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플러스 박준영 대표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 개관…입주기업 대표 맡아
폐섬유 재활용 ‘가치 창조’ 앞장…일자리 창출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면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자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폐섬유를 재활용하고 국내에서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범위를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국내 섬유패션 산업은 세계적인 리사이클 트렌드에 맞춰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버려지는 폐섬유를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 동참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국내 폐섬유 재활용 분야에서 앞장서서 건축자재 등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세진플러스의 박준영 대표를 한국과학기술원 창업보육센터에 있는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만나 자세한 상황을 들어 보았다.

박 대표는 “국내 섬유패션 산업의 리사이클 현황을 살펴 보기에 앞서 우선 서울시의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와 경기도의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를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들 리사이클 전문 기관은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재활용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SUP)는 지난해 9월 18일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서울새활용페스티벌’을 열고 ‘업사이클의 생활화(Upcycling Everyday)’를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유럽 등에서 참가한 리사이클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국내 리사이클 현황을 살펴 보았다. 여기에 박 대표가 참여했다.

또 경기도는 지난 6월 15일 ‘제24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김희겸 행정1부지사 주재로 환경대상 시상식에 이어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 개관식을 가졌다. 옛 서울농생대 건물인 수원 상록회관을 리모델링해 건립된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는 연면적 2660.15㎡, 지상 1층과 지하 1층 규모로, 입주기업 공간은 물론 3D 프린터, 페이퍼 및 원단류 커터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춘 공동 작업장인 ‘순환창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경기도 폐기물 저감방안 토론회’도 펼쳐졌다. 이 자리에 박 대표는 마지막 연사로 나서서 25분 간 폐섬유의 재활용 방안에 대해 실제 사례와 함께 발표해 경기도 부지사 등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대부분 국내 리사이클 업체는 의류를 분해해 원단을 만들고 이를 재생해 다른 제품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세진플러스는 이를 모두 잘게 분쇄해 새로운 건축자재를 만드는 유일한 업사이클 사례를 제시해 호평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세진플러스의 리사이클 건축자재 '플라스넬'

이에 경기도는 섬유 원단으로 만들어진 폐현수막을 거둬 100% 건축자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백색 원단 위에 주로 코발트색과 노란색으로 프린트한 현수막을 타면하면 연한 카키색의 건축자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저는 기관의 참여를 바탕으로 시민들까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폐기물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라며 “마을 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들이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면 이에 참여한 사업장을 통해 인식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만 년간 100톤의 폐현수막이 나오고 이를 경기도로 확대하면 년간 3500톤을 접착제가 필요없는 친환경 건축자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주에는 경기도업사이클플라자클러스터 1호가 설립된다.

박 대표는 야구장 친환경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을 가지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야구협회와도 협의 중이다. 생산된 리사이클 제품을 사용해 국내 야구장에 설치할 분리 수거함과 홍보용 부채를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광고협회와도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폐현수막의 재활용이 원활해 지면 광고산업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는 원상회복력이 탁월하고 물에 강해 데크용이나 가구용으로도 적합하다.

“저는 3년 전 캠브리지대 등이 참여한 스리랑카 리사이클 설명회에 가서 깜짝 놀랐습니다. 스리랑카의 대기업인 마스社는 폐섬유를 직접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업계가 스리랑카보다 인식 수준이 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세아와 같은 우리 국내 섬유 대기업들이 폐섬유 리사이클에 관심을 가진다면 동남아와 중남미 등 해외 공장에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오며 이미지 개선과 홍보에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박 대표는 리사이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화 시설을 갖춘 자체 공장을 건실하게 운영하며 남양주에 있는 종합 폐기물 회사를 최근 인수했다. 지금은 시설비가 투자되지만 소각이나 매립을 하지 않고 5년이 지나면 기대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업들을 시범적으로 지원해 스마트 공장화한다면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저는 원래 폐섬유로 기차의 침목을 개발하기 위해 설비를 들여 왔습니다. 스리랑카에서는 이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스리랑카에서는 폐섬유 쓰레기로 만들어 진 ‘섬유 山’이 무너져 100명 이상 사상자가 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리사이클 건축자재의 양산을 위해서는 여러 가공 단계가 한 곳에 모여 원스톱으로 관리가 되는 업사이클 특화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지원과 엄격한 관리 감독을 시행하고 인허가 처리를 신속하게 해주면 이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대기업과의 협력 사례로 SK를 들었다. SK주유소는 자투리 원단으로 보루를 만들어 기름을 닦는 데 사용하고 있다. 세진플러스는 400여 개 주유소에 공급하는 1회용 장갑과 보루를 만들기 위해 설비를 들여 왔다. 그리고 주유소의 택배 시스템을 통해 기름을 먹은 보루와 장갑을 회수해 SRF(고형원료)로 만들어 시멘트 공장에 공급 중이다. 이는 4500 칼로리를 기준으로 하는 시멘트 열병합 발전소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일반 섬유는 4000 칼로리에 불과하지만 기름을 먹으면 7500 칼로리로 바뀌는 것에서 착안했다. SK는 동반성장을 위해 세진플러스의 주식 1%를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인 SK는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세진플러스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분쇄한 폐섬유의 단계별 시표들

봉제공장 세진플러스
박 대표는 뼈 속까지 봉제인이다. 1976년 의류봉제업을 시작한 40년 전통의 장인이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장애인을 위한 특수복 등을 제작하고 있다. 내변벽 아이들의 요실금 팬티를 만들었고, 이제는 이를 통해 요양원에 있는 어른들의 친환경 기저귀도 생산할 방침이다. 그리고 한양대 성태현 교수팀과 협력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한 LED 의류를 생산하는 등 ‘하비스트 기술’의 상용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대화 중에 불쑥 “풀무원의 콩나물을 누가 기르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이 장애인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하며 기르기 때문에 좋은 식품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장애우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생들을 위한 멘토로도 활약 중이다. 전국 섬유ㆍ의상학 전공 120개 학과를 위한 인지 개선을 위한 교육을 고민 중이다.

“섬유패션 산업도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이 산업의 일꾼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맞춤형 교육을 해야 합니다. 외람되지만 생계형이 아닌 ‘삶의 질’을 생각하는 대학생들을 키우고 싶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폐현수막이 건축자재로 바뀌는 모습이 모두에게 각인되어, 관과 민은 물론 코오롱이나 세아 등 대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폐섬유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국내외에서 우리 기업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정말 필요합니다. 저는 이 사업의 투자자보다는 진실한 파트너를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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