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가 보인다

'최근 많은 패션가의 사람들이 다시 일본의 90년대 초중반을 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

90년대 초반 일본은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때부터 일본의 패션시장도 크게 변화했다.대형 백화점에는 직수입 명품브랜드 일색으로 바뀌었고, 가두점에는 수입 멀티샵이 등장했다.

덕분에 내셔널 브랜드는 점점 퇴화할 수 밖에 없었다.이러한 현상이 최근 국내 패션가에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지난달 매출실적을 토대로 이 달부터 가을 MD개편 작업에 들어간 백화점 업계는 내셔널 브랜드들의 부진과 올 가을 신규브랜드의 부재, 내수 경기 악화 등의 악재를 떠올리며, 직수입브랜드에게 우선권을 줄 것을 이미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 일본의 장기불황 여파에 따른 시장변화와 유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일본의 패션과 10년의 갭을 가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마켓 트랜드까지도 닮아가는 최근 현상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패션시장은 일본이 그러했듯 직수입 편집숍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듯 하다.4년전 멀티숍의 원조격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분더샵'이 오픈했을 때 만해도 이 시장에 대한 적응기간이 다소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당시만해도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데에 익숙치 않았던 소비자들은 최근 국내시장에서는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일본의 대형 멀티샵에 비해 국내는 아직 유아기를 거쳐 아동기에 접어들고 있지만, 최근 강남 고급소비층을 공략하는 청담동과 압구정 일대의 로드샵 개념의 중소형 멀티샵 오픈은 주목할 만하다.스모리치사토 이바나 헬싱키 등 일본과 유럽 브랜드를 들여오는 '얼빙 플레이스', 스텔라매카트니 라거펠트갤러리 등 해외 컬렉션 디자이너 의류를 갖춘 '쿤', 랄 트라모다 등 이탈리아 브랜드의 '그루포 한 스타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지난해 청담동과 압구정 일대에 얼진, 세븐진 등 뉴욕스타일의 청바지를 독점수입해 고가 진 브랜드를 편집매장으로 오픈한 '더랩'이 큰 인기를 얻었다.이러한 수입 편집샵은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에서 발전되어 백화점 유통에서 이를 대폭 받아들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제이로즈로코 뉴욕'에 이어 '스티븐알란'을 오픈하고 뉴욕의 멀티숍을 그대로 들여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바바라 부이 등 미국 신진 브랜드의 디자인과 세븐진, 시티즌 오브 휴머니티 진 등 럭셔리 데님과 디자이너컬렉션을 매장에 선보이고 있다.

백화점 업계중 유일하게 국내 신인디자이너들의 시장진출 발판을 마련하여 호평을 받고 있는 갤러리아백화점의 G.D.S는 국내 유일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멀티숍으로. 이영선의 미오, 디자이너 배상은의 b.a.e, 박윤정, 이영지의 앤지엔컴(Anjii&Comp), 소경숙의 09.September, 구두디자이너 최정인 등이 입점해 있다.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 7층에 수입 프리미엄진 멀티숍 '데님 갤러리'를 오픈, 세븐진·얼진·블루컬트·페이퍼진 등의 진과 제임스펄스·쓰리닷 등의 상의 전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고, 나루미야 그룹의 주니어 브랜드를 편집매장형태로 전개, 국내 주니어층을 니치마켓으로 공략하고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 4월 1만3천평 규모로 매장을 확장하면서 얼진, 프랭키B, 세븐진 등의 고가 진과 수입캐주얼 16개 브랜드 편집매장인 '블루 핏'을 비롯, 전문 피트니스 웨어 브랜드로 구성된 '더 무브먼트', 10개 란제리 브랜드로 구성된 '르 바디(le Body)'를 오픈했다.이 외에 아동의류 및 패션잡화를 모은 '아동 의류 멀티샵'과 '키즈 컬렉션', 디젤. 스닉스, 뉴발란스 등 스니커즈를 중심으로 한 '슈즈멀티샵'을 선보였다.브랜드 멀티샵은 백화점에서 전개하는 형태 외에 기업에서도 대폭 수용하고 있다.

아이디룩의 '메이즈메이'와, 한섬의 '무이', ds그룹의 '엔코코셀토'가 대표적이다.메이즈메이는 11개국에서 25개의 브랜드를 수입, 갤러리아 백화점과 신세계 강남정 등을 중심으로 판매중이다.

수입 브릿지 존을 공략하고 있는 '메이즈메이'는 파리프레타포르테 전시회와 쇼룸, 매장 등을 통해 엘리 키시모토, 안토니 알리슨, 에리토 크리토스, 트윈셋, 니콜 반 다이크 등 유럽의 독특하고 유머가 곁들어진 신선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별하여 국내에 제시하고 있으며, 스커트가 30~50만원대, 재킷이 50~60만원대, 코트가 280~350만원대의 고가를 이루지만, 강남 패션 리더층 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머러스한 테마와 로맨틱 엘레강스한 라인 그리고 클래식한 라인으로 구성하고있는 메이즈메이는 올 하반기에 더욱 정교해진 완성된 엘레강스 룩이 강해질 전망.

