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대담] 김해곤 회장…신소재 연구 개발의 대가

친환경 타올 시제품 생산… 의류ㆍ침구류 등 사용 확대 전망
2년 내에 상용화…산림 보호 사업ㆍ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듯

 

대담: 조영일 회장
우리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 등을 휘감고 자라며 산림 훼손의 주범이었던 칡이 소중한 천연섬유 소재로 각광 받을 날이 임박해 섬유업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국 산하에 자생하고 있는 칡이 마(麻)나 린넨보다 우수한 친환경, 친건강 섬유로 새롭게 부각되면서 상업화 연구가 본격화됐으며, 최근 친환경 타올 등 시제품이 생산되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관련 기사 본지 2019년 6월 3일자)

특히 산림 훼손의 주범인 칡을 제거하기 위해 ‘칡과의 전쟁’을 독려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번에는 칡의 상업화를 적극 독려하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고 이는 사용 범위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총리로부터 칡의 상업화의 필요성을 전달받은 김재현 산림청장이 이를 적극 진두지휘하면서 천연 섬유 소재 활용 연구가 본격 진행됐으며 최근 시제품 타올 샘플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칡섬유 개발 과정
칡 섬유는 칡 줄기의 껍질을 벗겨 가는 실을 만들고 이를 구직기인 셔틀직기로 원단을 직조하는 방법과 칡을 수거해 용융 분쇄하고, 필터링을 거쳐 칡 종이를 만든 후 혼합해 연사하고 이를 가지고 직조하는 방법이 있다.

칡 섬유는 시원하고 땀 흡수가 잘되고 끈적거림이 없는 천연섬유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가지고 테이블보, 지갑, 핸드백, 와이셔츠 등을 만들고 있다. ‘50년사’ 등 두꺼운 책 표지를 만들면 가죽이나 합성 피혁과는 달리 아무리 오래 지나도 촉감이 좋고 100년이 되어도 변질이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현재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섬유기술사회 회장을 지낸 김해곤 회장은 “저는 일찌기 칡의 이런 특성을 주목하고 의류패션 아이템으로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실제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에 의해 ‘칡을 활용한 복합 방적사 생산 및 홈 텍스타일 제품개발’ 프로젝트 연구 용역이 이미 시작돼 KOTITI와 산림자원연구소, 한국실크연구원,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이뤄 연구개발에 착수했으며 주관기관으로 홈 텍스타일 전문기업인 화이트 리퍼블릭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이 올해부터 3년간 5억 5000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원하고 주관기관인 화이트 리퍼블릭이 4억5000만원을 매칭 투자해 진행되고 있다. 이 ‘칡을 이용한 복합 방적사 생산 및 홈 텍스타일 제품개발’ 프로젝트에 따라 칡이 갖고 있는 친환경, 친건강 섬유의 장점이 확인됐고 이를 방적기술로 연계해 산업용으로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다방면의 해당 자료를 찾다가 ‘닥섬유 사업계획서’를 검토해 보고, 지자체와 연구원이 나서서 정부지원을 받아 장기간 투자했으나 여러 요인으로 마침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실패 요인을 살펴 보면, 닥섬유는 우선 원료인 닥나무가 국내에 자생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할 수 박에 없으므로 이를 사용하면 원가 코스트가 오르고 기업이 이를 사업화해 심으려고 해도 비싸서 팔리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에 칡은 국내 생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섬유라고 판단했다. 경상북도산림자원개발원의 프로젝트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숲 가꾸기 사업’으로 우리나라 삼림의 40%를 차지하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이를 휘감고 자라는 칡 넝쿨을 걷어내고 뿌리는 약용으로 쓰기 위해 전라남도에서만 해마다 100억원을 지원하고 있었다.

