과한 섬수협이 골리앗을 물리친 격이다.

이같이 최근 일련의 흐름으로 봐 산업부 주무과가 섬산련 사무국을 불신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와 단체 인사들의 시각이다.

더구나 섬산련 사무국은 최근 이 같은 산하 단체와의 정부 사업 주관기관 선정 경쟁에서 패배한 후 역대에 볼 수 없는 산하 단체와의 반목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어, 제 논에 물 대기 식 아전인수를 버리고 업계의 화합과 단결에 앞장서야 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듣고 있다.

특히 해외 출장 중인 성기학 회장이 아무 영문도 모르고 사무국 잘못으로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산하 단체와 갈등을 초래하며 엉뚱하게 원망을 듣게 하는 불충이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는 충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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