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화섬사 반덤핑 제소할까 말까…!

국산보다 ㎏당 200원 차이 덤핑 투매 수요 쏠림 심각
화섬메이커 PEF 월 3만 8천 톤 생산 수입사가 2만 5천 톤
안방 시장 내주고도 중국 눈치 메이커 간 입장 상반 제소 못 해

글로벌 시장의 무법자 중국산 화섬사의 덤핑투매로 인한 시장 교란을 막을 재간이 없다.

과잉소비에 규모 경쟁을 앞세운 중국산 화섬사가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덤핑 가격으로 뒤흔들고 있어도 제어할 수단이 없어 국내 화섬산업이 속수무책으로 망가지고 있다.

참고로 지난 9월 브라질 정부는 한국과 중국산 나일론F의 반덤핑 예비 판정을 통해 한국의 효성에 대해 덤핑마진율을 83.9%나 높게 매겼다.

반면 덤핑 행위가 효성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메이커에게는 불과 10% 남짓 저마진 판정을 내렸다.

효성 측이 기가 막혀 즉각 재심 절차에 들어갔으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산 나일론F가 브라질에서 효성보다 8분 1수준의 저마진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화섬메이커들은 소위 덤핑 제소에 대비해 암암리에 2중 장부를 만들어 자국산보다 낮게 팔지 않는다고 둘러대기 일쑤라는 것이다.

반면 효성은 정직하게 모든 사안을 기재하고 대응했지만 제대로 인정을 못 받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중국산 화섬사가 한국 시장에 무차별 덤핑을 통해 안방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덤핑 제소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놓여있다.

중국은 대규모 화섬 공장을 만들어 신설비를 대량으로 설치해 규모 경쟁을 통한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과시하면서 세계 시장을 유린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폴리에스테르사 생산 능력은 올해 기준 3,077만 톤에 달해 한국 전체 생산 능력 70만 톤의 45배에 달한다. 이를 생홍 1개사 캐퍼가 연간 160만톤, 행리는 140만 톤에 달해 규모 경쟁에서 오는 생산성의 원가 경쟁에서 당해 낼 재간이 없는 실정이다.

터키에 무더기 덤핑 수출로 이미 반덤핑 마진에 따른 덤핑 관세를 부담하고 있고 한국 시장에도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올들어 10월 말 현재 중국산 POY 수입은 물량 기준 작년 동기보다 219%가 폭증했고 DTY도 20%, FDY는 56%가 급증했다.

우리나라 전체 화섬메이커의 폴리에스테르 생산 능력 5만 6000톤 중 감산에 감산을 거듭하면서 겨우 월 3만 8000톤을 생산한 데 비해 수입 폴리에스테르사는 월평균 2만 5360톤에 달하고 이중 중국산이 80%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출이 줄고 자국 내수도 침체되자 재고가 쌓이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요시장에 무차별 덤핑투매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전체 실제 생산량의 60% 이상을 수입사에 내주면서 국내 화섬산업이 벼랑 끝에 몰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결국 이대로 가면 3년 길어야 5년 내에 제2·제3의 코오롱FM 사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득달같이 중국산 화섬사의 불공정 덤핑 행위를 막기 위해 무역 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해야 함에도 업체 간 이해가 갈리고 또 덤핑제소가 브라질의 나일론F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봐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과거 중국산 폴리에스테르사의 반덤핑 행위를 다소나마 견제 장치가 됐던 반덤핑 마진 부과도 우리 화섬메이커와 중소 가연 업계의 이견으로 DTY는 2016년에 종료됐다.

중국산 POY는 이보다 2년 앞서 2014년에 덤핑 관세 부과가 만료된 상태다.

지금은 무차별 덤핑 행위가 발생해도 업계 간 의견 대립으로 한쪽에선 “제소하자”, 한쪽에선 “소탐대실이다”며 갑론을박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우선 중국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화섬메이커는 “이대로는 안 된다. 반덤핑 제소를 서두르자”고 주장한 반면 효성처럼 중국에 진출해 있는 화섬메이커는 반덤핑제소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정부도 화섬사를 덤핑 제소할 경우 과거 마늘 사태처럼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를 우려해 정부에서도 중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 사이 중국산 화섬사는 지금 이 순간도 한국산보다 ㎏당 200원 이상 차이가 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추위 타는 한국 화섬메이커들은 얼어 죽을까봐 백방으로 묘약을 찾고 있지만 한번 중국산 화섬사를 맛본 국내 직물 업체들은 품질과 가격에 만족하며 중국산 선호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공동화된 봉제에 이어 면방이 뒤를 잇고 급기야 화섬 산업까지 조종(吊鍾)이 울리면서 허리 부문인 직물 산업의 줄초상을 재촉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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