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의 무서운 역병(疫病)이 분초를 다투며 창궐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중동·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이미 번져 전 세계가 초비상을 맞고 있다. 처음 우한 수산시장에서 발명한 이 해괴한 돌림병에 조기 대응이 잘못되면서 중국 대륙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죽은 사람도 살려냈다는 중국 한나라 말기 명의(名醫) ‘화타’가 환생하지 않는 한 쉽사리 잦아들 기미가 없다.  

급기야 우리 정부가 우한에 있는 교민의 수송 작전에 나서 격리 보호하는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고립돼 고통과 절망에 떨고 있는 우리 재외국민을 데려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 일각에서 “왜 데려오냐”고 반대하고 “왜 하필 우리 지역으로 오느냐”고 집단행동을 한 님비현상은 몰인정을 떠나 상식도 진실도 이해할 수 없는 찌질한 행태다. 같은 처지의 일본은 처음 누구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본인의 의사  대로 집이나 호텔에서 머물렀다.

과연 ‘내 부모 형제’가 중국 땅 우한에서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해도 “그럴 것인가?”. 무수한 희생자가 생기는 중국발 역병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 세력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반성해야 한다.

세계 섬유패션 소비심리 얼어붙어

사실 강풍에 무섭게 번지는 들불처럼 우한 폐렴이 언제 멈출지 아무도 속단하기 어렵다. 예방백신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실용화까지는 족히 1년 이상 걸린다. 이 과정에서 고도성장의 중국 경제는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다. 세계 각국 거래선들의 중국 사람과 상대하는 것 자체를 ‘애비’하며 기피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춘절 연휴가 끝난 지난 주말 칭다오에 있는 한국 기업들 얘기는 공장 문을 열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우한과 멀리 떨어져 있는 칭다오에 확진 환자 15명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 사람들이 접촉한 사람이 수천명이라는 것이다. 중국 사람들도 공포에 질려 출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한다. 돌아가는 통박을 보면 지구촌 사람들이 중국 사람만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만든 제품까지 기피하는 분위기다.

우리가 속해 있는 섬유의류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단  순히 한중 양국의 섬유의류 교역은 우리가 16억 6,200만 달러를 수출하고 중국에서 65억 4,500만 달러를 수입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한 폐렴이 급속히 창궐하면서 중국의 모든 섬유생산 공장의 가동이 원활할 수 없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량이 가장 많은 내수용 의류도 적기 공급에 차질이 오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의 생산뿐 아니다. 우한 폐렴은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으로 전염되기에 사람 모이는 곳은 기피할 수밖에 없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사람이 안가면 의류패션 제품을 비롯해 모든 소비재 판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비례해 중국으로 가는 국산 직물류 수출도 일단 위축을 각오해야 한다.

심각한 것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우한 폐렴의 여파는 중국산 모든 상품의 거래 자체를 기피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모든 상품 거래 과정은 계약 당사자 간의 대화와 상담으로 이루어지지 단순한 온라인이나 이메일도 대량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재의 분위기는 중국인과 악수도 기피할 정도로 칠색 팔색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재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반면 세상사 모든 것이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다. 중국 경제가 역병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이 반사 이익을 보는 나라가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이미 섬유 의류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탈중국이 일어나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지로 대거 전환됐다. 그럼에도 중국 외 지역으로 오더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마스크 특수처럼 그에 따른 이삭은 필연적으로 한국 섬유 업계가 주워 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봉제산업은 이미 공동화(空洞化)된 후라 아무리 노다지 오더가 와도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니트 직물과 화섬 직물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소 성급한 예단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산 직물 원단 오더가 넘쳐날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과는 차별화 전략이지만 설사 겹친 제품도 바이어들이 한국산을 선호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등식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역병에 대재앙을 겪고 있는 중국 섬유 산업이 호락호락 무너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우리가 가장 겁나는 것은 최신 설비로 무장한 중국의 규모 경쟁을 통한 화섬산업과 맞짱 뜨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의 화섬산업에 한국 화섬산업은 장기판의 졸(卒) 신세다. 중국의 간판 화섬기업인 생홍의 연산 폴리에스테르사 생산 능력은 자그마치 160만 톤이다. 행리는 연간 140만 톤이다. 한국의 전체 폴리에스테르사 생산 능력 공칭 70만 톤에 비해 중국 1개사 생산 능력이 갑절이다.
말이 좋아 공칭 능력이지 한국은 감산에 감산을 거듭해 실제 생산은 연간 50만 톤도 제대로 안 된다. 중국은 규모 경쟁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무차별 유린하고 있다. 우리 안방 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어 어느덧 60% 이상 장악했다. 미·중 무역 전쟁과 자국 내수 위축을 기화로 대한(對韓) 화섬사 덤핑 공세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당 국산과 가격 차가 200원에 달하면서 국내 직물 업계가 너도나도 중국산에 빨려 들어갔다.

중국산 기피 국산직물 오더 몰릴 듯

섬유 전 스트림 전반에 걸쳐 중국의 규모 경쟁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설비 투자에 배고파한다. 화섬생산용 와인더 메이커는 세계에서 일본의 TMT(데이진, 무라다, 도레이 3사 합작)와 독일 바마가 양대 산맥이다. 이들 양사는 현재도 주문이 밀려 발주하면 딜리버리가 3년이 소요된다.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화섬생산 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증거다.

안타깝게도 한국 화섬 업계는 TMT와 바마 어느 곳도 신규 와인더 주문 회사가 없다. 40~50년 된 구닥다리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작정이다. 이 지경이니 니트 직물과 화섬 교직물 업계가 애타게 기다리는 차별화 소재가 나올 리가 없다. 생산성 낮고 고임금 저효율 구조의 한국산 화섬사가 중국산보다 ㎏당 200원이나 비쌀 수밖에 없다. 국내 화섬메이커가 요리집 막대기 3년 우려먹듯 40~50년 옛 설비로 버틴다는 것은 착각이고 난센스다.

싼 맛에 중국산 화섬사를 선호하는 한국 직물 원단 업체도 머지않아 중국산 염료처럼 모진 고통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 지경으로 만든 화섬 메이커도 경쟁력 잃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넌센스 : 비표준어 
▶난센스(nonsense): O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