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이 지난 14일 <BBS 뉴스와 사람들>에서 강동훈 방송본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를 통해 패션그룹형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우리 업계와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요약 정리 게재한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로도 들을 수 있다.
부산 출신의 최 회장은 1982년 동대문 시장 최초의 브랜드였던 ‘크라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998년에는 패션그룹형지를 설립해 현재 연 매출 1조 2000억원, 19개 브랜드 4500개 매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과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을 맡는 등 사회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패션그룹형지의 출발

최병오 회장은“제 아버님께서 세상을 일찍 떠나시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어 저는 어린 나이에 많은 체험을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고 하는 남달리 곧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기업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지금도 매일 긴장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어릴 때 외삼촌 밑에서 잠깐 장사를 했다. 그때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브랜드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키우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패션그룹형지가 ‘크로커다일 레이디’ 등 19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원동력이다.

그는 ‘크로커다일 레이디’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크로커다일 레이디’는 아시아 브랜드인데 제가 최초로 여성복을 끄집어 낸 경우입니다. 없던 것을 만들어 낸 거죠. 동대문 시장에 있을 때 여성복을 배웠거든요. 여성복은 잘할 자신이 있었고요. 그래서 만든 이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품질과 디자인이 좋고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브랜드죠”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섬유패션은 고부가 산업

최 회장은 국내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나 산업 변화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인류가 옷을 입지 않고는 살 수 없고 또 자라나 유니클로 등 세계적인 부호들도 아직 패션업을 하는 상황에서 ‘섬유패션 산업은 전통 산업이고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고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다른 산업이 발전하면서 섬유산업 등 전통 산업에 대해 등한시하는 부분도 있죠. 그렇지만 이 섬유산업은 창조산업이고 부가가치 산업입니다. 특히 패션산업은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이어서 “30년을 키운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인 의류와 신발 산업이 ‘사양산업론’이 나오자 3년만에 모두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됐어요. 지금은 신발산업이 다시 부흥을 하고 있습니다. 저 부산 녹산공단에 가면 데상트 등 세계적인 회사들도 R&D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그 인프라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패션섬유 산업도 우리나라의 전통 산업으로 굉장히 강한 산업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서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면 ‘제2의 유니클로’ 가 한국에서 나오고, 세계적인 섬유업체인 ‘듀퐁’ 그 이상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청년 스타트업

최근 최 회장은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청년들의 스타트업 지원에 관해서 건의했다.

“한 보름 전에 간담회 하면서 젊은 사람들을 전통산업에 취업을 시켜서 바로 스타트업이나 창업을 할 수 있도록 IT뿐만 아니라 섬유패션 분야에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그런 쪽에 상당히 애정을 가지고 강연이나 인사들을 만날 때 마다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이 안하는 곳에 성공의 지름길이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는 40년 전 ‘크라운’이라는 브랜드의 상품을 등록시켰다. 주위에서 비아냥거렸지만 열심히 일했고 당시 장사가 잘됐다. 무슨 사업을 하던지 반드시 브랜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사업을 했더니 직원들도 더 꼼꼼하게 바느질도 하고 디자인도 잘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참여

최 회장은 최근 베트남, 동남아 등에 대통령 모시고 가는 경제사절단 행사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아주 명망 있고 인품이 빼어난 부회장이 많죠. 저는 중견 기업 대표로 콜마나 넥센타이어 등과 함께 2년 전에 들어갔는데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지금은 최저임금 등 노사 문제가 심각하죠. 그래서 경총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최저임금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형지가 국내에서 제조업은 안 하지만 전국 2500여개 대리점을 가지고 있고, 대리점 점주들이 불황으로 매우 힘들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저희 브랜드 하나만 가지고도 자녀들 교육 충분히 시키고, 저축도 좀 하고 했는데, 요즘은 임대료가 굉장히 비쌉니다. 또 인건비도 비싸죠. 그리고 불황이니까 옷을 좀 덜 사 입습니다. 굉장히 힘들어하시는데 그래도 잘 견디세요. 과거에는 한 브랜드 쭉 했는데, 요즘에는 두 브랜드를 하고, 또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식구들이 장사를 한다든지 합니다. 저희들은 상생을 위해 마진을 좀 많이 드립니다”라고 설명했다.

옷에 대한 생각

최 회장은“그래도 옷은 사회생활에서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겁니다. 저도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어디 모임에 갔더니 어떤 여성이 빨간 옷을 입었다며 집사람한테 밝은 옷을 입으라고 했어요, 빨간 옷을 구매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저희 옷만 말고 다른 브랜드 옷도 사라고요. 힘들 때는 옷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밝은 옷이 끊임없이 잘 팔리는 것 같은데요. 어쨌든 과거에 비하면 대리점 환경이 매우 열악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형지도 온라인 분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도 이제 대리점에 와서 옷을 고르고 하는데 매장 매니저들이 코디를 잘해주면 굉장히 만족해 한다는 것이다. 장년층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은 다소 힘들기 때문이다. 또 트렌드가 과거에는 옷만 팔았지만 거기에 카페를 함께 만든다거나 해서 위기를 또 극복하고 있다.

어머님에 대한 생각

“제 어머님은 이제 아흔 조금 넘으셨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는 셋째인 저를 포함해 7남매를 키우기 위해 참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맏며느리로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는데. 큰 병도 몇 번 앓으셨어요. 유독 저는 어릴 때 사업을 한다고 애를 많이 먹였습니다. 돈 구해 달라, 뭐 해 달라, 그래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이나 여러 가지 애틋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어머니한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항상 저한테 ‘최 사장 너는 잘될 수 있어. 어느 스님한테 물어봤더니 너는 50세가 넘어가면 무조건 사업이 잘 된다고 하시더라’며 그렇게 용기를 주셨어요.”라고 털어 놨다.

최 회장에게 강연이 쇄도하고 있다. 젊은 학생들, 소상공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5~6년째 하는 전남대학교나 부산대학교 등 대학, 한국은행 등 기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에이엠피, 최고경영자 과정, 이런 곳에서 제가 살아온 이야기들 하면 상당히 관심 있게 듣고는 합니다. 제가 살아온 것이 순탄치 않았잖아요. 뭐 힘들고 어려울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죠”라고 했다.

다시 젊은이들에게

“저희 회사에도 나이든 사람이 과거에는 많았는데,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로 많이 교체가 되고는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빠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회사를 안 다니죠.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옛날만큼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해서 좋은 회사를 또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문화도 굉장히 중요하리라 봅니다. 그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

최 회장은“요즘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까 기업가 정신이 뭔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는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기업가들이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지키고 모범된 생활을 하며 더 건강한 모습으로 사업을 잘 끌어가야겠다, 저 같은 경우는 소상공인들이 좋아하는데요. 어떻게 보면 롤모델이 되도록 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합니다. 그래서 부족하고 힘든 것은 빨리 정리하고 업이나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공한 기업가로 거듭나며 사회에 공헌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터뷰를 끝냈다.

정리=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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