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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자초 내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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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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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구에서 원로 기업인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실현되면 공장 문을 닫겠다”고 불쑥 내뱉었다. 40년간 섬유 한 우물을 파온 유력인사인 그는 “이런 친노동 반기업 정서에서 제조업을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고 일갈했다. 같은 테이블에 동석한 섬유 기업인들도 “못 해 먹겠다”고 하나같이 동조했다.
대구염색공단의 대표적인 간판 기업인은 “50년 기업경영 역사상 때로는 적자를 낸 달도 있었지만 연간기준 적자를 본 것은 작년과 금년뿐”이라고 처절하게 하소연했다. 소가 밟아도 끄떡없는 알찬 건실 기업의 상징인 이 회사가 이 정도라면 다른 회사 사정은 오죽하겠는가. ‘선무당 사람 잡고 반풍수 집안 망친다’고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이 몰고 온 후폭풍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맥도 모르고 침통부터 꺼낸 돌팔이처럼 현장을 모른 백면서생들과 전투노조에 굴복한 정치권이 저지른 실책이 경제를 거덜 내고 있다.

 

지킬 수 없는 법은 악법이다

이상이 아무리 좋다 해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약자를 위한 정책 방향이 아무리 순수해도 그 약자를 괴롭히는 부메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생활은 현실이다. 말이 쉬워 일자리를 늘리고 저녁이 있는 삶으로 포장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가 더 반대한다.
현재 대다수 중소기업 공장 근로자는 2교대 근무로 월 300만원 내외의 기본임금을 받는다. 이를 3교대로 바꾸면 250만원 수준으로 월급이 깎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현재도 세금 떼고 나면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빠듯한 생활인데 임금이 줄어들면 가정불화가 생기는 것은 불문가지다.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거꾸로 약자를 괴롭히는 부작용을 고려했어야 했다.
더구나 아무리 임금을 많이 줘도 생산 현장에는 내국인이 오지 않는 현실에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근로시간 단축은 대거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그들은 연장 휴일 근무를 포함해 월 400만원까지 받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8시간으로 적용하면 “다른 곳으로 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우리가 돈 벌러 왔지 놀러 온 게 아니다”며 일을 더 하겠다는 것이다. 말이 안 통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을 적용시킨 알량한 정치인들로 인해 기업 현장은 소태 씹는 고통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현장에 3교대가 불가능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역작용이 도처에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교대에 따른 인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은 물론 생산성에서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염색공장에서 교대 시간이 7시로 가정을 해보자. 공정상 원단에 염료를 투입해서 완성하기까지 수십 시간이 소요된 점을 내세워 4시부터 염료투입을 안 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때운다. 자기가 투입한 염료가 완성되기 전에 퇴근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뒤따라 아예 염료 투입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면서도 정부 근로시간 단축정책에 가장 먼저 호응해 3교대를 실시하고 있는 이 염색업체가 이같은 이유로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근로자 대우와 복지에서 가장 모범기업이라는 이 회사가 3교대 실시를 후회막급하고 있다. 바로 오더 기근에 생산성까지 떨어져 만년 흑자기업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한 기막힌 사연이다. 대구염색공단 입주기업 대다수가 정부의 주 52시간 제도에 반발하며 처벌을 감수하고 현행 2교대를 고수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이 몰고 온 근로시간 단축의 폐해가 이토록 심각하다. 약자를 위한 법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이라면 그것은 악법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 막히면 속도를 줄이고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보기에는 멀쩡해도 앞을 못 보는 청맹과니의 무리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반면 앞뒤가 캄캄한 우리 섬유 기업인들도 냉철한 성찰을 통해 새롭게 거듭 나야 한다. 지금 대구를 가나 경기 북부를 가나 섬유 산지에는 하늘이 잿빛으로 가려져 있다. 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미래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책임이 정부 정책이 잘못해 기업이 목 졸림을 당하고 있다고 간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냉엄한 각자도생 시대에 남에게 기대거나 남 탓하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2년 만에 27.3%나 대폭 올린 것은 백번 생각해도 너무 무지하고 성급했다. 그렇다고 최저임금인상이 기업의 사활을 걸 만큼 치명타를 준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이미 골병이 들어 시난고난 버티고 있는 처지에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임금 적용대상자가 부분이지 전체는 아니다. 때마침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줘 핑계거리가 생겼고 정권은 독박을 썼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도 중요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 현장에 사실상 지킬 수 없는 법이 되고 있는 점이 더 겁난다. 사용자도 근로자도 모두 반대하는데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첨단설비 없이 첨단기술 없다

아직도 제조업체 수와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섬유기업인들은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남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없듯이 자기 운영은 자기가 개척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설비 투자 하는 기업은 불황을 모른다. 투자하지 않고 ‘요릿집 막대기 3년 우려먹기’식으로 구닥다리 설비를 가동하는 기업은 낙오될 수밖에 없다.
중언부언하지만 중국이나 베트남과 규모경쟁에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임을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반면 중국과 베트남이 하지 못한 차별화 전략이 유일한 생존전략이다. 대패질하지 않고 매끈한 나무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는가. 첨단설비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면서 인력을 줄이는 길 밖에 없다.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경쟁시대에 중국과 베트남보다 뒤진 노후설비로 살아남겠다는 것은 몽상이다. 경기 탓하는 것은 천수답방식이다. ‘죽겠다’고 하는 사람에겐 도와주지 않는다. 강한 신념을 갖고 투자하고 기술개발 하는 기업은 불황이 비켜가게 돼 있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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