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티에프제이글로벌 진의규 대표

日 시장, 친환경 ‘오코텍스’ 획득한 WGT 기술 인정…거래선 봇물
모든 소재 원단ㆍ완제품 초발수 가공…아웃도어ㆍ스포츠웨어 등 심실링 대체

일본서 14억엔 규모 투자 유치…오사카 공장 설립 중
대구ㆍ경기ㆍ진주 등 국내 원단 기업과 콜라보 추진

“이제는 아웃도어용 소재로 폴리에스터나 나일론은 물론 100% 면, 울, 캐시미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소재의 원단과 스웨터나 청바지 등 완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는 통기성이 뛰어난 티에프제이의 친환경 초발수 가공 기술이면 가능합니다.”

최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획기적인 비불소계 친환경 초발수 가공 기술을 선보인 ㈜티에프제이글로벌의 진의규 대표(30)를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한국나노기술원 5층에 있는 본사에서 만났다.

2015년에 설립된 티에프제이는 지난 2월 일본에서 14억엔(기술가치 140억엔 평가)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오사카 와카야마현에 5000㎡(150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 중이다. 오사카에는 현지 법인으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인증인 ‘오코텍스(OEKO-TEX STANDARD 100)’를 취득한 티에프제이의 WGT(Water Glide Technology)는 소재가 물을 튕겨내는 원리를 지닌 초발수 가공 기술이다. 골드윈, 일본 노스페이스의 시험 결과가 통과되어 지난달 150가지 샘플로 쇼케이스를 가졌다. 이번 F/W 시즌에는 자체 브랜드로 친환경 기술이란 의미의 ‘블루로지(BLUELOGY)’ 를 선보이고 내년 S/S 시즌부터는 거래 업체들이 본격 적용에 나설 예정이다.

진 대표를 만났을 때는 지난 3월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패션월드 도쿄’전시회에서 만난 200개사로부터의 오더를 집계 중이었다. 이 때 받은 명함만 350장이었고, 이들 중에는 연 매출이 1조원이 넘는 종합상사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섬유패션 종합상사인 모리린은 단독으로 개최한 전시회에 티에프제이를 초청해 ‘블루로지’ 쇼케이스를 열었고 40개 이상 직영매장을 보유한 200개 참가사들의 관심을 끌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제는 일본의 주요 업체는 모두 저희 기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티에프제이가 아웃도어스포츠용으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등 화섬소재뿐 아니라 실크, 울, 캐시미어, 100% 면 등 천연소재 원단과 스웨터나 청바지 등 완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한 초발수 가공 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라며 “모리린 사장이 직접 저에게 동업자 관계를 바탕으로 함께‘블루로지’를 ‘고어텍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자고 제안했다”고 진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LG패션 출신의 부사장을 영입해 일본시장에서의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으며, 오후에도 미츠비시와 상담이 있다고 귀띰했다. ‘퍼텍스’를 만드는 미츠이물산, 스미키물산, 골드윈, 다키사다, 청바지 브랜드 구라보 등이 모두 거래처이다.

티에프제이의 WGT는 패션 의류에만 국한하지 않고 차세대 IT 융합 웨어러블 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쇼트현상을 막기 위해 전선 형태로 고무나 실리콘을 사용해야 하는 전도사도 원사 위에 나노 사이즈로 코팅하는 WGT 초발수 기술을 적용하면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본 지사를 통해 배터리로 사용되는 리튬 전지의 절연체 역할을 하는 분리막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 T사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또 나이키나 언더아머와와는 신발 인솔부분에 삽입해 스포츠 기능 향상과 재활치료에 활용하는 전자장비의 가공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이는 전자박람회인 CES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최근 섬유패션의 키워드는 친환경 트렌드입니다. 내년부터는 친환경이 아니면 일본, 유럽,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없게 됩니다. 이를 협의하기 위해 모리린에서는 임원들이 직접 유럽에 출장을 가서 고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진 대표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인 2009년 국내 섬유패션 업체들은 난항을 겪고 있었고, 마침 ‘스톡홀름 컨벤션’에서는 12가지 물질을 2020년부터 사용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체나 동물에게 암을 유발시키고 호흡기 질병을 가져다 주는 불소계 발수 약품이 포함됐다.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일본이 작년부터 유아용 제품에 이 물질의 사용을 금지했다.

