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5(토)
> 오피니언 > 조영일 칼럼
초호황 日 섬유산업 벤치마킹을
국제섬유신문  |  webmaster@itnk.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2.0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kakaostory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일모도원(日暮途遠)의 조급증과 함께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줘야 할 정치는 날밤을 새우며 찌르고 할퀴는 낯 뜨거운 난장판 모습이다.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어야 할 여의도 정치권은 경멸의 상징으로 전락했고 승냥이처럼 ‘애비’ 하는 질시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이 배부르고 등 따뜻해야 이반이 덜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걸려 있는 경제까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어 민심이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단 경제학자의 생체 실험으로 시작된 소득주도 성장의 저주가 몰고 온 파도는 예상보다 높고 거칠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잘해야 2% 턱걸이할 정도로 고꾸라지고 있다. 도처에서 제조업 무너지는 소리가 우지끈하고 굉음을 토해내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엉뚱하게 둘러댄다. 저잣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나라 경제가 맷돌에 깔려 찢기고 신음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으나 정부 당국은 눈감고 귀 막은 모습이다. 이토록 냄비 속 개구리 처지의 심각한 경제 난국을 못 보고 못 듣고 있다면 심각한 난청이거나 난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생태계 붕괴 더 이상 방치 안 된다

폐일언하고 타 산업보다는 한결 낫다고 하는 섬유산업 현주소를 내시경으로 들여다보면 웬만한 난청, 난독증자도 알 수 있는 벼랑 끝 심각한 상황이다. 섬유산업 허리 부문을 지키고 있는 대구 산지와 경기 북부 니트 및 화섬우븐직물산업은 줄초상의 비명소리와 함께 생태계마저 붕괴되고 있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일본을 밀어냈던 우리가 중국에 깔려 막다른 길목에 몰린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인력난과 고임금의 피할 수 없는 경영 환경에 시난고난 버티어 오던 중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로기 상태에 몰렸다. 허울 좋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은 대졸 실업자를 양산했고 이들은 돈 아닌 금을 줘도 생산 현장에는 얼씬하지 않은 이상한 사회 현상을 만들었다. 중소기업은 죽으나 사나 죽는 것보다 잃는 게 나아 공장을 세울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등 세계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말이 안 통하고 생산성이 내국인보다 떨어져도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공장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1일 2교대 연장근무, 휴일 특근하면 이들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월 400만 원 수준이다. 중국, 베트남 등지와 똑같은 제품 만들어서 경쟁국보다 5배 10배 비싼 임금을 주고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원자재값을 제외하고 제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물론 전기료도 베트남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섬유 제조업이 살아남기 위해 5,900개사가 해외로 탈출한 것은 자타가 공인한 사실이다.

문제는 나갈만한 기업은 거의 나갔기에 남아 있는 기업이라도 살아야 할 텐데 현재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지난 2년간 기본임금 29.6% 인상은 수당과 4대 보험, 퇴직금을 포함해 실제 50% 인상 효과를 불러왔고 적용 대상자가 전 직원으로 확대돼 기업은 지급능력의 한계를 불러왔다. 외국인 근로자만 배불리는 최저 임금 인상이 기업을 막다른 길로 몰아갔고 이 때문에 발등의 불인 첨단 설비투자와 연구 개발이 뒷전으로 밀렸다. 자연발생적으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급속히 감소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기업을 폭삭 망하게 만든 급격한 최저 임금의 업보를 중소기업이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아무리 극단적인 궁지에 몰렸더라도 깨지고 터진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우리 내부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환경이 어렵다 해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기사회생의 길이 있다. 처방은 바로 투자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다.

우리 스스로 해법이 없으면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90년대부터 한국의 추격에 무릎을 꿇었던 일본 섬유 업계는 지금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지금의 대구 산지보다 더 엄혹한 세월을 보냈던 후꾸이 직물 산지는 지금 풀가동하고 있다. 일본섬유 업계에 정통한 업계 증진에 따르면 “일본 섬유업계는 지금 2000년대 들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전언할 정도다.

우리 대구 산지와 경기 북부 산지에서 이 순간 직·편직기 가동률이 50~60%에 지나지 않고 이마저 출혈 생산하고 있는 실정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바로 1억 3,000만 명에 달하는 탄탄한 내수 시장과 유니클로라는 글로벌 SPA브랜드의 고속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 바로 스트림 간 철저한 협업과 이를 토대로 한 차별화 전략이다.                  

화섬기술의 세계 1등 국가인 일본이 이같이 차별화 신소재로 승부를 걸어 적중한 것은 중국과의 규모 경쟁이 아닌 철저한 차별화 소재 개발이다. 중국의 규모 경쟁은 상상을 초월해 단순한 생산성과 가격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안을 찾은 것이다.

사실 중국의 화섬 설비는 겁나는 수준이다. 올해 폴리에스테르사F 생산은 3,077만 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생홍 1개사 생산량이 160만 톤, 행리가 140만 톤이다. 생홍의 가연기 대수만 700 대규모이지만 중국에서는 ‘빅5’에도 못 들어간다. 한국의 폴리에스테르F 생산능력 연간 60만 톤이지만 현재 생산은 겨우 40만 톤 남짓에 불과하다. 폴리에스테르 단섬유를 포함해도 한국은 연간 110만 톤에 불과하다.

소재 차별화 섬유산업 운명 걸렸다

물론 일본도 생산 기지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대거 옮겨 일본 자체 폴리에스테르F 생산 능력은 연간 50만 톤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는 세계 최고다. 도레이의 고기능성 소재와 도레이클러스터가 후꾸이 산지를 견인하고 있다. 아사이카세이의 큐프라(벤베르크), 미쓰브시레이온의 트리아세테이트, 구레데의 가발용 원사 모다크릭, 도요보의 초고분자 폴리에스테르 이자나스(자일론), 데이진의 잠재권축사를 비롯한 다양한 차별화 신소재는 난공불락이다. 세계 초일류 화학메이커인 도레이의 연간 매출 2조 5,000억 엔 중 섬유가 40%다.

후꾸이 직물 산지가 바쁜 것은 도레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제직·염색의 협업 체계가 잘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한국의 화섬 업계는 내세울 만한 차별화 소재가 없다. 일본에서 개발해 상품화하면 카피해서 연명한다. 소재의 차별화가 없는데 직물 차별화가 이루어질 리 없다. 중국이 안하거나 못하는 분야가 가야 할 길이며 업계 스스로 사즉생(死卽生) 각오와 열정으로 투자해야 한다. 화섬업체 오너들이 적극 투자 모드로 바뀌어야 한다. 매년 실적 평가를 받는 전문 경영인의 처지로는 한계가 있다.

이 모든 역할과 대안 제시는 업계 스스로 결정하되 산업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청맹과니 같은 백면서생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걱정이다.

국제섬유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kakaostory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회사소개광고문의채용공고고객센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151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311, 1909호(역삼동, 아남타워)  |  대표전화 : 02)564-2260  |  팩스 : 02)554-8580
기사제보/광고문의/구독신청 배달사고 : 02)564-2260  |  e-mail : itnk94@naver.com
1993년 6월 2일 창간(주간) 1993년 4월 19일 등록번호 : 다-2893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의만(영일)  |  인쇄인 : 김갑기
Copyright © 2020 국제섬유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