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근 LA 세계한인무역협회 수석부회장

박중근 수석 부회장

지난 9월 5~7일 서울 COEX에서 열린 ‘프리뷰 인 서울(PIS)’ 전시장에서 박중근 LA 세계한인무역협회 수석부회장(네오텍스 대표)을 반갑게 만나 근황을 물었다.
그는 LA에서 1995년부터 5년 간 미국 현지 법인의 CEO를 역임하고 지난 2000년 네오텍스를 설립해 줄곧 한국산 섬유의 대미 수출을 위해 전력투구하며 무역 분야에 종사해 온 교포 실업인이다. 지난 2017년 12월 5일‘제54회 무역의 날’에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예의 산업포장을 수훈한 바 있다.

 

 

- 머나 먼 미국 LA에서 활동하시는 박 부회장님께서 이번 ‘프리뷰 인 서울’에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는 예년과 같이 섬산련의 초청을 받아 이번 전시회와 국내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왔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원사(Yarn) 업체 상담뿐 아니라 프린트 원단과 인테리어용 섬유 소품 업체도 발굴하고 싶었구요.”

 

- 이번 전시회를 둘러 보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전시회에 올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한국 섬유인들의 사업에 대한 열정과 개발의지는 대단해요. 아무쪼록 많은 성과가 있길 기대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갈수록 중국과 인도업체의 참가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에요. 한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한국 업체의 출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 국내 섬유 수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얼마 전 한국에서 바잉 에이전트가 많이 떠났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홍콩이나 중국 베트남 등으로 옮기고 있다고 했어요. 그 이유는 한국이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얘기겠지요. 대형 의류 벤더들이 해외에서 제직ㆍ염색 등 버티컬 시스템을 갖추고 현지 생산한 탓도 있겠지만 그 동안 함께 일하던 하청공장들이 대형화 자본화되어 큰 바이어들과 직거래하고, 패스트 패션과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이 패션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시장구조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설 자리를 잃은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바이어들이 어느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어떤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단순히 중개인 역할을 하거나 제품생산이나 디자인에 특별한 강점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겠지요.”

 

- 미국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 시장은 현재 고용이나 주식시장 등 대부분의 지표가 좋은 걸로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후로 풀린 통화량 증대 등으로 경제구조의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상위 1%가 미국 부의 40%를 점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대도시의 경우 주거비 부담율이 가계소득의 50%를 점유하고 있어 서민들이 옷이나 기타 소비재를 구입할 여력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과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값싸고 좋은 제품들을 계속 출시하다 보니 리테일러들이 경쟁력을 잃어버렸어요. 메이시 등 백화점 의류업체들은 계속 문을 닫고 있으며 저가 매장인 ROSS, TJ MAXX 등에만 사람이 모여들고 있어요, 바이어들도 4~5개월 이후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기 힘드니까 아시아 지역에 대량 오더를 주기 보다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소량 오더를 미국이나 가까운 중남미 지역에서 단납기로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 같구요.”

 

- 국내 섬유산업의 현 주소를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이번에 와서 섬유업체들을 많이 만났는데 모두가 힘들어 하더라구요. 언론을 통해 밖에서 들은 것 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아요. 지나친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의 섬유업체들이 살아 남기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원자재값과 인건비 전력비 등 생산 코스트는 계속 오르는데 미국 바이어들은 계속 세일을 하면서 제품가격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니 어떻게 맞추겠어요. 정말 안타깝습니다.”

 

- 미국 LA 한인 기업들은 어떤가요?

“ 예전에 자바시장이 좋았을 때는 섬유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비즈니스도 잘되었지요.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리테일 비즈니스가 내리막길을 걷고, 중남미 바이어의 발길도 줄면서 자바시장이 많이 어려워지고 관련 섬유업체들도 매출이 줄거나 계속 사라지고 있어요. 반면에 그 동안 이 시장을 오랫동안 장악하던 유태계 상인들은 끈끈한 네트워크로 메이저 마켓과 연결이 잘 되어있고, 탄탄한 자본을 바탕으로 잘 훈련된 2~3세가 사업을 이어 받으면서 오히려 성장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한국계 기업들은 아직도 대부분 1세대가 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네트워크도 약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떨어져 많은 한인들이 힘들어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 국내 섬유 수출 기업들은 어떻게 난관을 뚫어야 할까요?

“갈수록 어렵기는 하지만 옷은 언제나 입어야 하고 패션은 영원합니다. 우리 기업인들에게 언제 어렵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까? 문제는 항상 있었고, 우리는 그 동안 이 문제를 잘 풀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문제를 풀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저는 구매 관련해서 거래처 사장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생산 책임자 출신과 영업 출신의 대화의 포인트가 많이 다름을 느낍니다. 설비투자와 품질을 강조하기 보다 차별화된 제품과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가격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급제품이 패션 관련 제품인 만큼 가격과 품질은 기본이고 여기에다 차별화된 제품과 Short Delivery 등 네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니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하지만 이 문제를 푸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인들은 섬유에 강하고 또 열심히 일하시니 같이 협력하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국내 섬유 기업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저희 회사가 그리 큰 회사도 아니고 저도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단지 미국에서 25년 살고 또 섬유업에 종사하면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조금은 느끼고 있어요. 미국에서 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미약합니다. 반면에 유대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지요. 우리가 살 길은 한국사람들과 경쟁하지 말고 유대인들과 네트워크 만들고 그들을 통해 메이저 마켓으로 진출해야 할 것 같아요. 인도인이나 중국인들도 그들끼리 유대감이 강하고 서로 협업관계를 유지하는 데에 비해 한인들은 서로 그렇지 못해요. 저도 최근에 이곳에서 공부한 아들이 회사에 들어와 같이 일하면서 유대인과 현지인들의 거래관계가 늘어나다 보니 이점을 더 느끼고 있습니다. 미국시장은 단기에 공략하려 하지 말고 철저히 준비하고 장기포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감사합니다. 이번 방한의 좋은 결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김경환 기자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