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한 민주노총의 무소불위· 안하무인 행태가 도를 넘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어패가 있지만 촛불 지분을 내세워 기업뿐 아니라 정부까지 겁박하고 있어가히 ‘ 민주노총 공화국’ 을 연상케 한다.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를 촛불 민심으로 둔갑시켜 얼씬하면 세종대로 전차선을 막고권력의 심장부 대검찰청 청사를 점거해도 공권력이 맥을 못 추고 오히려 슬슬 기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기업들이 백척간두에 몰리고 있는데도 선진국이 시행 중인 탄력 근로제 확대를 실력으로 막고 총 파업을 들이대고 있다.

 

한국 합섬, 금강화섬, 대하합섬 폐업 원인

완장 차는 세력이 자기 세상 만난 듯 설쳐대는 행태를 보면 지난 90년대 재벌 축성의 꿈을 안고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허망하게 사라진 후발 화섬업체 사례가 문뜩 떠오른다. 대구경제의 중심축인 직물업체들의 평소 롤모델은 자신들이 어떻게든 성공해서 화섬메이커가 되는 것이었다. 업스트림인 원사 메이커는 규모도 크고 얼씬하면 가격 올리며 배급주던 횡포에 한이 맺혔기 때문이다. 화섬 직물업체 중 돈을 많이 벌어 투자 여력을 갖춘 실력 있는 중소기업 3사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화섬 메이커에 진출했다.
당시 한국합섬(회장 박동식)과 금강화섬(회장 민선기), 대하합섬(회장 채병하) 3사가 화섬 원사로 재벌축성을 한 효성, 코오롱 같은 원사 메이커의 꿈을 안고 진출했다. 대구 섬유업계의 대부(代父)이던 백욱기 회장이 설립한 동국화섬(현 TK케미칼)과성안의 박용관 회장이 설립한 성안합섬과는 다른 케이스다.
이들 한국합섬과 금강화섬, 대하합섬 3사는 원사 메이커가 되면서 초기 비교적 순탄하게 승승장구했다. 한국합섬의 주식값이 천정부지도 뛰었고 외형과 수익이 수직 상승해 지역 섬유업계뿐 아니라 경제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금강화섬· 대하합섬도 중견기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쌓아갔다. 선발 화섬 메이커들이 거래선을 수성하기 위해 비상이 걸릴 정도로 이들 3사는빠르게 대기업의 꿈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그토록 바라던 화섬 원사 메이커의 지위는 기껏해야십 년 남짓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원인은 후발 화섬 메이커인 이들 3사에 하나같이 민주노총이 들어왔다. 중소기업 체질인 이들 3사는 경영의 미숙함도 있겠지만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노조 측의 강경투쟁 앞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노조 측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회사 정문을 봉쇄한 것은 물론 방사 공정까지 차단시켜 기업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에 몰렸다.
결국 회사 경영을 포기하고 자진 폐업했거나 그 후 채권단이 제3사에 넘겼지만 끝내 노조와의 갈등을 풀지 못하고 모두 폐업했다. 노조 측의 주장이 전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기업의 지불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요구 앞에 결국 회사는 간판 내리고 문 닫는 비운을 겪었다. 당시 강경투쟁에 앞장섰던 노조 강경파들의 말로도 좋지 못했다. 회사가 폐업하면서 직장을 잃은 노조 관계자들은 동 업계에서 받아주지 않았고, 길거리 노점상 또는 건설현장 근로자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민주노총의 행태를 극복 못하면 과거 한국합섬, 금강화섬, 대하합섬의 불행이 수많은 기업으로 확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얘기를 바꿔 지금 국내 섬유업계는 전대미문의 엄혹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일부 업종과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앞뒤가 막막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대구 산지는 일부 환편 니트업계를 제외하고 대다수 화섬 교직물업체들이 경쟁력을 잃고 피가 마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구 산지의 버팀목인 비산염색산업공단에도 떡쌀 담그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오랜 역사의 원진염공의 공장 2개가 매각됐다.
감량 가공의 태화염공이 지난 10월 말로 문을 닫았고, 사염업체 흥구염공도 이달 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다. 126개 입주기업 중 대지 500~700평 규모 공장들 중 상당수가 위험 수위에 노출 돼 있다고 한다. 지금은 에쿠스 타고 트렁크에 골프채 싣고 다니지만 막상 회사 정리하면 부채 갚고 손에 쥔 것이 없다는 여론이다. 대구 염색공단 기업들이 시난고난 앓다 줄줄이 문을 닫으면 대구 직물산업이 조종(弔鐘)을 울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규모 열병합발전소가 갖고 있는 저렴한 스팀료와 거의 완벽한 폐수처리장이 대구 직물업계를 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칫 파산의 불길이 언제 발화될 것인지 숨을 죽이고 있다.
다행히 대구 섬유산지 중에서도 잘 나가는 화섬 직물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시설 투자하고 차별화 직물 개발하는 선도업체는 끄떡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환편직물업체는 일감이 몰리고 비산염색공단내 니트 염색업체는 오더 폭탄이 이어져 샘플 제작이 어려울 정도라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뚜렷한 실상이다.
오더 가뭄에 추위 타던 대구 환편 니트업계가 갑자기 오더가 몰려 올겨울이 따뜻한 이유가 있다. 일본 유니클로로부터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던 잠재권축사 소재 니트 원단 150만 야드 오더가 터진 것이다. 더블 편직기 50대와 연사기 100대가 3개월 동안 풀가동할 물량이다. 이 오더는 (주)성안이 2년간 공을 들여 수주했으며 잠재권축사는 계열 성안합섬에서 200톤 규모를 공급해 현재 생산 중이다. 이 소재를 사용한 의류공급은 세아상역이 맡고 있다.

 

소재 한계 극복한 니트용 잠재권축사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개발 이후 한국 원사메이커가 응용해 15년 가까이 우븐 직물용으로만 사용하던 잠재권축사가 사실상 처음으로 이번에 니트 원단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권축사는 섬도가 서로 다른 폴리머를 복합한 것으로 스판보다는 덜하지만 신축성이 있고 중량감과 터치가 좋아 처음 승마용 바지에서 대 히트를 쳤다. 그 후 주로 바지용으로 대중화돼 인기를 누려왔다. 피치스킨 이후 가장 차별화된 소재로 각광을 받은 것이다.
이번 유니클로를 시발로 세계 니트 소재가 잠재권축사로 대거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사가공 전문업체들이 잠재권축사를 이용한 복합 차별화 신소재 개발이 급진전되고있다. 니트 소재의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중언부언하지만 경쟁력을 잃은 위기의 물살이 목에 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섬유산업이 살길은 차별화 소재 개발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제· 편직, 염색, 디자인으로 승부해야한다. 지금 이 순간도 불황을 모르는 선도기업들은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 설비투자, 기술개발이란 대패질을 통해 매끈한 나무를 기대한 것처럼 투자만이 차별화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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