칡은 1년에 100m까지 자랄 정도로 번식률이 높은 품종이다. 소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데 아무리 높아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휘감고 자란다. 이는 산림 녹화사업의 최대 난제였다. 지금은 칡뿌리에 독한 화학약품을 살포해 이를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나 이는 다른 나무에도 영향을 미쳐 다시 삼림을 황폐화시키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칡을 가지고 섬유를 개발해야만 하는 당면 과제를 낳게 했다. 산림자원연구소는 칡이 해마다 140만톤 정도 수거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김 회장은 컨소시엄 참여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칡 넝쿨을 수거해 껍질을 제거하고 칡섬유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전남산업자원연구소에서 맡아 칡 넝쿨을 수거해 껍질을 제거했으며, 진주 실크연구원에서 부드럽게 유연 처리를 한 후 분섬 과정을 거쳤고, KOTITI시험연구원은 이를 가지고 방적과 니트 편직을 해 원단을 만들었으며, 화이트리퍼블릭에서 수작업으로 타올 등 시제품을 만들어 이 총리에게 보고한 바 있다.

이제는 지자체와 산림청이 나서서 합리적으로 칡을 수거해 칡섬유 원료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다음 단계는 상용화를 위해 시스템과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코스트를 기존 면섬유 수준으로 낮출 수 만 있다면 신소재 신기술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김 회장은 예상했다.

생산을 자동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판단한 김 회장은 서로 다른 생산 제품을 만들고 있는 일본 오사카와 시즈오카를 둘러 보고 셔틀직기 등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셔틀직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여 적당한 설비를 찾고 있다.

 

칡섬유 개발 과정. 칡넝쿨 원재료→껍질 제거→분섬→편직

칡섬유, 어떻게 만들 것인가?
김 회장은 지난 1966년 12월부터 수년간 일본 J 연구소와 D방적에서 연수한 경험을 토대로 신섬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번 칡섬유 연구개발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는 칡섬유를 싸게 만들어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로드맵을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칡을 활용해 방적사를 개발하고 의류 및 홈텍스타일 제품 등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 개발의 목표는 칡 덩굴과 슬러지를 이용해 섬유를 만들고, 방적 설비에서 다른 섬유와의 혼섬기술을 개발해 복합 방적사를 만들고 이를 친환경 섬유제품으로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닥섬유의 예에서 보듯이 우선 ‘칡섬유의 원료를 최소의 비용으로 어떻게 한 공장에 모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국내에서 충분히 산출은 되지만 전국 산야를 돌아 다니면서 이를 채취 수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수 작업으로 실을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면섬유와 유사한 가격으로 코스트 다운해야 신소재 신기술의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사업화하기 위해서 우선 사업체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칡은 누군가가 제거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뿌리는 칡즙과 갈근이라는 약재로 쓰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양갱의 원료로도 쓰인다.

화이트리퍼블릭은 칡섬유를 활용해 타올 시제품을 만들었고 다른 용도의 디자인 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이 샘플을 받아 본 이낙연 총리는 본격적인 상용화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칡섬유로 만든 제품들

칡섬유의 다양한 활용
천연 셀룰로스 섬유인 칡은 전통 소재로 과거 갈포벽지를 만들던 자원이었으나 관련 기술과 설비가 전량 중국으로 넘어가며 아직까지 시장에 관련 제품을 선보인 바 없어 이에 대한 활용은 매우 차별적이고 흥미로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칡 섬유화의 핵심 기술은 전분 등의 이물질,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앞으로 칡섬유가 본격 생산되면 타올은 물론 테이블보, 티셔츠, 와이셔츠, 침대 커버, 베갯닛 등에 두루 사용되며 활용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방적사 이외에 특수제지를 만들면 제지, 부직포, 벽지, 신발 등 다양한 분야의 천연 산자용 신소재로 활용되며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은 “로드맵을 확정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면 2년 내에 이를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를 통해 ‘제2의 모달, 텐셀’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해곤 회장은…
김해곤 前 충남방적㈜ 부사장, 기술연구소장
청운대학교 패션섬유공학과 교수
한국섬유기술사회 회장
現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상임감사
아세아아프리카섬유컨설팅 대표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