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처리비용 부담 과중…불법 처리하기도
친환경섬유協 설립 시급… 기술개발 지원해야
국내 섬유의류 기업들이 섬유 웨이스트(Waste), 폐섬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이에 대한 리사이클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닐, 플라스틱, 목재, 섬유 등 생활 쓰레기는 재활용하거나 소각 또는 매립해야 하는데, 이 중 폐섬유는 재활용 대상 품목이지만 처리 물량이 많아 대부분 소각 처리하고 있으며, 정상적으로 처리할 경우 톤당 20~30만원까지 소요되어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자체 소각시설을 통해 불법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불법 브로커들을 통해 이를 톤당 2~3만원에 소각하다 적발된 섬유염색 업체들이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양말을 제조할 경우 8%의 웨이스트가 발생할 정도로 원단과 의류 제조 시에는 다량의 웨이스트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리사이클 섬유는 페트병으로 폴리에스터 원사를, 폐어망으로 나일론 원사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난 20년 간 미리 정제된 원료를 해외에서 수입해 제조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발생하는 섬유 웨이스트를 원료로 리사이클 섬유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생활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연간 5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 이 중 일부라도 재활용 분야에 투입하고 기업들과 협조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섬유패션 기업의 노력
물론 세계적으로 리사이클 제품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국내 섬유패션 기업들의 노력도 확대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재고 의류를 처리해 새로운 옷을 만드는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RE;CODE)’ 를 런칭해 주목을 받았고, 1977년 설립된 단체복과 기성복 전문 봉제기업인 세진플러스(대표 박준영)는 2010년부터 연구소를 운영하며 폐섬유를 재활용해 ‘플라스넬’이란 브랜드의 건축용 섬유 판넬을 개발해 소량이지만 생산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디자인센터는 지역 섬유기업들로부터 쓰고 남은 원단을 기부받아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 공유 브랜드 ‘더나누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는 홍콩 ‘DFA 어워드’, 싱가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지난해 1월에는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에 참가해 업사이클 디자인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출범한 한국업사이클센터는 한국폴리텍대학 섬유패션캠퍼스와 MOU를 체결해 업사이클 섬유패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다.
폐섬유의 처리와 리사이클
현재 폐섬유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65%, 대구와 경상북도에서 25% 정도 발생하며, 서울 기준 하루 250톤 정도가 발생한다. 따라서 물량이 많아 모두 재활용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우선 재활용 분야를 확대하며 소각을 포함해 효과적인 비용절감 처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재활용 분야에는 화섬, 100% 울, 100% 면 등 가능한 폐섬유를 분리 수거를 거쳐 분쇄해 원사를 생산하고 원단이나 의류를 제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선 화이버 상태로 완구나 펫용 제품의 충전재, 부직포나 판넬를 만들어 에코백, 건축ㆍ인테리어 자재, 교통사고 방지용 완충재, 가로수나 전봇대 보호재 등으로 제조 판매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또 폐의류를 수거해 수선을 거쳐 중고시장에서 판매(최근 해외에서 붐이 일어나고 있음)하거나, 콜라보 디자이너들이 리폼해서 새로운 업사이클 제품으로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친환경섬유협회의 필요성
이 같은 폐섬유 리사이클 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나 한국섬유수출입협회, 한국패션산업협회 등 관련 협단체가 공동으로 친환경섬유협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원을 확대하며 리사이클 섬유 산업단지와 기술을 확보한 관련 전문 생산 공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바탕으로 섬유패션 기업들의 리사이클 섬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기업들을 위한 효과적인 폐섬유ㆍ의류 처리방안을 마련하고, 나아가 관련기술 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방문한 수도권 섬유공장 뒤뜰에 쌓여있는 폐섬유 쓰레기 더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것들은 대부분 비용을 내고 소각 처리된다”며 “화학적 리사이클인 페트병 수입 운운할 것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폐섬유를 물리적으로 리사이클하는 것이 국내 섬유패션 업계가 앞장서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쓰레기 처리 비용을 줄이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이미지를 개선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등 일석사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