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8,100만 불, 창업 36년 만에 매각 불운
한국 의류 벤더 14社 무담보 채권 900억 원 물려

파산신청 5개월 만에 매장 임대 고액채권 회사 품에
장도원·장진숙 부부 아메리칸드림 신화 물거품

재미교포의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했던 장도원, 장진숙 부부의 ‘포에버21’이 지난 9월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진 지 5개월 만에 미국의 부동산 관리 업체에 매각된다.

이로써 자회사를 포함해 ‘포에버21’의 부채 규모가 약 100억 달러(12조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중 무담보 고액 채권자 50개 회사 중 한국의 의류 벤더 14개사가 무려 900억 원의 물품 대금을 물려 이들 피해 업체들의 변제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포에버21’이 신청한 챕터11(파산 보호 신청·법정관리)을 받아들여 개시 명령을 내린 미연방 파산법원의 케빈 크로스 판사는 매각을 논의하는 공청회에서 승인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곧 매각 승인 판결을 내릴 것으로 밝혀졌다.

인수자는 ‘포에버21’에 가장 많은 매장을 임대해 임대료 미수가 많은 미국의 부동산 관리 업체 사이먼프로퍼티그룹 컨소시엄이며 이미 지난 2일 공개 입찰에서 ‘포에버21’과 자회사를 합체 8,1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81년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한 뒤 84년 로스엔젤레스(LA)에서 전신인 옷가게 '패션21'로 시작한 ‘포에버21’은 설립 36년 만에 장도원·장진숙 부부의 퇴장이 기정사실화 됐다.

특히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명사로 우뚝 서며 세계 57개국 800개 매장에서 연간 매출 44억 달러(2015년)를 자랑하던 ‘포에버21’은 ‘한인 이민자 신화’에서 남의 돈으로 부를 축적한 ‘악덕 기업인’이란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게 됐다.

더구나 채권자 중에는 해외 소싱 공장에서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의류를 공급해온 한국의 14개 벤더들이 작게는 28억 원에서 많게는 150억 원의 물품 대금을 못 받아 물린 금액이 9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포에버21’이 새 주인을 찾아 정상화될지 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정상화된다 해도 피해 금액을 제대로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해 피해 업체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포에버21’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인 2011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장 씨 부부를 ‘미국 400대 부호’ 리스트에 올렸으며, 2015년 기준 이들 부부의 자산 합계가 59억 달러(7조 원)에 달한다며 2015년 포브스 표지 모델로 선정까지 했다.

그러나 저가 패스트패션의 오프라인 영업이 아마존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룡에게 시장을 뺏기면서 2018년에는 7,400만 달러(872억)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뒤늦게 캐나다, 일본 등 해외 40개국에서 사업을 접었고 미국 내에서도 178개를 닫는 등 350개 점포를 닫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채권자 중에서 건물 임대료를 못 받는 건물주가 미수금 피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바로 고액채권자인 부동산 관리 업체 사이먼프로퍼티그룹 컨소시엄이 인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조>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