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벤더· 패션업체 국산 소재 10% 늘리자
-중국과 가격경쟁 스트림간 협업으로 극복 가능
-업계· 단체 무기력 한계 협업 위한 TF팀 시급
-“국산 소재 비싸다” 고정관념 버리고 함께 가야
-롱패딩 패션 대기업“국산 사용하겠다” 화답
-의류벤더· 패션기업 오너 설득 창구 필요
-벤더· 패션기업 국산 사용 10% 늘리면 소재업계 안정

 

“품질은 걱정 많고 같은 값이면 국산 소재 써주세요.”
“싸고 좋으면 왜 안 써요? 그렇지만 국산 소재는 비싸지 않아요.”
국내 섬유 소재업계와 의류벤더, 패션업체 실무자들이 레코드판을 틀어놓고 있는 이같은 주장이 수십 년 지속되는 동안 국내 소재 산업은 쇠락의 징검다리를 건너 공멸로 가는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이 과정에서 잘 나가는 의류벤더와 패션 대기업 오너들은 하나같이 “국산 소재는 품질은 믿지만 가격이 비싸 쓰고 싶어도 못 쓴다”고 단념하고 오래다.
실제 고임금과 인력난에 설상가상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몰고 온 악조건에서 국산 소재가 비싸다는 선입견을 가진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이같은 고정관념 때문에 원사· 직물 등 소재 산업은 벼랑 끝에 몰려 생사기로를 헤매고 있는 것이 현주소다.
그렇다면 국내 섬유산업이 이같은 수요자의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붕괴되는 것을 체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다. 단순 논리로는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스트림별로 협업을 통한 절감 전략만 제대로 작동되면 중국산과도 경쟁이 가능한 품목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바로 원사 메이커와 제·편직, 염색가공업체간 스트림별 공조로 협업을 이뤄내면 원가절감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소재업계 스트림간에 협업이 안 되고 이를 위해 앞장서는 지도자나 단체가 없어 눈뜨고 안방의 금맥시장을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집요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겨울 간판 패션인 롱패딩 원단이 내수용으로 수천만 야드가 소요되는데도 국산 원단은 10%도 사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섬산련을 비롯한 중앙단체와 지방단체, 연구소가 60여 개에 달하고 입바른 소리 잘하는 학계 인사도 많지만 정작 붕괴되는 국내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 고단위 대안을 제시하는 지도자는 별로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박관념을 공유하면서 뚜렷한 처방이 없다. 그렇다고 체념하며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정부 정책은 말로만 번지르르할 뿐 뚜렷한 방향과 목표가 안 보인다. 무기력한 단체들과 연구소는 자기 살길이 팍팍해 제대로 된 중장기 청사진을 못 내놓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하나하나씩 대안을 갖고 적극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수천만 야드가 소요되는 내수용 패딩 제품 원단부터 국산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롱패딩과 숏패딩용으로 소요되는 수천만 야드 원단을 현재보다 10~20%만 국산 대체가 늘어나면 국내 관련 산업의 가동률이 달라진다.
그럼에도 안방 시장을 속절없이 내주고 있는 것은 패션기업과 소재업체간 소통 채널이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올해 대한민국 패션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F&F 김창수 회장은 “같은 값이면 국산 원단을 우선 사용해 달라”는 본지의 요청에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하며 화답했다.
롱패딩을 한해 50만 장 이상 판매하는 ‘디스커버리’ 브랜드의 F&F도 국산 소재 사용 의지가 강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노스페이스’ 브랜드의 영원아웃도어 등 유명 브랜드에서 상당량의 국산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어 많은 패션업체들도 품질과 가격만 맞으면 국산 소재 사용에 전적으로 찬성했다.
패션기업뿐 아니라 초대형 벤더 중 ‘빅3’의 하나인 한솔섬유는 벤더 중 국산 소재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섬유의 날에 영예의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한 이두형 리무역 회장도 국산 소재 우선 사용 주창자 중 한 사람이다.
내수 패션기업이나 중대형 의류벤더들의 시장수요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국산 소재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단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소통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하듯 개별기업 차원에서는 가격경쟁을 극복하기 어렵지만 전후방 스트림간 협업체제를 구축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미 경기 북부 니트 자카드업체들이 똘똘 뭉쳐 같은 스펙을 주야로 돌리면서 원사 메이커· 염색업체와 동반 협력하면서 중국산 가격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바 있다.
대구 침장용 원단도 아주 낮은 저가는 안되어도 중· 고가용 원단은 협업을 통해 중국산과 가격경쟁을 극복하고 있다.
먼저 롱패딩용 원단도 원사 메이커, 사가공, 제직, 염색, 후가공업체가 협업을 해 각기 손익분기점만 맞춘다는 각오로 임하면 승산은 있게 돼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재업계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수용태세다.
가만히 앉아서 “오더만 주면 맞춰보겠다”는 천수답 경영방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바로 이를 위한 각 스트림이 참여하는 TF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TF팀이 창구가 돼 패션업체와 상담해 중· 대만산과 같은 품질에 같은 가격을 제시해 수주해야 한다.
이 TF팀은 대구 산지나 경기 북부가 중심이 돼 구성해야 하고 이 팀이 패션기업 오너를 찾아다니며 진정성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감나무 밑에 앉아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그 바탕 위에서 패션기업오너를 먼저 만나 설득해야 한다. 실무부서나 담당 임원들과는 쉽게 소통의 장이 열리지 않은 여러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패션기업뿐 아니라 대량수요처인 의류벤더 오너를 설득해야한다. 기존 거래선과 얽히고 설킨 매듭을 풀 수 있는 것은 오너뿐이다. 수요처 오너의 결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대구시, 경상북도, 경기도 등 섬유산지 지자체 고위급인사와 섬유 관련 스트림의 명성 있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TF팀을 조속히 발족시켜 수요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
적어도 국내 중대형벤더들이 패션기업들이 국산 소재를 10%만 더 사용해도 조업을 단축하며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국내 소재 산업에 생기가 돌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안방 시장에 금맥이 널려있는데도 바깥 시장에만 목을 기대는 안일한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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