이 회사의 김재풍 차장은 "수입브랜드임에도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수입 브릿지를 표방하고 있는 데다,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감각적인 제품들이 많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라며 "아직까지 편집샵의 대중화는 시기상으로 이르지만, 유행처럼 사라지는 개념이 아니라 국내도 일본처럼 하나의 독특한 유통형태로 자리잡을 것임을 확신한다"라고 설명했다.한섬의 '무이'는 지난 4월 17일 청담동에 오픈한 대형 멀티숍으로, '알렉산더 맥퀸', '헬무트 랭', '릭 오웬스', '빅터앤롤프'. '발렌시아가' '마크제이콥스' '마틴 마르지엘라' 등 캐릭터가 강한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수입 멀티숍 사업을 본격화 하기위해 별도 법인 무이아이엔씨를 설립하고 전문 머천다이저를 영입해 청담동 일대의 명품 브랜드 숍과 '분더숍'을 벤치마킹했다.ds그룹의 '엔코코셀토'는 이태리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6~8개 브랜드를 직수입 전개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 본점과 무역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대백프라자와 비자비 등에 입점해있다.

월평균 3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엔코코셀토는 최근 상권을 세분화하여 가격대를 고가에서 저가까지 다원화 시켜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강구하고있다.이 회사의 김윤영 부장은 "고가에서 저가까지 세분화시켜 제품을 상권별로 구성했지만, 편집매장은 가격으로 경쟁력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상품력이되 팔릴만한 상품을 셀렉트하는 것에 주안해야 한다"라며 "처음 런칭시에는 볼륨화가 주력이었으나, 대중화보다는 소비상권의 특색에 맞춰 상품을 구색해 나가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며, 멀티숍이야말로 글로벌한 소비자의 패션욕구와 변화무쌍한 트랜드 변화에 대응할수 있는 장점을 가진 유통이라는 점에서 향후 더욱 발전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수입 멀티샵의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의 입지는 과연 일본처럼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인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패션업체들이 멀티숍 운영에 뛰어드는 것은 자체 대형 브랜드로는 할 수 없는 패션리더층의 트랜드와 수요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자체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소흘히 할 수 도 있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내셔널 브랜드가 성장을 멈춘지 오래된 이유는 유통이 원인이라는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기다려주지 않는 백화점과 쫓겨나지 않으려는 브랜드간의 연결고리안에서 결국 저마다 팔릴만한 상품에만 연연한 나머지 비슷한 옷만 만들어온 브랜드는 소비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내셔널 브랜드들의 성장이 멈춰버린 현재, 너나 할 것 없이 수입브랜드에 연연하는 것 자체가 내수시장을 더욱 사양길로 내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이러한 가운데 아이올리의 '매긴나잇브릿지'는 내셔널 브랜드의 또 다른 방향 제시를 보여주고 있다.편집매장의 형태를 추구하지만 직수입편집샵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국내 내셔널 브랜드지만 수입브릿지 조닝과 경쟁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내셔널 브랜드들이 수입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준다.명품 브랜드를 추구하기 위해 디자인 기획은 영국과 미국, 일본에 두고 영국 디자이너 트래비스 월튼과 미국 디자이너 케네스 이스타브루크, 일본 디자이너 마이로부터 디자인 컨설팅을 받아 제작하고 있으며, 전체 라인을 시즌 테마상품인 고가의 스페셜라인과 캐릭터상품인 중가의 매긴나잇브릿지라인, 그리고 영캐주얼의 매긴 라인으로 구성하여 편집매장의 형태로 꾸몄다.

각 매장마다 다른 컨셉으로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으며, 명품 브랜드의 상품력, 판매사원 교육 등 타브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로 브랜드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특히 상품 사이즈와 라벨을 영문으로 표기한 점과 매긴 스튜어트로 불리며 본사에서 지정한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판매사원, 그리고 고급스러운 제품 포장에서부터 영수증 보관봉투까지 매긴나잇브릿지의 세심한 고객감동이 브랜드 안착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 홍보실 김은아 팀장은 "여타의 신규브랜드가 오픈 첫날 터뜨리는 이벤트와 정반대로 매긴나잇브릿지는 지난 1년간 준비해온 작품들을 매장에서 조용히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상품력은 기본이고, 매장 인테리어와 판매사원교육, 물량 지원 등 세심한 부분 모두를 차별화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매긴나잇브릿지 매장에는 직수입한 액세서리라인과 나모베 주얼리, 타테오시안 시계, 미끌리 안경 등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현재 에고이스트가 입점해있는 일본의 대형 멀티숍인 듀라스 엠비어트숍에도 스페셜 라인이 함께 판매되고 있으며, 백화점도 추가로 전개할 방침이다. 올해 17개 매장에서 11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매긴나잇브릿지는 현재 신세계 강남점과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의 영캐주얼 조닝에서 정상 매출 1위를 달성하고 있어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내셔널브랜드들은 지독히 낙후된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중국으로 진출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국내 내셔널 브랜드 중 이미 2000년부터 중국에 거점을 마련하고 안정된 매출을 올리며 중국내 한국 브랜드로서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는 여성복 브랜드들의 성공담이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자,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브랜드들의 중국진출이 가속도가 붙었다.