한국에 돌아와 티에프제이를 설립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 진 대표는 발수제 ‘C8’을 넘어 비불소계인‘C0(제로)’ 발수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기존 발수제를 사용하면 내구성이 떨어지고 원단 물성의 변화가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물성을 유지하면서 발수도가 높은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는 일본에서 이미 검증이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증 기간 1년반이 지나고 2017년 일본에 진출해 단독 쇼케이스를 열고, 일본 오사카 지사도 설립했다. 일본에서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이제는 ‘자스탁(JASDAQ)’ 상장을 목표로 세우고 매주 일본에 출장하고 있다.

그는 “국내 섬유패션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구나 경기도의 우븐이나 니트직물, 진주 실크직물 등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생지 상태의 원단을 공급받으려고 합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중국이나 베트남과는 품질 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입니다. 품질이 좋아야 가공 시 불량률이 떨어집니다”라며 “저희 발수 가공 기술을 더하면 신소재로 탈바꿈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소량이겠지만 앞으로 대량 오더를 기대하며 서로 마진을 양보하며 협업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일본 바이어들에게도 이 같은 방침을 이미 알렸습니다”라고 털어놨다. 마침 중국 원단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 노력하면 품질을 감안해 비슷한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패션 시장의 부진은 가격문제도 있지만 내놓는 의류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다. 소비자가 입기 편한 옷을 만들어 계속해서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이었다. 기능이 뒷받침되고 여기에 탁월한 디자인을 더하면 승부가 가능하다는 것. 이는 젊은 디자이너 육성에도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했다.

“저는 청바지를 입고 등산하는 시대가 온다고 봅니다. 통기성과 발수 등 기능에 문화적인 트렌드를 더하면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소비와 신규 투자가 활발한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정했다. 이는 시장의 액션이 빠르다는 데 착안했다. 특히 모리린은 연락을 받고 준비한지 1개월 만에 쇼 케이스를 성사시킨 경우다.

이런 성공은 여러 가지 국내 섬유패션 산업의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그는 “최근 일본 치야키 염색공장을 보고 놀랐습니다. 직원 1400명 중 80%가 20대 청년입니다. 우리도 융합 기술을 적용하면 제조업에서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섬유기계 분야도 지금은 독일이 최고로 평가되지만, 국내 내수가 활발해지면 우리 기계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섬유패션 산업이 국산 기계를 사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4회째 참가하는 ‘패션월드 도쿄’전에는 170㎡(50평) 최대 규모로 ‘메이드 인 재팬’ 존에 참가한다. 지퍼 전문 업체인 YKK는 옆 부스를 고집할 정도다. 내년부터는 단독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저희 발수 가공 기술을 적용하면 심실링이 필요 없습니다. 원단과 완제품에 발수하더라도 원사 한올 한올 나노 사이즈로 발수되고 기존 색상과 터치감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죠. 청바지도 워싱 후 발수 가공 처리를 하면 봉제선까지도 심실링 효과가 나타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군경 유니폼, 소방복, 특수복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기술품질원 검사 결과 발수 후 IR 기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 2월 ‘국방강소벤처기업(TECH FI NET)’으로 등록됐다. 특히 열에도 강해 ‘케볼라’에도 발수가 가능하다.

그의 목표는 소재 분야에서 탄소섬유에 적용해 입을 수 있도록 만들고, 고밀도 필터에도 도전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풍력 발전 블레이드에 적용하고, 투자 측면에서는 2021년이나 22년 목표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을 타이틀로 증시 상장이 이뤄지면 기술 스타트업을 모아 투자조합을 만들고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형태로 나아가는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까지도 기술만 있으면 인맥을 통해 융합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섬유패션 산업이 불황과 관계 없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라며 “저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세미나 등 재능 기부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2~3세대 젊은 기업인들이 모이는 첨단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습니다”라며 그의 꿈과 희망을 펼쳤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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