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를 흔드는 이상한 장르를 보면서 촉견폐월(蜀犬吠月)이 실감 난다. “촉나라 개는 달이 뜨면 짖는다”는 뜻이다. 한 마리의 개가 달을 보고 짖으면 온 동네 개가 따라 짖는다는 말이다. 진영논리에 매몰돼 자기 뜻과 맞지 않으면 SNS를 통해 무차별 집단공격이 빚어지고 있다.
때마침 삼성전자가 3년간 핵심사업에 180조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성장도 고용도 멈춰버린 대한민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온 국민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쾌거다. 완장 차고 설쳐대는 무책임한 준동으로 성장도 고용도 멈춰버린 국가 경제에 폭염 속 소나기와 다름없다.
삼성의 통 큰 결단으로 기존 직접 고용 16만 명에서 4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대역사를 삼성이 한 것이다. 그럼에도 “투자와 일자리를 구걸하지 말라”는 희한한 장르가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는 세태에 억장이 무너진다.

 

기업인의 ‘축소경영’ 죽기보다 싫다

자유경제를 표방하는 선진 각국은 세금 많이 내는 기업인을 가장 존경하고 대접한다. 이같은 대전제에서 세계 소비재 기업 중 단연 1위인 삼성전자는 우리 국민의 자긍심과 존경의 대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바닥 밑 지하실로 추락했을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명증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239조 600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53조 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하루에 번 돈이 1468억원이다. 시간당 61억원을 벌었고 분단위로는 1억원을 벌었다. 기적 같은 실적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올 매출은 270조원, 영업이익 67조원을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1%다. 법인세는 전체의 7%다. 수출은 1033억 원으로 국가 전제의 5분의 1에 달한다. 지난 69년 설립된 이 기업이 잘못되면 한국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를 못 잡아서 안달인 무책임한 인사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민심은 조변석개다. 살기가 고단하면 민심이반은 급속히 확산된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60% 선마저 붕괴됐다. 이달 말 경으로 예상된 3차 남북정상회담도 처음처럼 감동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지지도가 올라가기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추락의 속도도 너무 빠르다. 소득도 성장도 없는 소득주도성장정책과 노동만 있고 고용은 없는 고용노동 정책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권은 사사건건 공격하고 발목을 잡는 제1야당과 확연히 구분돼야한다. 정권을 잡기 전에는 다소 뻥을 깔 수 있지만 집권 후엔 달라져야한다. 촛불뿐 아니라 태극기 세력도 모두 보듬고 가야 한다. 국가와 국민만 보고 통치해야 한다. 그 해답은 위기의 독일을 살린 슈레더 전 총리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슈레더 전 총리는 꺼져가는 독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개혁을 감행했다. 위기의 독일경제를 살려냈다. 물론 등 돌린 지지세력의 이탈로 정권을 뺏겼다. 정권은 뺏겼지만 독일경제를 살리는 영웅적인 결단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 진영논리에서 과감히 탈피한 치적이 많았다. 지지세력들이 그토록 각혈하며 반대했는데도 한· 미 FTA를 성사시켰다. 제주 해군기지도 건설했다. 미국에 할 말을 하면서도 미국이 원한대로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차떼기 돈 정치도 없앴다.
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다. 기울어진 노동정책으로 고용 창출은 구두선이자 미망이다. 기업이 부를 창출해야 고용을 창출한다. 완장 차고 악다구니 쓰는 세력은 자기 밥그릇만 주장할 뿐 책임지지 않는다. 기업인은 생태적으로 만년여당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기업인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는 실상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짜증나는 폭염 속에 미주알고주알 생뚱맞은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섬유 패션산업이 불구덩이 속으로 내몰리는 위기상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미 경쟁력을 잃어 물이 목에 찬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입과 코를 틀어막은 것이다. “핑계 없는 주검 없다”고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돌리는 것이 무리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 이후 살기 위해 해외로 나가건 아니면 문을 닫거나 기업을 축소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이 지금 서 있는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기업인의 속성은 사업 확장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주저앉는 경우도 많지만 웬만큼 앞이 보이면 확장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어느 기업인이 축소지향을 원하면서 차마 하기 어려운 사람을 내보내겠는가. 문을 닫거나 줄이지 않으면 부도내고 야반도주할 수밖에 없어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섬유 패션산업 현장에는 폭염보다 더한 고통이 덮치고 있다. 제조업은 주당 6일을 정상가동해야 근근이 먹고 살지만 6일은커녕 5일 가동물량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최대 염색 전문단지인 대구염색공단 입주기업 중 상당수는 주 4일 가동물량마저 달리고 있다고 한다. 여름 정기 휴무 기간이 지났는데도 공장가동을 못 하고 어거지 휴가를 연장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대구 직물 산지도 구조적인 경기 불황에 마의 여름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제직공장 가동률이 50% 내외로 축소되고 있다. 경기 북부 편직공장과 염색, 프린팅 공장들도 마찬가지다. 7· 8월 비수기가 지나면 나아질 것으로 보는 막연한 천수답 기대도 올해는 비껴갈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핑계보다 투자해야 한다

국내외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 말라버린 내수 패션 경기와 함께 글로벌 시장 환경이 불길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시장 환경에서 우리 내부 사정이 더욱 악화돼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것이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가뜩이나 사경을 헤매는 산업 경쟁력의 목줄을 조인 셈이다.
국민소득 3만 2000달러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 샴페인 터뜨리는 것은 시기상조다. 주머니가 든든해야 저녁이 있는 삶도 누릴 수 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끌어내리는 소득과 성장이 없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고용은 없고 노동만 있는 이상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에 막히면 속도를 조절하고 돌아갈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섬유 패션 기업인도 “잘 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하지 말고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극복해야 한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문 닫거나 축소지향의 일부 요인은 되지만 핑계의 전부는 될 수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국제섬유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