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유저인 글로벌 패션기업 찾아 마케팅
지난 시즌ㆍ다른 업체와 유사한 제품 지양

 

국내 섬유 수출 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개성공단 재개’등 새로운 돌파구를 갈망하고 있다. ‘값 싸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에 앞서 우리 제품 개발에 대한 새로운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많은 국내 섬유 수출 업체들이 생사 기로에 들어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원자재 소싱 방식이 변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한 우리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은 변화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월마트를 제외한 글로벌 패션 기업들 대부분이 환경(에코), 생산지, 퀵 딜리버리 등 소싱정책을 바꾸고 기존에 거래하던 의류 벤더나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원자재를 값이 싼 것만 구매하던 관행을 수정해 직접 구매하고 이를 봉제 생산 기업이나 공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도 ‘아마존’ 같은 온라인 공룡 기업에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중간상에만 의존하면서 엔드 유저인 글로벌 패션기업과의 소통이 없을 경우 수출길이 막히고 있다.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섬유 수출 업체 대표는 “최근 몇 시즌에 걸쳐 새로운 개발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시회에 계속 참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 놨다. 그리고 한 임원은 “해외 전시회 포럼관에 전시된 국내 업체들의 샘플이 지난해와 같거나 다른 업체와 대동소이한 것이 눈에 띄었다”면서 “다음 시즌에는 전시품을 모조리 바꾸지 않으면 큰일나겠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이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 생산에 무작정 몰리거나 중국산 생지를 들여와 후가공하면서 그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 제품이라고 내세웠던 것이 화근이었다는 것. 중국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던 까다로운 제품에 모두 손대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의 한국 부스를 찾은 해외 바이어가 원단을 들여다 보고 ‘모두가 똑같다(Same Same)’고 한 것이 이미 오래라는 이야기다.

 

화장품 업계의 ‘M-ODM’

오래 전에 이미 화장품 개발 제조 전문기업인 유씨엘은 기존의 자체 기획생산 방식인 ODM(Original Development & Design Manufacturing)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상품 개발 방식을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씨엘이 국내 최초로 도입하며 ‘M-ODM(Merchandising & ODM)’이라고 명명한 상품개발 방식은 기존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ODM 개념에 마케팅적 지원을 더한 새로운 형태의 상품 개발 방식이었다.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마케팅까지 책임져 주는 M-ODM은 동종 업체들이 생산하는 유사한 제품의 난립으로 제조 단가에 대한 경쟁이 가열되면서 국내 ODM사들이 특화된 기술력과 더불어 부수적인 경쟁무기가 필요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졌다. 기존 국내 섬유 업체들이 너도나도 표방한 ODM 방식이 일반화 되면서 더 이상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은 상품 개발 방식이다.

 

섬유 업계의 ‘R-ODM’

이제 우리 섬유 업계도 기존 ODM 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말 ODM 인가?’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소재나 제직, 가공 방법이 ‘정말 새로운 것’을 찾아 ‘Real-ODM’ 방식으로 전환하고 ‘K-텍스타일’을 내세워 일본이나 이탈리아 섬유 기업이 있는 곳으로 다가서야 한다.
한 업계 대표는 “단체들이 구심이 되어 일본이나 이탈리아 기업들이 생존하고 발전하는 방식을 다시 살펴 봐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아쉽다”고 말했다.
최근 원사 메이커들이 의류용 원사 생산을 중단하거나 줄이는 추세이지만 일부에서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다행이라는 설명이다. 차제에 사가공이나 제직, 후가공 분야까지 아우르고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는 새로운 강소 기업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업계 전문가는 “최근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섬유 업계에서도 미래 비전을 갖고 2~3세대에게 경영을 맡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초밥집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Real-ODM’ 방식을 도입하는 데는 대단한 창의력이 요구되며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기술을 조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어 1세대가 이뤘던 ‘섬유 강국’의 위상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이 차세대의 과제”라고 밝혔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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