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조정행 삼일기계 대표…환편기 실린더 제작 기술의 명장

삼일기계 환편기 실린더…호환성ㆍ정밀도 등 세계 최고 위상
정우비나ㆍ약진ㆍ삼일비나ㆍ세왕섬유 등 원단 업체 절찬 사용

글로벌 의류 벤더의 동반자…의류 벤더기업 성장에 기여한 공로자
국산 환편기 세계 수준 탁월한 성능 기여 ‘살아있는 전설’ 우뚝

합금 철강 소재 0.1% 오차도 허용치 않는 초경커터 개발 독보적 위상
고강도 철강 소재에 수천개 바늘집 깎는 초정밀 기술…선진국 기술진도 탄성

 

대담: 조영일 발행인
전세계 섬유 수요는 니트가 60%, 우븐이 40% 비율로 니트가 절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섬유 수요를 겨냥해 니트 원단을 생산하는 글로벌 환편기(일명 다이마루) 메이커들이 군웅할거하며 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년 전부터 중국산 환편기가 성능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진입이 활발해 지고 있다.

그러나 대당 4000만~5000만원을 호가하는 편직기는 메이커별 성능과 기능, 정밀도에서 많은 편차를 보여 수요자인 니트 원단 밀들이 선택하는 데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편직기의 성능과 기능, 호환성 및 내구성은 핵심 부품인 실린더(일명 가마)에 의해 좌우된다. 소재인 합금의 강도와 열처리 기술에서부터 대당 수천개 세밀한 바늘집을 깎아 만드는 초정밀 커팅 기술을 요하는 실린더야말로 자동차에 비유하면 엔진인 것이다.

불과 50~60년 전까지만 해도 환편기 실린더 주 소재는 국내 기술이 취약해 거의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왔다. 이 고강도 초정밀 합금 소재와 고강도 열처리, 절삭커팅 기술을 국산화시킨 장본인이 조정행(趙正行) 삼일기계 대표다. 수입에 의존하던 환편기 실린더 소재를 국산화시켜 일본의 원천기술 메이커들이 탄복한 조 대표의 실린더 제작 기술력을 국내는 물론 전세계 니트 원단 밀들이 공인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68인치 실린더(양면ㆍ싱글)를 제작, 환편기 메이커에 공급해 세계 환편기 메이커와 원단 밀들이 찬사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조 대표가 환편기 실린더 소재를 국산화시켜 수입 대체한 금액을 따져 보면,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세기 한 우물을 파며 환편기 실린더 제작의 장인으로 통하는 조 대표를 만나 신산고초의 지난 여정과 중국산 등과의 성능과 기술 차이를 들어 봤다.

 

조정행 대표와 삼일기계
조정행 대표는 지난 1970년 독립문(평안섬유)의 관계사로 기계 제작을 하던 낙랑철공소에서 환편기에 쓰이는 기어와 캠을 담당하면서 이 분야에 몸을 담았다. 이후 성신기계와 금성기계의 부공장장을 거쳐 1983년 독립해 창업했다. 1990년부터 한강에 가까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환편기의 주축인 고급 실린더를 제작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포천이나 양주 등지로 옮겨 갔지만 당시 인근 성수동에는 환편 원단 업체들이 즐비해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가 이끄는 삼일기계는 일명 ‘가마’ 전문 업체다. 가마는 환편기의 중앙에 위치해 바늘 집의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환편기 게이지에 따라 1800~4000개의 바늘이 들어간다. 이를 실린더(Cylinder)라고 한다. 이를 만들기 위한 적정 온도인 22~23℃가 유지돼야 제작의 정밀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본사 지하 공장에서 공장장을 비롯한 5~6명의 전문 인력이 줄곧 자동화된 기계와 함께 작업을 진행해 왔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실린더의 원재료인 합금 재료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숱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합금 재료는 일본에서 수입해 썼는데 적기에 구하기가 어려워 반드시 국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고 회고했다.

 

 

실린더 제작 과정
그러다가 1990년 마침내 한성금속과 협업해 절삭과 열처리가 용이한 합금 재료를 만들어 냈다. 이후 국내 최초로 34인치(34게이지) 실린더를 만들어 염광섬유에 납품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수입에 의존하던 절삭기구인 초경 카터(Cutter)를 1992년 다이아몬드만큼 강한 주석 합금을 이용해 만들어 내면서 국산화를 이룩한 것도 삼일기계가 이룬 쾌거로 기록됐다.

삼일기계의 실린더 제조 공정을 살펴보면, 1) 한성기계에서 주물(HS No. 7325. 99. 3000) 입고, 2) 선반에서 가공, 3) 목절기에서 절삭, 4) 열처리 공정, 5) 통살 부착, 6) 열로 통살 굽기, 7) 연마 공정, 8) 물 청소(수세), 9) 바늘 검사, 10) 포장 후 출고 등의 과정을 거친다. 모든 것이 한 장소에서 이뤄져 적기 공급이 가능하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자양동 지하 공장에 들어서면 공정에 따라 다양한 제작 기계가 구비되어 있다. 합금 재료가 놓여 있고 연화시킨 주물을 초경 카터가 정밀하게 절삭해 바늘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 있다. 바늘이 상하로 이동할 때 오차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정밀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열처리 공정을 거치면 단단해지며 실린더 수명이 10~15년 유지가 가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삼일기계는 실린더를 국내 환편기 메이커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 등 세계 각지의 환편 원단 업체에 공급되어 기존 기계의 실린더 교체 시 이용된다. 정밀하게 제작되기 때문에 교체하더라도 조금도 좌우 흔들림이 없이 바늘이 상하 운동을 하며 편직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중국산 환편기 실린더는 다른 종류의 원단을 편직할 때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오더가 들어오기까지 세워놔야 하지만 삼일기계의 실린더는 정밀도를 자랑하며 기존 실린더를 내리고 새로운 실린더를 기존 환편기에 올리면 얼마든지 다른 종류의 원단을 편직할 수 있다. 따라서 정우비나, 약진, 삼일비나, 세왕섬유, 가나, 아시아 등 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 환편 원단 메이커가 요구하는 형태로 만들어 지속 공급되고 있다. 신뢰가 쌓이며 해마다 국내외 고객들에게 600~700벌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일부에서는 가격만 비교해 중국산이 싸다고 주장하지만, 쉽게 교체할 수 있고 수명이 반영구적으로 길며, A/S가 철저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삼일의 실린더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사용하는 국내 환편기 메이커 대표는 삼일기계의 조 대표가 ‘환편기 국산화의 최고 유공자’라고 추켜 세운다.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실린더 소재를 국산화한 것은 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이다. 국산 실린더를 사용하면서 언제든지 새로운 기종에 필요한 제품을 요청할 수 있어 경쟁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베트남 등 해외 출장이 잦다. 해외 공장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을 발굴, 개발하기 위해서다. 삼일기계의 시장은 전세계에 펼쳐 있다. 환편기가 있는 곳 어디서나 부르면 그는 찾아간다.

“저는 환편기 실린더 만들기에 남은 인생을 바치려고 합니다. 좋은 실린더 제품을 만들어 제공하면 고객들이 이를 충분히 인정하고 신뢰했기 때문입니다”라며 “서울 도심인 자양동에서 항상 좋은 국산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제게 맡겨진 천직이라고 여기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조 대표는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삼일기계 T.02—458-0760/1, samilmachine@hanmail.net)

<정리=김경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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