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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窓] 리더의 조건
조정희 기자  |  silky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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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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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운 롱패딩을 벗어던지고 밝고 가벼운 트렌치코트로 갈아입는 봄 3월이다.
이맘때면 각 학교마다 신입생을 맞는 새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학교 임원을 뽑기 위해 이색 피켓과 공약을 외치는 아이들의 선거 유세 장면의 진풍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달이기도 하다.
모 초등학교 교사가 반에서 임원선거를 앞두고 설문조사를 했다.
‘임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묻자 아이들은 착하고, 성실하고, 열정있고, 공약을 잘 지키고, 봉사를 하고, 리더십과 모범심 등등 조건을 쏟아냈는데, 막상 칠판에 모두 적고 나니 현실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어떤 완벽한 사람을 바라는 모습에 아이들 스스로도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이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리더를 갖기 위해서는 좋은 팔로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좋은 팔로워는 어떤 팔로워일까에 대해 다시 물었다.
아이들은 학급을 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임원이 하는 것이 다 옳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수 있는 ‘현명함’을 꼽았다고 한다.

 

믿음을 주는 리더와 현명한 팔로워

3월은 국내 각종 패션 행사와 전시페어가 한번에 몰려있는 분주한 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대표적인 행사가 오는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하는 ‘춘계서울패션위크’다.
국내 최대 패션행사이자 정부주도의 전략 지원사업인 패션위크의 총괄 수장으로 4년째 임기를 채운 정구호 총감독은 지난 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왜 많은 예산을 바이어 초청과 패션계 유명 VIP인사들 모시는데 쏟아 부어야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들에 “세계 5대 컬렉션을 지향하고 있지만 서울컬렉션은 파리 밀라노 런던과 같은 세계적인 컬렉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오지 않던 우리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 이제 겨우 세계적인 글로벌 패션행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서울컬렉션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발 글로벌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고 세계적인 컬렉션에 진출시키려면 그들을 이용하고 마케팅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 초청이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력하게 어필한 바 있다.
사실 서울패션위크의 빠듯한 연간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해외 바이어와 유력인사들을 초청하는데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수출 실적 미비에 대한 문제점은 수년간 지적돼왔다.
런던 파리 밀라노 뉴욕 컬렉션을 모두 돌고 마지막에 들르는 서울컬렉션에서는 정작 바이어들이 빈털털이가 되어 오는 현실이라 정작 사고싶어도 구매할 자금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컬렉션 오픈일을 앞당기는 방안도 언급됐지만 우리보다 오래된 동경패션위크도 어쩔수 없이 중국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여전히 4대 컬렉션 이후에 지속해오고 있다. 오히려 바이어들이 방문할 기회마저 잃게 되는 등 별 실효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년간 서울패션위크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서서히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면서 커다란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나가는 걸음마를 떼고 있다.
정감독 역시 서울패션위크가 파리 패션위크처럼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는 버리고 실제로 파리나 밀란패션위크 같은 세계적인 무대에 데뷔시키기 위한 디자이너를 키우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펀딩 시스템 확장에서 나아가 디자이너를 나라입장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적인 입장에서 지원하고 네트웍이 만들어지는 커다란 프로그램들이 만들어 질수 있다면 발전된 서울패션위크가 될 수 있다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간 헤라를 비롯해 행사를 지원해줄 기업들의 스폰서십도 지속적으로 유치해 오면서 기업 참여 행사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도 나름대로 잘 풀어왔다.
서울컬렉션의 총감독을 맡은지 올해로 4년차 마지막 임기를 맞아 정감독은 연임을 고사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디자인재단은 연임을 간곡히 부탁할 만큼 그의 이러한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견 디자이너들과의 불협화음은 여전히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해 불현듯 디자이너연합회 회장직을 사퇴하면서 연합회 소속 디자이너들과의 불화와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서울컬렉션은 총감독 체제 출범부터 4년간 ‘글로벌 행사로의 마케팅 강화와 시민참여형 행사’를 지향했다.
서울컬렉션은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패션행사를 넘어 글로벌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SFAA 서울컬렉션으로 출범한 이후 그들만의 리그였던 역사속 패션쇼와 비교하면 현재 서울패션위크 눈부신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0년부터 국가주도형 행사로 출발해 세계 5대 컬렉션으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겨우 제 색깔을 찾았다며 지지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제는 신인과 유망 디자이너를 지속 발굴하고 육성하고 키워서 해외 글로벌 컬렉션에 진출 시키겠다는 목표를 확고히 한만큼 더욱 정진하고 돌진해야한다.
다만 수장인 정감독이 서울컬렉션에 몸담아온 국내 패션 중견 디자이너 팔로워들과 앞으로 어떻게 화합하고 손을 잡을지 고심하고 고민해야한다.
GN으로 기본기를 다진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과감히 정식 무대를 내주고 오프쇼를 통해 양보하는 미덕을 보였던 많은 중견 디자이너들이야말로 서울컬렉션을 더욱 빛내는 주역임을 알아야한다.
이제 그는 그들에게도 강한 리더십을 보여야한다.
정감독은 디자이너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배경에 대해 “내부 시스템과연합회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잘못된 것을 알기에 어쩔수 없이 사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잘못된 자리의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의 리더인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옳은 방향으로 용기를 냈어야했다.
그리고 소속 디자이너들은 신임 회장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끝까지 믿었어야했다.
뒤늦게 새로 회장을 선출하느라 상반기 패션코드 참가 등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는 불상사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랬어야했다.
현명한 팔로워들만이 훌륭한 리더를 얻을 수 있다.

본지 조정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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