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기업 엑소더스 5900 社 투자액 94억불 ‘진행형’
-中 투자 멈추고 베트남·印泥 등 동남아에 집중 포화상태
-한국기술·대규모 투자 불구 바이어 중국 가격 적용 요지부동
-바이어 해외투자 압력 후 오더 농간 가격 후려쳐 대박 꿈 무산
-바이어, “임금 싼 만큼 제품 값 내려라” 갑질 극성
-최저임금·주 52시간 탈출 불가피해도 신중해야.
국내 섬유산업의 엑소더스가 도를 넘을 정도로 대규모에 달한 가운데 대박을 꿈꾸고 해외투자를 감행한 기업들 상당수가 현지 경영환경이 예상을 빗나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아직도 진행형인 섬유업계의 해외투자는 단순한 인건비 차원을 넘어 인허가에서부터 거래선 확보, 바이어의 오더량 조절과 가격 후려치기 등 선발 기업들이 겪은 갖가지 애로사항을 보다 면밀히 조사 분석한 후 투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딕 관련 도표 2면)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성기학)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국내 섬유산업의 해외투자는 총 5878개사로 투자 규모는 93억 61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국가별 법인투자현황을 보면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집중투자한 후 철수한 관계로 통계의 부정확성을 감안하더라도 1위 국가인 중국에 3256개사가 26억 1200만 달러를 투자해 전체의 55.4%(업체 수)가 중국투자로 나타났다.
다만 앞에서 지적한 대로 중국은 인건비가 급속히 상승하고 각종 규제가 많은 데다 미·중 무역마찰 등으로 한국 투자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가거나 청산한 기업이 많으나 당초 투자할 때는 수출입은행에 신고를 하지만 청산이나 변동사항은 신고하지 않아 현재 기준 중국 투자현황은 통계의 신빙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섬유업계의 해외 투자국 2위인 베트남은 작년 말 기준 869개사가 투자해 투자금액이 26억 800만 달러에 달해 처음 중국 진출기업보다 숫자는 작지만 투자금액은 비슷할 정도로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어 투자순위 3위 국가는 인도네시아로 330개사가 진출해 10억 7700만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에 이어 가장 많은 기업이 진출했다.
따라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남아 3개국이 전체 해외투자의 76%를 점유하고 있으며 다음이 미국으로 392개사(6.7%) 5억 75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글라데시에 95개사가 진출해 1억 8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필리핀에 170개사(9600만 달러), 과테말라 74개사(1억 800만 달러), 캄보디아 73개사(1억 2200만 달러), 미얀마 53개사(1억 3100만 달러) 순이다.
이같이 초창기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에 국내 섬유 기업들이 집중 진출한 것은 무엇보다 고임금과 인력난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풍부한 인력과 저임금의 메리트 때문인 데다 미국 등지의 거래 바이어들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지 않으면 “오더를 끊겠다”고 압력을 가해 불가피하게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임금과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했으나 막상 이들 현지 국가에 진출해보니 인허가에서부터 인력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노무관리 역시 예상치 않은 장벽이 많다는 것이다.
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기타국가들 대부분이 원부자재를 완벽하게 자급자족하지 못해 양질의 원부자재를 적기에 조달하는데도 애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지에 거액을 투자해 최신설비를 가동하면서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순간 바이어가 가격을 한국 가격이 아닌 중국 가격을 적용하는 것에 거의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기업들이 “한국 기술에 의해 첨단설비를 통해 생산된 제품가격을 왜 중국 가격에 맞춰야 되느냐”고 항의해도 “임금이 싼 만큼 제품 값을 내리라”며 “중국 가격으로 맞추지 않으면 오더 끊겠다”고 협박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한국 섬유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첨단설비로 무장한 공장을 가동하면서 꿈꾸었던 대박 기대는 물거품이 된 채 후회해도 늦은 고통을 하소연하고 있다.
물론 초기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들이 많지만 뒤늦게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을 못 견뎌 해외 탈출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선발업체들이 예기치 못한 애로에 허탈해하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