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장 바로 캐쉬로 구매할테니 재고 좀 알아봐줄래요?”
‘섬유전문지 기자’라는 이유로 최근 가장 많이 걸려오는 전화 중 하나는 마스크 사재기 브로커들이다.

KF94 마스크의 공급 원가 700~750원, 장담 15원씩 수수료를 쳐줄 테니 마스크 공급 업체를 연결해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전세계 불어 닥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에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최적의 위생용품인 ‘KF94 황사 마스크’ 생산기업들은 불붙은 호떡집 분위기다. 지난 설연휴부터 연일 밤샘작업에도 공급 물량을 못 맞추고 있는데다 중국 현지에서의 물량 요청 문의가 연일 쇄도하면서 그야말로 혼비백산이다. 국내 마스크 제품의 퀄리티가 우수하고 제품 완성도가 뛰어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구매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기업 한곳당 국내외 평균 3천만장 이상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국내 유통사들의 주문량도 맞추기가 버겁다는 것이 요즘 마스크 제조 기업들의 토로다.

이 와중에 마스크 수십만장을 어려운 이웃과 중국 본토에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이들은 “검역 및 방역 현장 관계자들과 감염 취약 계층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안정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따뜻한 마음을 전해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가장 힘이 들 때 손 내밀고 보듬어주는 자가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뇌리에 저장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습성이 있다. 바로 ‘잊고 싶은 기억, 바로 트라우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질병은 인간의 추한 낯빛도 드러내게 했다.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관광객들이 본토로 돌아가기 전 마스크 보따리상으로 변신하는 가 하면 공급물량 부족을 핑계로 국내 유통사들이 마스크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다.가뜩이나 대형마트와 쇼핑몰에서 구하기 힘든 마스크 번들(묶음판매)이 품절 행진을 지속하자 20개 1박스에 5만원이 채 되지 않던 소비자 가격이 하루새 20만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하루가 다르게 마스크값을 인상하는 유통사들을 보다 못한 누리꾼들은 각종 SNS를 통해 해당 화면을 스크랩하며 불매운동을 하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과 결정으로 기업과 사람이 급격히 쇠락하고 멸망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목격한다. 오늘의 추종자가 내일의 적이 되기 쉬운 디지털포비아 시대에는 그 강도가 더 쎄지고 있다. 해마다 백신은 양산되고 변종 바이러스도 24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사라진다. 하지만 상처로 각인된 나쁜 기억은 처방제가 없다.

조정희 국장

지난 31일 오픈마켓에서 판매중이 마스크 가격대. 판매가격을 하루만에 5배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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