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지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국정운영의 근원이자 동력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벌써부터 자칫 국정운영에 헛바퀴가 돌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관행적으로 집권 2년 차부터 대통령 지지율은 무덤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80%가 넘던 고공행진에서 추락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게 나라냐”며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중도보수는 물론 열렬한 지지층인 이른바 ‘이영자’ 지지율마저 대거 돌아섰다. 인기는 거품과 같아 언제 꺼질지 모르지만 집권 2년도 안 돼 50% 밑으로 추락한 것은 국정운영에 적색경보다.
언제나 그랬듯이 민심은 조변석개다. 배부르고 등 따뜻할 때와 사는 게 팍팍할 때의 민심은 천양지차로 변한다. 무엇보다 경제가 암울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중증환자로 시난고난하던 차에 무리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이 목을 조르고 말았다.

 

중국산 원단 품질 좋고 광택이 난다

이미 주홍글씨가 되고 말았지만 이단(異端) 경제학자의 생체실험인 소득주도성장이 몰고 온 파고가 너무 깊고 넓다. 경제지표를 아무리 뜯어봐도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져 축소지향이란 돌림병이 유행할 수밖에 없다. 평화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싸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지만 남북관계도 속도감이 떨어지고 있다. 국정의 핵심인 경제와 안보가 휘청대면 민심이 동요한 건 당연하다.
설상가상 자본주의 경제의 꽃인 기업을 헌신짝 취급하는 반기업 정서에 기업인들이 의욕을 상실했다. 촛불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을 내세우는 강경노조의 채권자 행세에 법과 질서가 망가지고 있다. 민노총 소속 유신 기업 노조원이 사장실에서 임원을 묵사발 되게 패 선혈이 낭자한 것을 보고도 경찰이 수수방관했더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억장이 무너진다. 6.25 전쟁 때 남침한 북한군에 협력한 완장 부대들이 제 세상 만난 듯 기고만장하던 패륜적 행위와 비슷한 것 같아 국민들은 비분강개하고 있다. 
화제를 바꿔 내년 경기지표가 자동화· 반도체· 정유· 건설 등 주력산업전반에 불길한 예감이 돌고 있다. 하물며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섬유산업 경기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고임금과 인력난에 지쳐 투자가 멈춰버린 섬유산업 현장에서 갈수록 좌절감과 무력감이 앞선다. 누에가 고치를 짓는 순간 생을 마감하듯 적당히 버티다 접겠다는 자포자기가 만연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선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다. 설비투자가 안되다 보니 규모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품질경쟁도 갈수록 떨어진다. 가격경쟁에서 감당할 수 없는 중국이 농간 부리면 우리 섬유산업은 그 길로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규모 경쟁에서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이 장난치면 우리 섬유산업은 득달같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언부언하지만 한국보다 훨씬 현대화된 설비로 무장한 중국의 경쟁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섬유산업의 뿌리는 물론 모든 산업의 뿌리인 면방산업이 국내 설비를 전부 합쳐 올해 50만 추대로 무너지면서 이는 중국의 웨이차오 1개 업체 설비 800만 추의 6% 수준밖에 안 된다. 중국의 행리와 생홍의 1개 회사 화섬생산 능력은 한국 전체 생산 능력의 10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가연기가 불과 400대인데 비해 중국의 생홍 1개사는 600대이고 행리가 300대다.
현대화된 설비의 생산능력과 안정된 품질은 물론 섬유 기계의 현대화 수준도 급진전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환편 니팅기 1대 값이 대당 4만 5000달러인데 반해 중국산 환편 니팅기는 1만 8000달러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국산 환편기를 구입한 국내 某 편직업체는 “10년 동안 고장 한번 없다”고 중국산 품질을 극찬한다. 이런 편직기를 중국은 연간 3만 대 이상 만들어 자국에서 수요하고 나머지는 해외에 판다.
 니트 의류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의류벤더들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벤더 구매 담당자들은 중국산 원단은 품질이 좋고 광택이 날정도로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가격 경쟁력은 말한 것도 없고 품질 경쟁력도 앞서고 있다면 규모 경쟁의 중국을 이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전략도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초 국내 화섬업계에 비상이 걸린 일이 있다. 중국도 미· 중 무역전쟁과 자국 내수경기가 침체해 화섬사 재고가 쌓이자 행리와 생홍 양사를 제외한 중급 화섬업체들이 무차별 투매를 자행했다. 12월과 1월 2개월 딜리버리 조건으로 한국산 보다 파운드당 무려 200원이나 차이나게 헐값 투매해 재고를 정리했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한국 직물업체와 동남아업체들이 “웬 떡”이냐며 대량 계약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화섬업체와 가연업체 시장이 크게 잠식당하고 말았다.
중국 섬유업체들이 규모 경쟁과 품질경쟁으로 시장 지배력이 늘어나는 동안 우리 업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우선 생산성과 품질경쟁이란 경쟁의 원리를 알면서도 우리는 투자가 안 되고 있다. 투자 여력도 없지만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인상 후 2교대 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연간 4000만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의류벤더 순망치한 외면하면 부메랑 온다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별 차이도 없는 제품생산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보다 10배나 높은 임금을 주고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이미 산업 현장의 축소지향과 문 닫는 돌림병이 시작됐지만 내년에는 더욱 창궐할 수밖에 없다. 말이 좋아 차별화이지 저절로 되는 요술이 아니다. 설비투자· 기술투자· 마케팅투자가 선행조건인 줄 알면서도 대다수 기업이 천수답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섬유를 천직으로 삼고 오늘까지 버티고 있는 기업인들은 농사짓는 마음으로 기업을 영위하고 있다. ‘나가야 산다’고 해외로 탈출한 기업들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데 반해 국내에 있는 기업은 포기할 수 없어 근근이 버티고 있다. 농업법인은 세금과 전기료 같은 혜택도 있지만 섬유산업은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나마 신산 고초를 겪으며 국내 산업이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으니까 의류벤더나 패션업체들이 중국업체들로 부터 가격 폭등과 딜리버리 횡포를 막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잘 나간다는 의류벤더와 패션기업들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 가까운 장래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은 필연적인 논리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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