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M 종언…섬유산업 생태계 와해시작

-“적자에 장사 없다” 코오롱FM 매년 수백억 적자
-PEF 부문, 국내 전 메이커 눈덩이 적자 한숨
-감산 또 감산 불구 재고 산더미 제2·3사태 우려
-국내산업 공멸, 염료처럼 중국산 가격폭등 불 보듯
-화섬메이커 40-50년 된 구닥다리 설비 개체 시급
-국내 니트·화섬직물, 눈앞 작은 이익보다 국내산업 지켜야

 

국내 화섬산업이 급속히 붕괴되면서 섬유산업 생태계가 와해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섬유산업이 화섬원사분야에서 화섬강국 중국의 예속(隸屬)이 앞당겨질 수밖에 없으며 앞으로 필연적인 가격폭등과 수급 불안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상징기업인 62년 역사의 코오롱그룹 모태 산업이자 가업인 코오롱FM(메티리얼)이 폴리에스테르사와 나일론사의 주력산업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감추어뒀던 화섬산업 붕괴 현상이 표면화되고 있다.
코오롱FM이 구미공장을 김천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축소지향 일변도로 초긴축경영을 거듭해왔으나 매년 400~5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가업이자 모태 사업인 폴리에스테르사와 나일론사의 화섬원사 사업을 포기하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견딜 때까지 견디다 손을 든 코오롱뿐 아니라 국내 화섬업체 상당수가 PEF(장섬유) 부문에서 누적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긴축 감산 경영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폴리에스테르사와 칩, 스판덱스 메이커인 TK케미칼이 폴리에스테르사 부문의 만성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 2년 전에 구미 1공장을 문 닫고 주력 본공장 한곳만 가동하면서 그룹 건설사의 분양사업을 병행하며 겨우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휴비스 역시 국내 화섬업체를 최대 단섬유 메이커로서 이 부문의 호황국면에도 불구, 만성적인 장섬유 부문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울산공장을 전주공장으로 합병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만성적자요인인 장섬유 생산량을 대폭 축소한 데 따른 인력구조조정도 이미 마무리했다.
KP캠텍도 나일론사 사업을 사실상 축소 또는 정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폴리에스테르사를 일반 의류용에서 손을 떼고 강력사 위주로 전환할 것으로 업계에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스판덱스 메이커로 우뚝 선 효성도 나일론사 생산라인 중 1개를 줄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내 기라성 같은 화섬메이커들이 폴리에스테르장섬유와 나일론사업을 정리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폴리에스테르사 생산능력은 2007년 기준 장섬유 연산 60만 톤, 단섬유 연산 62만 톤 등 122만 톤 규모에서 최근 단섬유를 제외하면 장섬유 부문(필라멘트)이 50만 톤 이하로 급속히 감소되고 있다.
이같은 국내 화섬업계의 전체 폴리에스테르부문 생산캐퍼는 장섬유 3000만 톤 단섬유 920만 톤(2017년 기준) 규모의 중국에 비해 4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규모 경쟁에서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더욱이 중국은 10년 내외의 첨단자동화설비에 한국 인건비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아직도 40~50년 된 구닥다리 설비에 비싼 인건비 구조인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생산성과 품질, 가격경쟁력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 열세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중국의 화섬업체 상당수는 PX에서부터 PTA, 화섬사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고 있어 화섬사 경기가 나쁠 때에는 PX나 PTA가 보전해주는 구조인데 반해 단순 화섬사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당수 한국 업체들은 기업 체질에서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결국 중국산 화섬사(폴리에스테르사)는 국내 직물업계의 불황과 상관없이 국내 안방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늘어난 데 반해 한국 화섬업체들의 시장 세어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적인 위기를 안고 있다.
따라서 코오롱FM의 화섬산업 종언은 국내 화섬산업의 돌림병으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국내 니트 직물과 화섬교직물 업계에 중국 의존도가 급속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 될 때 하나의 예증인 염료산업처럼 중국의 독무대가 몰고 올 횡포와 독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화섬산업이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으니까 그들의 가격 횡포나 수급조절을 자제할 뿐 한국 화섬산업이 공멸 단계로 접어든 순간 독점 공급자로서의 발톱을 드러내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화섬메이커부터 40-50년 된 구닥다리 설비로 연명하는 소극적인 경영전략에서 탈피해 일본처럼 기술개발을 통한 차별화 소재 개발에 올인해야 하고 국내 니트 직물과 화섬직물 업계도 눈앞의 이익만을 내세워 몇 센트 더 싸다는 이유로 수입사에 의존하는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내산업을 지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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