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수출단체의 상징 ‘의산협’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8일 해산총회, 패션협회 인수돼 곧 간판 뗄 처지
-시너지효과 보장 없고 피인수단체 전락 아쉬움
-56년 역사 영욕 정부의 섬유 쿼터 운영단체 큰 업적
-최소 1대 1 통합절차 밟아 명예라도 지켰어야 아쉬움

 

반세기 역사의 섬유제품 간판단체 한국의류산업협회가 오는 18일 해산총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패션협회와 통합과정에서 당초 예상했던 1대1 단체간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이란 수모를 안은 채 역사와 전통의 의류수출단체의 상징인 의류산업협회가 흡수당하는 불명예를 안고 퇴역하게 된 것이다.
의산협과 패션협회는 산업부의 종용으로 양단체 통합을 결정하고 그동안 통합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대1 통합이 아닌 패션협회가 의산협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절차가 진행됨으로서 의산협은 급기야 오는 18일 섬유센터 17층 대회의실에서 해산총회를 갖고 한국패션협회에 흡수당하는 수모를 안게 됐다.
이는 양단체 통합추진과정에서 1대1 통합의 경우 현금예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의류산업협회에 비해 자체 사무실의 고정자산을 갖고 있는 패션협회가 모태가 돼 의산협을 흡수하는 형식이 통합의 속도감을 낼 수 있다는 가당찮은 논리를 앞세워 결국 의산협이 흡수당하는 형식으로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의산협회원사 일각에서는 통합이 시간 걸리더라도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의류수출회원사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역사적으로 훨씬 일천하고 의류산업발전의 역할과 기능에서 떨어진 패션협회에 졸속 흡수당한다는 것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다.
실제 의류산업협회는 62년 한국보세가공수출협회를 시발로 의류수출단체로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오다 70년 3월 한국의류수출조합으로 재창립 됐다.
그 후 65년에 각각 설립된 한국메리야스수출조합과 스웨터수출조합과 합병해 한국섬유제품수출조합으로 개편됐으며 정부의 섬유쿼터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해 온 비중 있는 단체다.
93년에 한국어패럴봉제협회를 흡수하면서 한국의류수출협회로 명칭을 바꿔 재출범했다.
섬유쿼터집행업무를 담당할 때는 직원 수가 80명에 달했고 김우중, 김만중, 김삼석, 장익용, 박성철, 김은렴 씨 같은 의류업계 거물들이 수장을 맡아 한국의류수출업무를 총괄해온 전통 있는 단체다.
이같은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유보된 기금을 활용해 섬유단체 중 부자단체로 정평이 나 있으며 7년 전에도 양단체 통합론이 제기됐을 때 의산협이 패션협회를 흡수하는 방안이 검토되다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이같이 막강한 위상의 의산협이 이제 거꾸로 고정자산이 있는 단체라는 이유로 패션협회에 흡수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패션협회에 흡수당하는 단체는 모든 주도권을 상실한 채 패션협회가 운영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회장도 현 패션협회장이 맡아 인사· 운영권 모든 것이 패션협회 소관으로 들어가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지난 85년 패션산업 선진화를 위해 하이패션업계를 중심으로 설립된 후 운영난으로 해산위기에 몰린 후 원대연 전임회장 기사회생시켜 어엿한  자체 사무실까지 마련한 33년 역사의 한국패션협회가 56년 역사와 전통의 의산협을 흡수하는 형식이 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의류생산자 단체와 패션 단체가 통합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면 통합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보이지 않고 이에 따른 중장기 발전전략에 대한 비전이나 로드맵도 없이 멀쩡한 단체를 주무부서의 말 한마디에 불쑥 수염에 불 끄듯 서두르는 이유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또 통합이 불가피하더라도 한국섬유수출의 핵심기능을 맡아온 전통 있는 단체의 명예를 살리는 고려도 없이 흡수 통합시킨 것은 찬란한 섬유역사에 오점을 찍는 격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소한 단체의 명예를 깎아내리지 않도록 1대1 통합을 시도했어야했던 것이다.
물론 이 지경이 된 것은 소속 회원사 들이 관심자체를 두지 않고 무관심 일변도로 일관한 것이 원인이란 점에서 의산협 회원사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흡수통합에서 주인노릇을 하게 된 패션협회 역시 재정이 넉넉한 단체도 아니고 정부의 섬기력 사업자금지원에 목을 메고 있어 섬기력 사업의 변화에 따라 존립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단체다.
양 단체가 통합돼 한국패션산업협회로 거듭나면 섬유산업연합회에 근접한 40명 가까운 거대인원을 끌고 가는데 대한 부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필연적으로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계약직을 무더기 정리할 수밖에 없어 이 또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체적인 시너지효과나 로드맵도 없이 불쑥 통합부터 해놓고 훗날의 운영난에 대한 뒷감당을 어떻게 해나갈지 앞날이 걱정이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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