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움 저 설움 다해도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것은 없다. 그래서 사흘 굶으면 이웃집 담 넘겨보지 않은 사람 없다고 했다. 북한 얘기다. 그렇지 않아도 인민들은 누렇게 부황들어 피골이 상접한 처지에서 10년째 최악의 식량 기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빨도 들어가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북한에 식량 지원 동의를 얻어냈다. 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치우듯 춥고 배고픈 북한 인민을 구제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이다. 북한이 감지덕지 절을 해도 시원치 않은데 또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대는 자충수를 뒀다. 평소에도 맡겨놓은 것 달라는 식으로 걸핏하면 땡깡을 부린 북한이 밥그릇을 스스로 찼다. 오죽하면 비핵화를 위해 쓸개·간을 내놓으며 보듬고 가려는 문 대통령마저 “자꾸 이러면 협상이 어려워진다”고 KBS 대담에서 일갈했겠는가.
호랑이 앞에서 웃통 벗는 식으로 자꾸 이런 식이면 북한은 아사자가 속출해 통치 불능상태가 올 수도 있다. 핵이 북한 정권 수호신이 아니라 정권 붕괴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굶주리면 백성은 이판사판 폭동을 일으키는 것이 다반사다. 핵을 포기하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인민들에게 이팝과 고깃국을 먹일 수 있음을 북한 정권은 알아야 한다.

 

섬유기업 6천개 해외로 나갔다.

본질 문제로 돌아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 모두 앞다퉈 공약했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이행하다 독박을 썼다. 2년 만에 기본급 29%가 급상승한 것은 물론 상여금, 4대 보험, 퇴직금을 합치면 36% 인상 효과 때문이다. 아무리 선의라 해도 시장이 거부해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기업 포기와 해외 탈출을 초래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이 와중에 오래전부터 발동이 걸린 기업의 해외 탈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람은 없고 임금은 비싼 데다 친노동, 반기업 정서까지 기승을 부린 부작용이다. 섬유산업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섬유 기업의 해외 탈출은 무려 5878개사에 달한다. 금액 기준 94억 달러 규모다. 지금 이 순간도 능력과 기회만 있으면 탈출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존립 목적은 돈을 벌어 성장하는 것이다. 백방으로 따져 봐도 사람은 안 오고 임금은 비싸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탈출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나마 최근 2년 동안은 과거 정권보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 많은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기대하며 지켜보았다. 하지만 신기루처럼 금방 다가오다 다시 멀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유망지역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난파선에 쥐 빠져나가듯 엑소더스 현상이 이어졌다. 솔직히 알짜기업은 거의 빠져나갔고 국내는 이런 사정 저런 이유로 나갈 수 없는 기업만 남았다.
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해외 투자 열풍은 초창기 중국에 몰렸고 이후 중국의 인건비가 뛰고 고용환경이 악화되면서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집단 탈출했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영향을 타고 베트남은 최고의 투자적지로 지목됐다. 바이어들은 거래 한국 기업에게 베트남 진출을 강요했고 심지어 거절하면 오더를 끊겠다고 닦달했다.
그러나 제도가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해외투자가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부담뿐 아니라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 인허가 문제에서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이 과정을 거쳐 본격 가동까지는 그런대로 비교적 순탄했지만 기대했던 대박의 꿈은 현실과 동떨어졌다.
초창기 눈을 먼저 떠 한발 먼저 진출한 의류 벤더들은 성공을 거뒀지만 중간 또는 막차를 탄 기업들은 “잘못 왔다”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애로가 많다고 한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서 원부자재를 자급자족할 수 없어 중국 등지에서 구해와야 한다.
아직은 한국보다 8분의 1수준이지만 임금과 인력을 제외하면 무엇 하나 유리한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투자 규모에 비해 돈이 안 남는다는 주장이다. TPP가 금방 이루어질 것 같던 시절에는 온갖 달콤한 유혹으로 베트남 투자를 유혹하던 바이어들이 이것이 무산되자 금방 안면을 바꿨다. 한국보다 더 좋은 새 설비 구축에 따른 대규모 투자와 한국 기술진 지도로 만든 원단인데도 가격은 중국 가격에 기준한 것이다.
의류 봉제 수출단가는 바닥까지 내려가 대량생산성으로 인한 채산이 아니고는 맞출 수가 없다. 베트남에 진출한 소규모 하청 협력 봉제 업체들이 벌써 오더 기근으로 철수를 준비할 정도다. 니트나 우븐 불문하고 바이어들은 한국보다 싼 인건비만큼 원단 가격을 내리라고 성화다. 심지어 한국계 면방회사 건물과 가까운 니트 업체는 면사 이동 거리가 짧은 만큼 물류비 절약분을 원단 가격에 반영해 낮추라고 주장할 정도다. 이를 거절하면 바이어는 “구매 초이스는 얼마든지 있다”고 배짱을 부린다.
한국계 면방업체들을 예증으로 들어본다. 떠오르는 별 베트남을 향해 국내 대방들이 7년 전부터 대거 진출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베트남 수요업계가 한국 면방업체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만·중국계 면방 회사들은 기업당 30만 50만추, 심지어 단일기업이 100만추 규모의 매머드공장을 진출하고 있다.

 

안에서 샌 쪽박 밖에서도 샌다.

한국의 대방이라는 경방과 일신방, 동일방, 국일방 등은 많아야 겨우 3만추에서 10만추 규모다. 규모 경쟁에서 게임이 안 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본 곤도방 같은 품질기업과도 경쟁력이 안 된다. 중국·대만계 벤더나 니트 직물업체는 값이 다소 비싸도 자국계 면방사와 거래한다. 한국의 경방과 일신방·동일방·국일방 등은 세아·한세·한솔과 정우·삼일니트·세왕섬유 등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공략하며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면사를 베트남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중국, 방글라데시 심지어 중남미 온두라스에까지 현지에서 수출한다.
가격경쟁을 벌이다 보니 채산이 악화되고 있다. 고임금과 인력난에 최저임금이 겁나 베트남으로 탈출했지만 현지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다. 경방이 처음 진출 당시 영업이익이 몇십억씩 난 데 비해 최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소문이다. ‘안에서 샌 쪽박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실감 난다.
이제부터는 해외에 투자하는 그 자금과 열정으로 국내에서 자동화 투자하면 오히려 승산이 있을 수 있다. 차별화 제품 생산여건도 국내가 훨씬 유리하다. 이제 나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국내에 투자해 차별화 전략으로 제값 받는 것이 절실하다. 막차는 항상 상투 잡을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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