본지 지난호(5월 31일자)에 게재된 중국진출에 성공한 유력 여성복 브랜드의 좌담회 기사에도 실렸듯이, 온앤온과 랑시, 톰보이, 리안뉴욕 등 중국에 진출하여 성공한 사례가 큰 이슈를 불러 모았다.최근 이들 브랜드에 이어 안지크, 후라밍고, 머스트비가 중국에 각각 1호점을 오픈한다.머스트비는 오는 10일 중국 상해 소고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한다.

상해 소고백화점은 중국 내에서도 가장 큰 3만5천여평의 규모로 최근 신규 오픈하는 백화점으로, 홍콩 자본이 결합된 상해에서도 가장 매머드급으로 탄생될 예정이다.지난 프리뷰인상하이 전시회에서 참가하여 중국내 백화점 바이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상담을 해온 머스트비는 소고 백화점 부점장이 직접 한국을 내방하여 상품을 보고, 차후 1~2개 브랜드와 비교후 선택한 것이라 더욱 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 회사의 강석주 상무이사는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머스트비'가 영캐주얼 조닝에 입점되며, 100% 신상품으로 매장의 신선도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이달부터 중국 파트너와 합자 개념으로 상해 지사를 설립하여 가동에 들어면 본격적인 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내 자체 공장도 설립 계획중인 머스트비는 오는 9월에는 상해에 대리점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안지크는 오는 10월 북경의 소고백화점 명품관 안에 1호점을 오픈하고, 중국 고객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북경 소고백화점은 천안문 근처에 있어, 한국의 테헤란로와 비슷한 번화가로 중국 정부에서 2008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고급 상권단지로 발전시킬 예정으로, 안지크 매장은 24평의 임대 매장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안지크는 지난 98년 중국에 상표권 등록을 하고 재고개념으로 진출한 바 있으며, 현재 '안지오(ANSIO)'라는 카피 브랜드가 있을 정도로 중국내에서도 인지도가 있어 시장 안착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국내 커리어 브랜드중 유일하게 지난 4,5월 정상 매출에 50%대의 신장율을 보여온 안지크는 여타 브랜드와 비슷한 이미지의 일상적인 상품물량을 대폭 축소하고, 고유의 제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재정립시킨 것이 매출신장에 주효해, 브랜드 컬러유지는 매출과도 직결된다는 논리를 입증해주고 있다.이 회사의 김정광 상무이사는 "반응생산을 강화하고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물량을 대폭 줄였으며, 매장 신선도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라며 국내 시장에서도 비결은 있음을 강조했다.

후라밍고는 지난 6월 6일 상해 이세탄 백화점 입점을 구체화 하고 있다.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진출을 모색하며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해온 후라밍고는 최근 고급 상권인 상해를 가장 첫 무대로 삼고, 가장 인지도와 평가가 좋은 이세탄 백화점에 입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이 회사의 지명언 상무이사는 "최근 여성복 브랜드들의 중국진출이 의무화되면서 후라밍고도 중국 파트너를 찾아오다가, 아주 좋은 기회에 좋은 투자자를 만나 중국 진출을 구체화 시킬 수 있게 됐댜"며 "앞으로 중국 비즈니스는 국내 성공 브랜드들의 사례를 공부삼아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겠다"고 포부했다.

한편 이러한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의 노력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유통은 변화되지 않고있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즉, 백화점에서 패션을 보는 안목을 좀더 높여야한다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될만한 브랜드는 자생할 수 있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키워주고, 브랜드가 지루해진다 싶으면 새로운 경쟁 브랜드를 붙여서 함께 성장 시켜야 하는데, 백화점에서는 잘된다 싶으면 비슷한 브랜드 30~40개를 한꺼번에 붙여놓으니 될 턱이 있곘는??"라며 "단기간에 어떤 브랜드를 집어넣으면 평효율이 얼마나 나올까의 개념에서 제발 벗어나, 디자이너 브랜드와 같이 자생력이 필요한 좋은 브랜드를 적극 키워줘야하는 시스템도 유통이 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피력했다. <조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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