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벤더 국내 소재 산업 외면 “순망치한 의식 없다”
-고성장 벤더들, 품질보다 가격 치중 동반성장 외면 성토
-차별화 소재, 국내 벤더는 거부 유니클로는 거래 환영
-국내 소재업계, 무너지면 외국업체 폭리 불 보듯 함께 가야
-벤더들 치열한 경쟁 위해 “더 싼 소재 찾아 지구촌 누빈다”

 

“혼자 가면 빨리 가도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위기에 몰린 국내 섬유 스트림간에 가장 시급하고 절실히 와 닿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딴판이고 거꾸로 가고 있다. 함께 간다는 것은 눈앞의 이익보다 다소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동반성장 의식을 갖고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이다. 하지만 다소간의 손해는커녕 같은 값이라도 국내업체를 외면하고 외국산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 섬유업계의 현주소다.
잘 나가는 의류벤더나 패션업체를 바라본 국내 직물 원단업체들은 함께하는 동반자 의식은커녕 국가관도 없는 철저한 장사꾼으로 바라보는 반감이 위험 수위에 와 있다.
기라성 같은 의류벤더들은 불과 1~2센트 차이만 나도 국산 원단이나 소재사용을 철저히 외면하고 값싼 외국산 소재를 채택하는 것이 통상관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대형 벤더 중에서 국산 소재를 20% 내외로 사용하는 회사는 영원무역과 한솔섬유 정도이고 다른 회사들은 품질보다 극소액의 가격차를 따져 외국산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소재 업체들의 시각이다.
대구 직물업계에서도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 소재개발에 나름대로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가격만 따지는 의류벤더들이 외면해 헛수고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차별화 소재를 개발하여 제시해도 국내 벤더는 더 싼 제품만 찾는데 반해 일본 유니클로는 같은 가격인데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벤더들 역시 바이어의 가격 후려치기와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 원가 절감을 위해 불가피한 요소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소재 업체와의 동반성장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업체에 밀려 급속히 쇠락하던 일본 후쿠이 직물 산지가 기사회생하고 있는 것은 유니클로 같은 수요자들이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면 자국산을 사용하는 동반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벤더들은 야드당 1~2센트만 차이가 나도 국산 소재는 쳐다보지 않는 지나친 장사 속에 매몰돼 국내 직물 원단업체들이 벤더들과 거래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구 직물업계 중진 인사는 “직물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 신제품을 개발해 본들 수요자인 국내 벤더들이 품질 성가보다 우선 가격만 따지고 있어 거래 자체가 안된다”고 푸념하고 있다.
일본 유니클로는 도레이나 후쿠이 직물업계와의 거래에서 같은 값은 물론 다소 가격 차가 있어도 가급적 자국산을 사용하려는 “근본 개념부터 다르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구 직물업계뿐 아니다. 베트남에 진출해있는 중국계 벤더들은 자국 면방업체 면사 가격이 고리당 10~20달러 비싸도 “자국산을 우선 구매하고 있다”고 전제. “한국 벤더들은 고리당 5달러만 차이나도 중국이나 인도산을 사용한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의류벤더와 함께 동반성장 의식이 없는 국내 패션업체들도 직물업계의 강한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 패션업체들이 원단 가격 후려치기는 물론 제품 생산 후 판매까지 마친 다음 뒤늦게 트집을 잡아 상습적으로 클레임을 제기해 가격을 깎는 고약한 행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같은 부도덕한 일부 패션업체들의 상습 클레임 제기에 분개한 일부 패션 소재업체는 내수 패션 업체와는 아예 거래를 끊고 수출에만 전념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클레임을 제기하려면 원단 인수 당시 품질 하자를 지적했어야지 완제품 만들어 판매한 다음 뒤늦게 어거지 하자를 내세워 값을 30~40%씩 깎아 흥정하는 저질 행태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내수 패션업체와는 아예 거래를 끊었다”고 비분강개할 정도다.
물론 의류 벤더들 입장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갈수록 치열한 국제 경쟁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단 1센트라도 더 싼 곳은 찾아 지구촌을 누빌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더 싸고 더 좋은 소재를 찾은 것은 당연한 상행위”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또 벤더입장에서는 원단 선택과정에서 상당부문이 바이어 노미네이션에 의해 이루어진 점을 내세워 국내 원단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의류 바이어를 공략해 노미네이션 하도록 노력하지 않고 벤더들에게만 원망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의류 벤더업체들이 같은 값이거나 야드 당 1~2센트 차이라면 국산 소재를 선호해 동반 성장하려는 최소한의 국가관과 스트림간 협력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더들도 날로 어려워진 글로벌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겠지만 직물 등 국내 소재 산업이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엄혹한 점을 순망치한의 정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섬유 소재 산업이 이 정도라도 버티고 있기에 다행이지 국내 소재 산업이 공멸한 다음 해외 소재 업체들의 폭리 횡포는 불을 보듯 뻔한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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