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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울고 싶을 때 뺨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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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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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1개월 전인 지난해 대선 때 후보들의 공약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 요즘 기업인들이 만악의 근원으로 몰아세우는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후보 간 대동소이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가장 빠른 2019년으로 공약했고,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2020년 1만원 시대를 똑같이 공약했다.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2022년 1만원을 공약했을 뿐이다.
이들 후보 중 누가 당선됐더라도 공약이행을 위해서는 올해 16.4%와 내년 10.9% 수준으로 올렸을 것이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각본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이 공약이야말로 공약(空約)으로 무시했다면 지금처럼 정부가 십자포화를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중언부언하지만 소득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이 소득을 이끄는 것이 경제의 기본 원리다. 이단(異端)적인 경제 논리라 할 수 있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지난 1년간 성적표는 성장도 고용도 멈춰 섰다.

 

아까운 의류 수출 역군들이 전직 한다

경제는 정치와 다르다. 정치나 권력이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소득주도 성장이 현실에 막힌 이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자계훈 임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과 섬유· 신발 산업의 최저임금이 똑같을 수 없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대구 경북 또는 경기 양포동(양주· 포천· 동두천)의 최저임금이 같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업종과 지역 간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운영의 묘가 시급하다.
그런 한편 우리 산업계도 좀 더 냉철하고 솔직해야 한다. ‘안되면 조상 탓’하듯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그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7개월 만에 갑자기 경쟁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장강의 뒷물이 앞 물을 밀어내듯 우리의 경쟁력이 밀려났다. 블랙홀 중국과 베트남 등 경쟁국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음에도 쇄신은 미흡했고 해법 역시 강렬하지 못했다.
투자하지 않고 기술개발 못한 천수답 경영이 몰고 온 필연적인 귀결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겠지”하며 안일하게 대응한 게 원죄다. 그 사이 시장 환경은 급속이 변곡점을 향하고 있다. 면방· 화섬· 직물· 염색 산업이 이만큼 한국에서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소재 산업의 최종 수요자는 의류 봉제업계다. 6000개 가까운 해외 탈출 섬유 관련 기업의 주축은 의류 봉제다.
글로벌 경영에서 한 수 앞선 의류 봉제업체들이 동남아· 카리브 가릴 것 없이 진출해 초대형 규모 경쟁으로 승승장구했다. 국내에는 한 톨의 생산설비 없이 해외 소싱으로 최고 2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정도로 많은 기업이 고도성장했다. 고임금과 인력난이란 추세적 변화를 예견하고 해외에 둥지를 틀고 수직상승했다. 중· 대형 벤더뿐 아니다. 벤더로부터 오더를 받은 하청 봉제공장들이 해외에 더 많은 공장을 만들어 협력하며 동반성장 해왔다.
벤더와 하청 봉제공장들이 해외에 대규모 봉제공장을 운영하면서 국내 소재 산업도 처음에는 오더가 이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단을 비롯한 원부자재 오더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로 중· 대형 봉제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부자재의 현지화 때문이었다. 이를 미리 예견하고 발 빠르게 진출한 니트와 우븐· 원단업체들은 현지 경영으로 함께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소재 산업은 오더 기근으로 축소지향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땅값이 급등해 투자비가 예전 같지 않다. 그래도 거래선만 있으면 백 번 가야 하지만 먼저 진출한 한국기업뿐 아니라 현지 국가 기업들이 이삭까지 주워 담고 있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 20~30년간 고도성장을 유지하며 돈을 갈퀴로 긁던 의류벤더들도 점차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가열 되면서 수출단가는 떨어지고 해외공장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온라인이란 새로운 공룡의 등장은 유통업계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채산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세아· 한세· 한솔 등 ‘빅3’의 수익률도 어제가 옛말이다.
대형 벤더가 이럴진 데 중소 벤더들의 사정은 더욱 아프다. 초대형 공장을 경쟁적으로 설립한 대형 벤더들이 공장 돌리기 위해 덤핑 수준의 오더를 싹쓸이하면서 중견· 중소 의류벤더들이 설 땅이 좁아졌다. 급기야 10대 벤더의 하나인 광림통상이 파산사태를 맞는 등 불황을 모르던 의류수출벤더에 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과거에는 벤더의 도산도 없었지만 설사 도산하더라도 직원들을 동 업계에서 대부분 수용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대형 벤더부터 앞장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황이다. 광림 파산으로 300명의 의류 수출 역군들이 극소수를 제외하고 재취업을 못 하고 있다. 대형· 중견 벤더들의 구조조정으로 내몰린 직원들이 수백 명에 달한다.
더구나 미국의 간판급 초대형 유통기업의 한국내 바잉 오피스들이 줄줄이 다른 나라로 이전하거나 폐쇄하면서 많은 인력이 낭인(浪人) 처지가 됐다. 섬유 수출기업 직원들 대부분이 마찬가지이지만 의류 수출기업의 능력과 노우하우는 막강하기로 소문나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바이어와 상담하며 오더를 챙기고 해외공장 관리를 위해 밤을 낮 삼아 일해 왔다. 섬유 수출 대국을 견인한 선배 직원들로부터 노우하우를 전수 받은 의류수출 역군들이 갈 곳을 못 찾아 타 업종으로 전직하고 있다.

 

기울어진 배의 평형수(平衡水)는 투자다

해외에 발 빠르게 진출해 성공한 의류수출벤더들의 기반은 탄탄하지만 이들과 협력하고 있는 해외 봉제 생산 한국 업체들의 상황도 밝지만은 않다고 한다. 한국 의류수출벤더의 해외공장 수보다 훨씬 많은 한국계 의류생산 하청 공장들이 최근 경영난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청업자인 의류벤더들이 주는 오더의 질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에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한 한국계 은행 지점장들이 요즘 여신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벤더에 비해 경영기반이 튼실하지 못한 공장들에 요주의 경보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한 기업들까지 이같이 팍팍한 상황에서 국내에 있는 섬유 기업들의 사정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최저임금 오르기 전에 배는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배를 바로잡기 위한 평형수(平衡水)는 투자였다. 그럼에도 자동화 투자하지 않고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최저임금 인상에 책임을 넘기는 것은 전략 부재와 기량 부족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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