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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 차별화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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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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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수출시장 개척에는 해외 전시회만큼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 사실상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섬유업계가 파리와 뉴욕, 상하이 가리지 않고 한 톨의 오더를 더 받기 위해 지구촌을 누빈다. 올해는 세계 최대 섬유소재전인 ‘추계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전시회가 지랄 맞게 추석 연휴와 겹쳤다.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상하이 훙차오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려 수출역군들이 추석 연휴도 없이 매달렸다.
추석 연휴와 겹치는 것뿐 아니라 직전에 끝난 파리 텍스월드와 프리미에르비죵 참가업체들이 짐을 풀기도 빠듯한 시기에 열렸다. 참가기업 모두가 지친 몸을 회복하기도 전에 파리에서 상하이로 날아왔다. 매년 10월 중순에 열리는 추계 상하이 인터텍스타일전은 하필 상하이 시당국이 거대한 전시장 전체를 한 달 이상 통째로 예약해 준비 안된 9월 말 고약한 시기에 열렸다.

 

일본은 伊의 80%, 한국은 日의 70% 수준

매년 봄· 가을 이 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는 필자는 이번 훙차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와 느끼는 첫인상이 종전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다소 칙칙하고 답답하던 시내 공기가 놀랄 만큼 맑아 가을 날씨 덕인가 생각했다. 알고 보니 오는 11월에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수입 박람회를 앞두고 환경규제를 크게 강화하기 때문이란다. 도로 곳곳을 새로 포장하고 조형물을 설치하며 산뜻하게 페인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시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수입 박람회에 참석차 상하이에 온다고 해서 시 전체와 외곽까지 온통 부산을 떠는 모습이었다.
세계 각국의 기라성 같은 섬유 소재 업체 4000개 사가 참가한 이번 상하이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허탈한 탄식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관에 찾아온 바이어와 이웃 일본관과 밀라노 우니카관 등에 몰려온 바이어 수가 천양지차를 보인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소재 업체는 한국패션소재협회가 주관해 코트라 후원을 받아 73개 사가 참가했고 섬유수출입조합 20개 사(경기도 11개 사 포함), 섬유마케팅센터(KTC) 지원으로 6개 사가 각각 국제관에 포진됐다.
개최 시기가 9월로 앞당겨지고 파리 전시회 참가업체들이 상당수 빠져 패션소재협회 주관 한국관 참가업체만도 작년의 120개 사보다 50개 사나 줄었다. 문제는 참가업체 수가 아니라 상품력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이구동성으로 자인했다. 물론 알파섬유와 대광, 영도벨벳, 경양텍스 등을 비롯한 20여 개사의 차별화 직물은 각광을 받았고 그만큼 바이어들이 몰려 작년보다 더 좋은 상담실적을 거두었다. 반면 상당수 업체들은 소재의 차별성이 없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제관인 5관 1홀에 같이 들어있는 밀라노 우니카관과 일본관에는 바이어가 인산인해인 데 반해 한국관에는 일부 부스를 제외하고 사흘 내내 한산한 모습이었다. 차별화를 선도한 일부 한국관 업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한국 업체들의 차별화 전략이 답보상태에 있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파리 전시회에서도 이미 확인됐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반응이 좋은 소재는 생활 기능성 패션 소재와 후가공 원단, 메탈릭 원사 소재, 컬러 스팽글 부착 소재, 경편벨벳, 코듀로이와 체크무늬, 복고풍 기하학적 변형 디자인 등이 대세였다. 이런 패션 트렌드에 한국 업체 부스에는 적중한 제품이 극히 적았다. 이번 상하이 인터텍스타일 전시회의 메인 트렌드 포럼관을 직접 제작한 일본의 유명 소재 트렌드 전문가 사치코 이노우에 씨가 한국패션소재협회 책임자에게 불쑥 던진 한마디가 가슴을 찔렀다. “한국산 소재의 특징이 안 보여 중국산과 구별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사치코 이노우에 씨는 뭐니 뭐니 해도 이태리 밀라노 우니카관에 전시된 원단 수준을 높이 평가하면서 일본산은 아직 감성적으로도 뒤져 “밀라노 우니카 소재의 70% 수준에 머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실은 일본산 소재가 밀라노 우니카 제품의 80~90%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겸손하게 평가한 듯했다. 그는 한국산 소재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일본 소재의 70% 수준에 머문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만큼 한국산 소재가 대만산은 물론 중국산과도 차별화가 안 됐다는 뼈아픈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한국 직물업계의 발상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이제 중국은 어제의 중국이 아니다. 규모 경쟁은 아예 우리가 엄두를 못 내지만 품질에서도 한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태리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 패션업계가 한국을 모방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을 거칠 필요 없이 이태리 패션 트렌드를 직접 가져오고 있다. 우리가 패션 트렌드 정보 입수에 중국보다 유리한 요소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과거의 천수답 경영에 안주해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중국도 직물과 염색업계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다. 강소성과 절강성에 집중돼있는 제직· 편직업체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급등하는 원사값과 염료값 영향으로 채산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중국 역시 화섬 원사값이 뛰어 직물업체들이 이익은커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부 산지에서는 있는 원사만 사용하고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맞설 정도다. 우리나라 대구 산지가 경기 북부 니트 직물업계의 입장과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 직물· 염색업계와 한국의 차이

염색 가동업계도 신음소리는 매한가지다. 소흥 인근 빙하이에 새로 조성된 염색단지에는 120여 개 업체가 최신 설비와 환경시설을 갖추고 풀가동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종전 소흥 일대에  산재한 250여 개의 염색업체가 절반으로 줄면서 현대화된 데 따라 가공물량은 늘어났지만 염료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뛰어 적자경영이 태반이라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환경규제로 최소 제조원가의 10%는 환경비용이 추가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대구 산지와 경기 북부와 다른 것은 그들은 내수 시장까지 좋아 오더가 넘쳐 풀가동한데 반해 우리는 아예 오더 자체가 고갈된 사실이다. 제조공장은 가동률이 바로 원가이다. 오더가 넘쳐 풀가동해도 남는 게 없다고 울어대는 중국과 오더가 아예 말라 가동률이 50~60%에 지나지 않는 한국과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
더구나 한국의 제조업은 엄혹한 시기에 진입했다. 인력난과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의 악재 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밖에 없다. 기술 앞에 불황 없다고 했다. 첨단 자동화 설비 투자와 차별화 기술 개발 및 이를 위한 투자가 위기 극복 처방이다.

<상하이 延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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