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이 편해야 궁전이 안전하다”. 요즘 19세기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작가인 벤저민 디즈레일리 명언이 자주 회자된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에 경제정책까지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민생이 팍팍하면 콘크리트 지지층도 한순간에 돌아선다. 그토록 죽고 못 살던 박근혜 지지자들도 “깜이 안 된 사람”으로 체념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벌써 시민의 뇌리에서 잊혀진 사람이다.
경제 주체인 기업하는 사람은 물론 저잣거리 마실 나온 사람까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현장을 모르고 이상론에 사로잡힌 정부의 백년서생이나 피땀 흘려 돈 벌어보지 않은 정치인들의 탁상논리 구두선으로 보고 있다. 이상과 목적이 아무리 좋아도 수단이 현실과 동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득이 늘고 소비가 증가한다고 주야장천 강조해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청년실업률 25% 中企는 꿈같은 얘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증가는커녕 득달같이 물가가 뛰고 기업· 자영업자 가리지 않고 수단방법 동원해 사람 줄이는 데 혈안이 되고 말았다.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성급한 근로시간 단축을 제시했지만 기업마다 사람을 못 구해 대란이 예고됐다. 다행히 정부가 중구삭금(衆口?金)을 받아들여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위반에 따른 처벌을 6개월 유예시킨 용단을 내렸다. 내친김에 6개월 처벌 유예의 얼은 발에 오줌 누기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느 정권보다 국민과 소통을 잘한다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차제에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제조업 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고용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원인에 대한 근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청년 실업률이 25%에 달해 사상 최악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줄일 대안이 쉽지 않다. 정부 잘못만은 아니다. 사회 풍토가 문제다.
지금 이 순간도 중소기업은 돈보다 더 급한 것이 사람이다. 떡을 쪄놓고 빌어도 중소기업에 사람이 안 온다. 개나 소나 다 나온다는 대학 졸업자들이 대기업만 바라보고 중소기업에는 변 묻은 새 발 떨 듯 기피하고 있다.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대학 나와 중소기업가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잘못된 세태가 문제다.
이같은 병리 현상을 법으로, 힘으로 막을 재간이 없다. 중소기업에 사람이 몰릴 수 있는 획기적이고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불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에 파격적인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내국인이 안 오는 중소 제조업 현실을 뻔히 직시하면서도 내팽개친 노동정책이 문제다. 공장 문을 닫지 않을 바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람을 구해야 한다.
지금도 전국 섬유사업장은 55세 이상 60대 노령층에 의존하고 있다. 이분들마저 절대 부족해 불법· 합법 체류 가리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로 근근이 채우고 있다. 
지구촌 최고의 알량한 인권 국가이어서인지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4대 보험, 퇴직금도 빼놓지 않고 지급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에게 월 380만원을 지급하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하고 있다. 베트남보다 거의 10배 가까운 임금수준이다.
기업 특히 중소 제조업은 사람과 임금, 전기료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생산현장이 돌아가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고 내국인이 안 오면 외국인 근로자라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계도 중소기업 생산현장에 사람이 없어 가동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국인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를 기를 쓰며 반대한다. 자신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고 외국인 근로자 도입은 반대하는 어거지 논리다. 결국 기업만 인력난에 몰려 생사기로를 헤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제는 노동계 눈치를 보지 말고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과감히 제시해야 한다. 단박에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음습한 외국인 근로자 송출시스템을 확실히 손봐야 한다. 대다수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오기 위해 2000만원 내외의 거금을 브로커에게 주고 온다는 것이다. 거액을 줬으니 본전 찾기 위해 입국 즉시 사업장을 이탈하고 돈 더 주는 곳으로 가고 있다. 이로 인한 불법 체류자는 더욱 늘어나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기세등등한 불법체류자의 배짱 취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언부언 강조한 생산현장의 피 말리는 인력난뿐 아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쟁력의 비교우위는 낮은 전력요금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2000년부터 2016까지 15차례나 인상되면서 평균 49.5%가 인상됐다. 이중 산업용 전기요금은 84.2%나 올라 일반용 23.0%, 주택용 15.3%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때마침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설을 솔솔 흘리고 있다. 기업에 저렴하게 제공하던 심야 전기요금 할인 폭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발전 비용 증가로 한전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실제 2016년 10조 이상 이익을 내던 한전이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계속 수천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가 오르면 철강과 반도체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정부 입장에서는 안중에도 없겠지만 버린 자식 취급하는 섬유 산업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면방과 화섬, 제직, 가연산업은 제조원가 중 전기료가 임금과 같거나 비슷한 비중이다. 24시간 가동체제인 면방, 화섬, 가연 등은 그렇지 않아도 전기료 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구나 6· 7· 8월 여름 성수기와 12· 1· 2월 겨울 성수기의 전력 피크제는 전력료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못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산업용 전력료 오르면 중기제조업 실신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료는 일본에 비해서는 싼 편이지만 미국과 말레이시아, 이집트, 에티오피아 심지어 베트남보다 비싼 편이다. 사람은 없고 최저임금은 오르고 마지막 경쟁력인 전력료까지 들먹이면 무슨 재간으로 경쟁할 수 있겠는가. 섬유 기업의 엑소더스 원인의 하나가 전력료 때문이라는 것은 기업하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사람과 임금, 시장 모두가 악조건인 상황에서 전력료까지 오르면 산업 경쟁력은 적색경보 그 자체다. 기업이 문 닫고 탈출하면 경제는 끝장이다. 탁상 위의 백년서생이나 제 손으로 돈 벌어 보지 않은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는 기업의 피 말리는 현장을 파악해야 한다. 악에 받친 중소기업인의 절규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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