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은기 한국섬유수출입협회 회장

伊 마랑고니 패션스쿨, 韓 원단 사용 의상 전시
섬수협, 원단 제공… 밀라노 우니카 특별관 운영
전시 의상 홍보 시너지… 현장 상담 계약 이어져

“국내외 디자이너들과의 실질적인 콜라보를 통해 한국 소재 원단을 널리 알리고 부가가치를 높여 산업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지난 9~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있었던 특별한 전시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며 화제가 됐다.

민은기 한국섬유수출입협회 회장은 “우리 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KOTRA의 지원을 받아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1 추계 밀라노 우니카(Milano Unica)’ 전시회에 국내 20개사로 한국관을 구성해 참가했습니다. 올해에는 특히 이탈리아 최고의 마랑고니 패션스쿨(Instituto Marangoni) 디자이너들이 한국산 소재 원단으로 만든 의상을 선보이는 특별관을 운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협회는 밀라노 우니카 전시회의 높은 진입 장벽을 뚫고 이번 시즌 국내 섬유소재 20개사가 참가하는 데 기여했다. 주최측은 2015년 S/S 시즌에 일본관을 처음 허용한 데 이어서 그 해 A/W 시즌에 한국관의 진입을 허용한 바 있다.

민 회장은 “그러나 밀라노 우니카 전시회 진입만으로 이탈리아 패션 시장에서 우리 섬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 작년 10월부터 마랑고니 패션스쿨, KOTRA 밀라노 무역관과 손잡고 우리 섬유 기업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이들이 만든 의상을 ‘우니카’에서 선보이면 한국 섬유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에 앞서 소재기업-국내 디자이너 플랫폼 구축 사업을 통해 선정된 국내 디자이너들에게도 무상으로 원단을 제공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작년 로마 방문에 맞춰 10월 17일 마랑고니와 섬유패션 분야에서의 협력을 다짐하는 MOU를 맺고 해당 사업을 시작한 섬수협과 KOTRA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제조한 원단을 마랑고니 디자이너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 생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지난 MOU 체결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권평오 KOTRA사장과 마랑고니 밀라노의 파올로 메로니 패션분야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당시 MOU에는 마랑고니 학생들이 한국산 직물로 의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담았다.

섬수협은 코트라와 손잡고 약속대로 마랑고니가 선택한 섬유 20종을 각각 10m씩 무상으로 제공했고, 이를 이용해 마랑고니에 수학 중인 디자이너 20명이 지난 5월말 의상 20벌을 만들었다. 이를 심사해 이 가운데 5벌을 선정했고 이번 ‘우니카’에서 전시한 것이다. 방문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좋은 소재가 아름다운 옷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 특히 이번에 선정된 5명의 디자이너들에게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S-10을 수여했다.

민 회장은“한국 섬유가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독보적 수준의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의 상품이라도 시장에서 훨씬 싼 값에 팔리는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섬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마랑고니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전시한 의상에 사용된 소재 업체가 상담에 이어 현장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업체들도 세계 패션업계에서 명성이 높은 마랑고니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경우 한국 직물의 이미지와 위상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랑고니 패션스쿨은 1935년 설립되어 밀라노, 피렌체, 런던, 파리 등 세계 각지에 캠퍼스를 보유하고, 글로벌 패션기업들과 연계해 실용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마랑고니는 세계 주요 도시로 진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 중이다. 2003년 런던을 시작으로 2006년 파리, 2013년 상하이에 학교를 설립했으며, 2016년에는 중국 선전, 2017년 인도 뭄바이, 2018년 미국 마이애미 등지로 진출을 확대했다.

민 회장은 “이번 마랑고니와의 협업을 계기로 협회는 국산 소재 원단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행보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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